오디오란 것은 하나의 가치관 같습니다. 중고 거래를 위해 혹은 지인의 집을 방문해서 소리를 들어보면 정말 추구하는 바가 모두 다른데 일부는 미흡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어느정도 오디오 가치관이 정립된 분들을 보면 개성이 뚜렷한 시스템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 경우도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것 같습니다. 물론 바꿈질 그 차체의 즐거움이 크기에 기껏 정돈된 시스템을 갈아치우곤 하지만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어느정도 틀이 생겼습니다.
제가 느낀 오디오 가치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저역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표현하자면 중고역에 그 중심이 있느냐 중저역에 중심이 있느냐인데 클래식을 즐기는 분들은 대부분 중고역에 있더군요. 한국의 주거문화 탓인지 실은 대부분이 중고역에 치중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느정도 수준에 오른 오디오 시스템의 출발점은 다루기 힘든 스피커에서 시작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좋은 소리를 내는 스피커는 다루기 힘든 경우가 많은것 같더군요. 일단 좋은 저역을 얻기 위해서는 크기도 좀 커야하고.. 물론 너무 크면 잃는 면도 있으니 취향에 따라 적절한 선택이 필요하겠죠.
좋은 저역을 만들 수 있는 스피커가 있으면 저렴하게 좋은 소리를 얻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쉽지가 않다는 건 불가능 하지는 않다는 이야긴데 구동력이 좋은 엠프가 필요하죠. 그래서 결국 분리형으로 파워를 사용하게 됩니다. 저렴한 국산파워라도 구동력 부족한 하이엔드 인티보다는 낫더군요. 말이 그렇다는거지 하이엔드라고 불린만한 제품은 대부분 구동력에도 많은 투자가 된 제품들이긴하죠. 스피커마다 필요한 구동력이 다를텐데 좋은 저역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부분이라 정말 좋은 소리를 추구한다면 돈이 좀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고역은 글쎄요. 저역이 좋으면서 고역도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보지 못해서 뭐라 말할 수가 없군요. 거의 선택의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무한자금이 없어서 경험적으론 아직 모릅니다.
그러고 보면 오디오의 모든것은 스피커가 아닌가 싶습니다. 스피커에 잘 투자하면 나머지 기기는 조합에 따라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어느정도 만족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는것 같습니다. 대략 90프로의 만족을 목표로 한다면 말이죠. 매칭에 따라 인기있고 좋다는 기기가 정말 개판인 경우도 봤고 차라리 AV리시버에 파워엠프 물린게 더 나은 경우도 봤습니다.
이렇게 약간의 차이가 큰 느낌으로 다가오는 오디오를 하다보면 취미로 하는 오디오의 끝에는 결국 진공관이 있지 않나 싶더군요. 그래서 저도 결국은 티알 파워에 진공관 프리로 갑니다만 약간의 성향 차이에 프리를 바꾸느니 관을 바꾸는게 쉽고 또 취향이란것도 시간에 따라 약간씩 변화되는 부분도 있어서 더욱 그렇고 자신만의 특별한 소리를 추구한다는 면에서도 적합하고 여러가지로 진공관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파워는 충분한 구동력을 얻기 위해선 가격의 압박과 수많은 관의 관리 및 업글 등등의 비용과 편의성 때문에 티알이 쉬워서.. 결국 귀차니즘 떄문이군요. ㅎㅎ 음악 감상용 오디오에는 진공관과 티알의 구분이 큰 의미가 없겠습니다만 오디오 자체적인 취미를 동시에 고려하면 이쪽 시장에선 진공관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소리라는 것이 불확실한 측면이 많고 심리적인 요소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듯 합니다. 아기가 있는 집에서 아기를 재우고 티비라도 볼라치면 온갖 소음이 아기 울음소리로 착각되기도 하죠. 현대의 진공관 엠프류는 흔히 말하는 진공관적인 소리와는 다르고 소리만으로 진공관과 티알을 항상 구분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진공관이라는 그 자체로 소리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그것도 중요한 매력이 될 수 있는 것이 오디오라 생각됩니다.
사실 소리의 느낌이 눈으로 보는 디자인과 연관되기도 하지 않습니까 실용과 비실용사이의 논쟁에서 간과되는 부분도 이런 심리적인 요인에 대한 해석 차이인것도 같습니다. 현실이 아니라도 매트릭스가 의미없진 않거든요. 매트릭스가 아무리 현실적으로 느껴져도 그것은 현실은 아니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