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KBS에 방영된 <서울 1945> 를 이제야 봤습니다. 이런 드라마가 있는 줄도
몰랐는 데 최근에 알았습니다.
1933년-1953년까지 일제시대와 광복, 한국 전쟁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주인공 4명의
갈림길, 이데올로기, 갈등과 사랑을 잘 표현한 드라마라고 하겠습니다.
방영기간 중 이승만 유족 측에서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고 올해 원고 패소 판결이
났더군요. 해방 후 좌익 활동과 우익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점 등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중립적으로 친일파에 대한 문제, 좌익과 우익의 갈등을 묘사했다고 하겠습니다.
아쉬운 점은 역사 적인 인물 이승만과 여운형에 대해 좀 더 비중있게 다뤘으면
했는 데 주인공들의 사랑과 이념 갈등이 주류이다보니 해방 후에 분단, 6.25 까지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세를 대충이나마 파악을 하는 데만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 외 중견 탤런트 김영철, 홍요섭, 고두심, 정환용, 장항선, 이덕희 씨 등의 연기가 정말 좋습니다.
극중 OST 도 상황에 맞게 많이 나오는 데 곡 하나 놓칠 게 없는 감동적인 ost 입니다. 이런 명작을 왜 여태 몰랐을까요..
주옥같은 명대사 몇 마디가 아직도.. 아른거립니다.
문동기 (홍요섭 씨) : "형님 개인으로서는 잘 살아오셨는지는 모르지만
조국 앞에 민족 앞에 형님은 죄인이십니다." (형이 친일파이면서도 동생은 비밀리에
사회주의 활동을 합니다. 일제시대에도 실제 이런 케이스가 많았죠. 아버지는 친일파 인 데 아들은 동경대에 유학하러 가서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하여 경찰서에 잡혀와
아버지 백으로 풀려난 경우가 많았습니다.
"난 혁명가로서도 한 개인으로서도 실패한 것 같구나"
문정관 (김영철 씨): "제 나라 백성도 지켜주지 못한 실체도 없는 조선이 무엇이란 말이냐. 하지만 일본은 달랐다. 일본은 나에게 꿈을 주었다. 희망을 주었다.
최운혁 (류수영 씨): "누부에게 한 점 부끄럼없는 동생이 될려고 했어. 지금도 내 인생에 후회는 없어.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는 데" (운혁이 동우의 품에 안겨 죽으면서)
박창주 (박상면씨):"각하, 제가 잡아들인 사람들은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공산주의자들 이었습니다." (해방 전의 독립 운동가들 중에는 공산주의가 착취받는 조선의 노동자와 농민을 구원해 줄 이데올로기로 믿고 독립 운동을 통해 민족주의와 결합한 것 같습니다.)
문석경 (소유진씨): "나 문석경 이에요." (이 한마디면 모두 패쓰)
요즘 KBS 돌아가는 분위기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드라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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