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뒷면의 발행정보에 신장판 26쇄, 1998년 8월 30일 이라고 되어 있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라는 제목의 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책꽂이에 꽂혀있었을 뿐 2010 년 지금에 이르기까지 읽은 적이 없습니다. 제 기억으로 당시 이 책은 순전히 책의 제목 때문에 샀습니다.
존재의 가벼움을 참을 수 없다는 말인가?
아니면 참을 수 없는 존재가 가볍단 말인가?
서점에서 이 책의 너무 멋진 제목을 보자마자 이런 생각을 했던 듯 합니다만 막상 본격적으로 읽어보니 별 재미가 없어서 (= 책의 내용에 따라가지 못해서) 몇 페이지 읽다가 그냥 책꽂이 전시용으로 전락한듯 합니다. 저는 장기간 읽지 않는 책은 주기적으로 정리하는 편인데 운좋게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다가 지금 다시 읽어볼 마음이 생기도록 저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다시 읽어볼 마음이 생긴 것 역시 순전히 제목 때문입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제목을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보니 참을 수 없다거나 가볍다는 단어의 뜻을 이해하는 데에는 별 무리가 없었지만 왠지 존재(存在, Being)라는 단어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무게감을 느끼는 바, 아무래도 나이탓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존재라는 것에 대하여 뭔가 느낀 것에 대한 정리된 개념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할 나이란 말인가? 그런데 존재의 가벼움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어떻다는 것인지 또다른 궁금증이 생기는군요. 존재가 가벼워서 참을 수 없을 만큼 좋다는 것인지 나쁘다는 것인지?
어쨌든 존재라는 단어의 뜻을 검색해보니 어이쿠! 이건 완전 아리스토텔레스 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철학 용어로군요. 광속의 속도로 단어의 뜻 이해를 포기한 채 이 양반은 2000년도 더 전에 자연은 불, 물, 흙, 공기 의 4원소(지금 지구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원소만 92개니 이점만은 내가 아리스토텔레스 보다 더 똑똑하다는...)로 되어 있다고 주장한 분이니 아마 존재에 대한 이해도 그 정도일 거라며 그냥 책만 읽어 보기로 했습니다. 다만 이런 식의 자위는 철학 용어 한 개의 무게도 지탱하지 못하는 빈약한 정신을 감추려는 소박한 의지의 산물임은 숨길 수 없군요.
아, 참을 수 없는 정신의 가벼움...!
그런데 이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도 전에 역시 읽은 적 없는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 와 어느 것이 더 멋진 책의 제목일까로 고민(?)하고 있군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유리알 유희
같은 멋진 제목의 책에 어떤 것이 있을까요? 순전히 제목 하나로 먹고 들어가서 지갑에서 돈 술술 꺼내게 만들 수 있는 책말입니다. 책은 아니지만 10년도 더 전에 LA 공항의 서점에서 Playboy 라는 제목의 잡지를 산 적이 있습니다. 하얀 플라스틱 백으로 완전 밀봉되어 있어서 잡지의 속내용은 전혀 전혀 파악할 수 없었지만 제목이 하도 좋아보여서 그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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