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를 기웃거리던 중, 우연히 박**님 공제 6V6 파워앰프를 무상분양한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생전에 나라를 구한 적이라도 있는 것인지... 운좋게 제게 기회가 돌아와서
수박 한 통 사 들고 한 걸음에 달려가 인수해 왔습니다.
몇 년간 사용하지 않아 점검을 받아보라는 당부가 있으셨지만, 한 시간여 망설임 끝에 용감
하게 전원을 넣어 보았습니다. 출력관 2, 초단관 2, 정류관까지 모두 히터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보니 일단 안심이 됩니다.
내친 김에 저의 시스템에 연결해 보았습니다.
참고로 PC-FI를 위주로 하는 저의 소박한 시스템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스 : ape, flac 등 무손실 압축 음악 파일들
DAC : 리젠키드(초기형)
프리앰프 : 자작 SC-2 (마크레빈슨 회로, J-FET 사용)
파워앰프 : 자작 Truepath (Tripath사의 TA3020칩을 사용하고, FET를 출력석으로 사용하는
T-class 디지털 앰프 채널달 출력 100W @ 8ohm)
파워앰프의 케이스는 한때 HTPC용으로 판매되었던 Triple Nine사 제품입니다.
앞면 알루미늄 화장판이 무척 고급스럽습니다.
가격도 10만원 미만이라 마음에 쏙 드는데, 현재 단종 상태입니다.
Truepath의 내부.
Truepath는 41Hz.com이란 스웨덴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기판+부품의 키트입니다.
(현재는 앰프 제작 정보를 제공해 주던 포럼이 폐쇄된 불안정한 상태라 구입을 자제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T-class앰프는 효율이 높아 높은 출력에도 불구하고 큰 방열판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전원으로 Meanwell사의 채널당 300W의 SMPS를 채용해 보았습니다.
또한 신호경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6V6는 진공관 파워앰프 답게 기대했던 대로 무척 고운 결의 소리를 들려줍니다.
특히 여성 보컬, 현악이 한결 아름답게 들립니다.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며"는 지금껏 제가 들었던 중 가장 예쁜 칼라스의
목소리라 여기며 들었습니다.
하지만 출력이 3W에 불과한 6V6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저역의 에너지감은 많이 떨어집니다. 팀파니의 탱글거리는 저음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한편 Truepath의 소릿결은 진공관보다 중립적입니다만 현대적 성향이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타격감, 스피드가 뛰어나다 생각됩니다.
현재 3종의 아이키도 프리앰프 기판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만,
진공관 프리와 반도체 파워를 연결하여 진공관의 질감과 반도체의 양감을 조화시켜 볼까 합니다.
제작 중인 Aikido CCDA 프리 앰프
다음의 T-class 앰프는 Truepath와 같은 시기에 구입한 키트인데, 엄지 손가락 크기의 앰프
임에도 채널당 13W(@8ohm)의 출력을 내어줍니다. 물론, 6V6 같은 고운 소릿결을 가지지는
못했습니다만...
이 앰프는 지금 친구 사무실에서 Bose 101을 그럭저럭 울리고 있습니다.
어쨌든 앞으로 6V6 덕분에 오디오 매니아들의 로망의 하나인 은은한 진공관 히터 불빛을 보며
진공관 앰프의 소릿결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릿결 만큼이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6V6의 히터 불빛
아, 그러고 보니 제게도 진공관 앰프에 잘 어울린다는 알텍랜싱 스피커 1조가 있네요.
대략 20여년 전 PC용 2.1채널로 판매한 알텍사 제품에서 뽑아 놓은 4인치 스피커입니다.^^;
4옴 스피커이고 능률도 좋으니, 케이스 잘 꾸며서 6V6에 물리면 썩~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좋은 앰프를 흔쾌히 분양해 주신 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작은 T-class 앰프를 하나 만들어 과분한 행운에 보답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