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한강 근처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에 있는
토스트 가게에서 토스트 하나를 먹으면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토스트를 만드는 동안 가게 앞 의자에서 기다리는데
그 건물 오른쪽에 서 있던 30대 여성분이 핸드폰으로 전화하고 있더군요.
매우 목소리가 컸기에 다 들렸습니다.
꼭 들으려고 하지 않아도 길 가던 사람이 잠시 멈추고 볼 만큼 컸죠.
내용은 대충 이랬습니다.
듣고보니 그 여성이 시어머니와 통화 중이었는데
나는 지금 8살 차이 나는 남편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며 존중했다.
지난 7년간 옷 한 벌 밖에 사지 못했다.
그래서 밖에 나갈 수 없다.
어머니 때문에 예전 남자 친구(???)와 다른 친구와도 만나지 못한다.
어머니 생각처럼 낭비한 적이 없다.
어머니가 달마다 200만 원씩 주시는 것을 꼭 여기저기 알리셔야 하나
그때 보험금 받은 것은 어머니 오해다.
예전에도 이래서 어머니랑 언성 높여가며 다투지 않았냐...
이런 나를 그렇게 못 미더워하시면 우리 갈라서야 하나
지금 남편이랑 오란 소리냐 말란 소리냐...
정말 어머니의 핍박에 나는 정신병원에 갈 지경이다.
어머니 때문에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고 지금 체할 것 같다...
이런 이야기가 토스트 나오는 15분 정도 사이에
도돌이표처럼 계속 반복이 되더군요.
전형적인 고부 갈등에
처음부터 반대하는 결혼이었구나
그래도 길가에서 크게 할 이야기는 아니며
시어머니께 말이 너무 심하다고 느꼈습니다.
마침내 토스트가 나왔습니다.
가게 아주머니도 옆에서 듣고 계시는 것 같아
토스트를 건네받으며 한 말씀 드렸죠.
"이런 것이 추석의 폐해네요."
이 말을 들은 아주머니의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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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지금 저 자리에서 저러면서 두 시간째에요..."
에효...
가슴에 맺힌 것이 있으면 쌓아두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더군다나 민속의 명절에 한꺼번에 그것을 다 풀려면 큰일이 생기기 마련이고요.
응어리진 것은 쉽게 줄거나 작아지지 않더군요.
지금 말할 것이 아니라면
영원히 마음속에서조차 없애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물론, 사람 마음이 마음 먹은 데로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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