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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 감상평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0-07-28 17:10:22
추천수 0
조회수   996

제목

인셉션 감상평

글쓴이

용정훈 [가입일자 : 2002-04-27]
내용
스포일러가 아주 약간 있지만 영화감상에 전혀 방해되거나 재미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신경쓰이는 분들은 읽지 말아주세요.









올해 최대 기대작이었고,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켰습니다.

이변이 없는 제겐 한 올해 최고의 해외 영화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메멘토로 메이저 무대에 깜짝 등장한 놀란감독은 기대치에 비해 평범했던 인섬니아와 그저 그런 액션블록 버스터였던 베트맨 비긴즈로 인해 제 관심 권 밖에 있었던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2006년 프레스티지에서 마술을 화두로 과학의 작동 메커니즘과 환상을 파헤치고(이때부터 저는 놀란빠가 되었습니다), 2008년 다크나이트에서는 게임이론, 판옵티콘, 질서의 교란과 창조라는 흥미진진한 소재를 통해 인간 조건과 본성에 대한 깊이있는 탐구를 이뤄냈죠.



이런 묵직한 주제들을 다루면서 대중과 평단을 한꺼번에 움켜잡은 현존 최강의 감독임을 입증했습니다.



인셉션도 놀란이 최신의 철학적 논의들을 얼마나 재빠르게 따라잡고 있는지 충분히 드러납니다. 도킨즈의 밈 이론에 관한 설명(밈이라는 용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전염성이라든가 바이러스등의 용어를 통해 생각을 일종의 자율적 복제자로 간주하는 것은 밈이론 그대로니까요)으로부터 시작되는 영화는 이 영화가 기실 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자율적 사고가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위험한 생각을 정면으로 건드립니다. 그러니까 기실 레벨을 더해가면서 설정되는 꿈의 연속성은 실제 생활에서 우리가 가진 신념들이 어떻게 전파되고 전염되면서 개인의 자율적 사고라는 환상속에 자리잡는지를 보여주는 은유입니다.



사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왜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인과관계를 따지고 유추하면서 매우 기계론적으로 사고하는데 익숙해져 있으면서 자신에 대해서는 덜끝만큼도 "나 자신"의 자율성을 의심하지 않죠. 공항에서 뭔가 깨닫고 결심한 표정을 지으면서 화물을 기다리는 피셔를 보면서 지나가는 코브의 시선은 이러한 주제을 아주 명료하게 드러내보여줍니다.



때문에 우리는 자연적으로 피셔를 보는 코브를 보면서 코브의 자율성과 우리의 자율성을 동시에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보면 사실 인셉션의 열린 결말이 정확히 어떤 이야기를 지지하느냐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자율적 사고와 행동의 환상성을 깨닫는 것이죠. 이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근대의 인간관을 뿌리부터 흔드는 매우 위험한 밈입니다.



아마도 놀란이 현대 꿈에 관한 과학과 이론에 대해 해박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구상했다면 절대로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없었을 겁니다. 사고의 속도가 압축될 수 있다는 것과 꿈이 계층화되어 있다는 생각은 현대 신경생리학의 증거들과 상충됩니다.

꿈속에서 실제로 시간이 현실보다 느리게 간다는 설정은 실제로 별로 설득력은 없습니다. (우리는 영화관에서 2시간 동안 50년이 아니라 100년이 넘는 시간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그거은 우리가 영화를 보는 동안 생각의 속도가 빨라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편집의 덕분인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놀란의 이러한 아이디어는 영화의 플롯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클라이막스에서 엄청난 폴리포닉한 건축적 아름다움을 불러일으킵니다.

솔직히 이렇게 유치한 아이디어로 이렇게 장엄한 광경을 만들어 냈다는 것 자체가 놀란의 천재성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죠.



또 이러한 꿈의 계층적 구조라는 아이디어가 밈의 전파과정의 은유로서 적절하게 기능한다면 굳이 과학적 사실들과 상충된다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죠.(은유가 아니라 이 소재 자체가 주제렸다면 문제가 됩니다. 과학의 이론적 개연성과 동떨어진 SF는 존재의의가 없으니까요)



아무튼 스포일러를 아느냐 모르느냐가 영화 감상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기본적인 설정을 알고 가시는게 영화를 보면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따라잡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아직 안보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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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훈 2010-07-28 17:36:39
답글

뭔지는 몰라도ㅠㅠ 의미심장한가 보군요.<br />
전 예전에 메멘토를 단순하게 참 잘 만들었다는 느낌으로 본 기억이 있습니다.<br />
<br />
동숭시네마텍에서 연애할 때 봤었는데ㅠㅠ

용정훈 2010-07-28 17:57:06
답글

영훈님 강추합니다. 마눌님도 좋아하실듯.^^ <br />
<br />
답글 달고보니 수진님은 댓글이 안보이네요.^^; 저도 루시드 드리밍 관심이 있습니다. 사실 열심히 한달정도 연습해서 성공도 했죠. 그런데 워낙 피곤하고 성실히 해야하는 일이라 나중에 흐지부지. 다시 한 번 시도해보고 싶네요. 루시드드리밍 연습하는 동안에는 매일 자는 시간이 기다려졌습니다.^^

오재순 2010-07-28 22:08:03
답글

인셉션 전 기대가 컸던지라 실망이 너무 큰 영화였습니다.

김학섭 2010-07-29 16:23:32
답글

감독 천재 맞는것 같아요..<br />
영화내내 이해가 안되었습니다..<br />
내 느낌엔 막 꼬았다가 감독자신도 풀지못해<br />
어영부영 끝을 낸 영화...정도..<br />
신난 액션 기대하고 갔다가<br />
머리 쥐나는 줄 알았심다<br />
데이트하러 가서 볼 요량이면. 패스..

박상언 2010-07-31 01:19:19
답글

문득 프로이드가 이 영화를 보면 뭘라고 말할지 궁금해지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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