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조금 누그러진 듯 합니다만 올해 여름은 제 기억에 두번째로 더운 해로 기억될 듯 합니다.



첫번째로 더웠던 해는 와싸다 자게 및 자자에 몇몇 분들이 언급했었던 1994년입니다.



여러분들은 94년에 무슨 일을 하고 계셨나요? 그리고 그 해에 세계 도처에서 일어났던 일들 중에 혹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지요. 전 그 무더운 여름날 김일성의 사망 소식을 들었던 것 외에는 별다른 기억이 없네요.





혹시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당신은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코평수가 넓으니깐 왕코파,

당신은 피부가 좀 덜 까맣고 코망울이 날렵하게 생겨서 뾰족파.



아무 의미도 없고 이전까지는 존재하지도 않던, 외국인들이 일방적으로 만들어 놓은 기준으로 한 나라의 국민들이 서로 갈라서게 되는 상황.



뾰족파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왕코파는 내전을 일으키고 급기야는 뾰족파를 모두 죽여서 없애버리자는 집단적 행동을 일으키는 상황.



뭔 만화책에서나 나올 얘기를 하냐구요?



저 멀리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게다가 100일동안 80만명의 사람이 자국민들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었구요. 바로 1994년에 벌어진 '르완다 인종학살 사건'입니다.



이 사건 속에서 르완다 수도의 한 특급호텔 부지배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호텔 르완다'입니다.



내전, 학살이 일어나는 와중에도 주인공이 근무하는 호텔은 백인 외국인들이 묵고 있다는 이유로 보호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의 위급성을 파악한 선진국들은 르완다에서 자국민(특히 백인들)들을 철수시킵니다. 결국 호텔에는 르완다 국민들만이 남게 되고, 주인공은 자신의 가족을 포함한 이들을 보호하여 결국에는 천백여명의 사람들을 안전한 난민 캠프로 이동시킵니다.





영화를 보면서 스티븐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와 비교해서 생각하게 되더군요.



세계적인 거장이 만들었고,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며, 세계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태인에 대한 얘기는 전 세계적인 흥행을 이뤄냈고 아카데미 상도 주어졌죠.



하지만 이 영화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감독의 작품에, 세계의 변방 아프리카에서 있었던 흑인들이 얘기라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도 한 인간의 커다란 용기에 감동을 받기에 충분하며, 특히나 한 가족의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더욱 큰 공감대가 느껴졌습니다.



아프리카의 이러한 아픔들에 대해 우리가 정말이지 많이 무지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기회되시면 꼭 한번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