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간이네요...
공부하다가 잠깐 쉬면서 한 줄 적어봅니다.
소유의 욕구는 어디에서 오는가? 라는 점을 잠깐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론은....소유의 욕구는 소유함에서 온다....입니다.
쉽게 생각해 볼까요?
빵을 집에서 만들어 먹고 싶습니다.
그러면....오븐이 있어야겠죠?
오븐을 삽니다. 물론, 오븐을 사겠다.....라고 마음을 먹는 순간 수십가지의 번뇌가 함께 따라옵니다. 어느 회사 제품이 좋은가? AS는 잘 되는가? 가격대비를 어느정도까지 생각해야 할까? 사용기를 읽어봐야지? 배송이 지연되지는 않나? 공신력있는 메이커인가? 좋은 오븐 소개해 줄 수 있는 동호회를 가입할까? 등등.......오븐을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지만 않았으면 전혀 없었을 번뇌가 순식간에 수십가지가 생기게 됩니다.
오븐을 샀습니다.
오븐만으로 빵이 구워지나요?
빵틀을 검색하기 시작합니다. 위의 예와 같은 번뇌를 다시 한 번 되풀이 합니다.
빵틀을 샀습니다.
믹스가 있어야겠죠? 마트를 갑니다.
마트에는 수십 가지 빵들의 믹스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깨찰빵을 먹을까? 파운드케ㅤㅇㅣㅋ을 해 먹을까? 머핀이 좋을까? 아님 아이들도 있는데 쿠키를 구울까?
우리 일상의 한 단면입니다.
저는 예전에 '심즈'라는 게임을 하면서 인생살이가 참 허무하다고 느꼈습니다.
그 게임에 요약된 내용이 딱 우리네 인생이더군요
1) 집에서 하는 일이란, 허기지수가 올라가면 밥을 먹고, 피로지수가 쌓이면 잠을 자고, 더러움 지수가 올라가면 목욕을 하고, 배변지수가 올라가면 변을 본다.
2) 낮시간에는 직장을 간다
3) 직장에서 번 돈으로 집 안의 가전제품을 바꾼다.
4) 더 돈을 벌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 집을 확장한다.
이게 인생이더란 말이죠.
소유란게 덧없습니다.
사실 그냥 빵가게 가서 빵을 하나 사오면
앞의 모든 번뇌는 필요없는 일인데,
욕망을 하나 가졌기 때문에(집에서 빵을 만들어 볼까?) 수백가지의 번뇌가 사은품 셋트로 딸려 옵니다.
이건 그냥 단순한 하나의 예일 뿐입니다.
TV를 보지 않으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데, TV 하나를 들여놓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소유의 문제들 (홈쇼핑을 보면서 무얼살까 고민하는 중독도 있지만, 사실 TV가 없었다면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이죠), 소유의 문제 뿐 아니라, TV가 없었으면 자연스레 해결되었을 가족 성원간 소통부재의 문제들, 아이들에게 좋은 미래를 주기 위해 아이들을 지옥에 빠뜨리고 있는 부모의 문제들, 편리함을 위해 사용하는 컴퓨터와 인터넷에 인생이 잠식당해 있거나, 편리함....이라는 미명 하에 오히려 수많은 것을 잃어버리거나 물질문명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현상들.....
대다수의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문제를 단순화시켜서 생각하면,
절간에 들어가서 살거나, 산속에서 집 지어놓고 가족들이랑 산다면, 전혀 없었어도 될 문제들을 우리는 달고 삽니다.
이유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편리함' 혹은 다른 어떤 '소유'를 얻기 위해서 우리가 희생한 것들이죠.
산업사회가 편리함을 위해 자연을 잃어버리는 것 처럼, 편리한 전자통신, 휴대폰 문화가 실제 사람간의 따뜻한 만남을 대치해 버리는 것 처럼, 높디높은 아파트 빌딩 숲의 살기 편한 주거환경이 바로 앞집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게 만들어 버린 것 처럼.....
현대인은 사실 '편리함'이나 '소유' 때문에
다른 모든 가치를 내버린 쪽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허위허위 살아가는 겁니다.
허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길 수 없는 욕망을 따라서
거기 매여서 죽을 때까지 가는거죠.
확언할 수 있는 사실은,
제가 어렸을 시절에 논둑을 뛰어다니고, 동네 골목을 누비고 다니면서,
친구들이랑 뛰어놀 수 있었던 이유는
'컴퓨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장 제 아들녀석부터, 밖에 나가 뛰어노는 것 따위보다는
집에서 게임하는 걸 더 좋아합니다.
하지만,
아빠가 가졌던 그 정서적 풍성함을
이 아이가 가질 수 있을까요?
핸드폰을 사용하고서부터 예전에 그리 많이 외웠던 전화번호를 단 한개도 외지를 못하겠습니다.
네비게이션을 사용하고서부터 예전에 잘 찾아갔던 길조차도 네비가 없으면 찾아갈 수가 없습니다.
소유에 파묻혀 사는 현대인들은 어쩌면
진보가 아니라,
퇴보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이 늦은 밤에 잠깐
생각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