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거래처에 운전하면서 가던 길이었죠.
중요한 약속이었는데 늦어서 마음이 급했습니다.
큰 사거리 교차로에서 앞에 많은 차 그리고 뒤에도 많은 차와 함께 신호 대기 중이었죠.
텅 비었던 제 왼쪽 중앙분리대 너머로 차선에
갑자기 웬 강아지가 뛰어들었습니다.
골목에서 나왔는데 제가 보기에는 분명히 집에서 키우는 개였습니다.
갈색의 털이 짧고 조그만 개였는데
뛰어든 도로 상에서 이리저리 마구 뛰어다니는 겁니다.
이거 큰일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처음에는 차가 없었지만
저쪽 차선에서 차들이 돌진해오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흰 승용차가 그 녀석을 조수석 바퀴 아래로 밟고 지나가 버린 겁니다.
그 녀석이 바닥에 뒤둥글어 축 처져 버리더군요.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차를 두고 그리로 달려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뒤에서 빵빵거리는 혼 소리에 정신이 들었습니다.
신호가 바뀐 거죠.
그리고 거래처와의 중요한 약속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정말 비겁하게도 다시 차를 몰았습니다.
백미러로 보니 차 사이로 보이는 그 녀석 숨에 겨운지 구겨진 몸이 조금 움직이는 게 보였습니다.
미치는 것 같았습니다.
저 아일 내가 구했어야하는데...
최소한 내가 뛰어가서 병원에 데리고 갔어야하는데...
운전을 하는데 계속 눈물이 났습니다...
단 한번도 동물을 키워본 적도 없지만 항상 동물을 보호하고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살아왔습니다.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먹고 살려고 뛰어가는 제가 초라하고 창피했습니다.
나중에 정신이 드니 119에 전화해서 구조 요청을 해야 했는데
두렵고 정신없는 마음에 아무것도 생각 못한 제가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정말 미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