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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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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5 07:18: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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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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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의 힘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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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석 [가입일자 : ]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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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학교 전체에서 최고로 무서운 선생님이었습니다.
특히 무엇보다도 시험점수로 아이들에게 선을 그어놓고 미달이면 사정없이 때리는 게 무서웠지요.
그래서 1, 2, 3등을 다투는 세 녀석은 100점 아니면 무조건 회초리로 세대씩 맞았고
공부 잘하는 분단인 2분단 아이들은 90점 이하면 빠따 몇 대씩.
그 다음으로 잘 하는 3분단 아이들은 80 점 이하면 빠따 몇 대씩,
중간 정도 성적인 4분단 아이들은 70점 이하면 빠다 몇 대씩 맞았습니다.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을 2분단에 배치한 것은 칠판이 낡은 탓으로 유리창에서 들어오는
빛에 반사가 되어 잘 안보였기 때문에 기중 잘 보이는 위치를 2분단으로 했던 것이지요.
분단 배치는 아이들이 계속 경쟁을 하도록 성적에 따라 한 달에 한 번 꼴로 바뀌었고요.)
그렇게 무서운 선생님 밑에서 한 학년을 보내고 난 뒤 그 결과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충청북도에서는 청주중학교가 최고의 중학교였고 입학 정원은 512명이었는데
청주 시내권 이외의 초등학교에서는 전교에서 1,2 등을 해도 들어올까 말까 한 학교에
63명이 정원이었던 한 학급에서 무려 34명이나 합격시키는 쾌거를 이룬 것이었지요.
그 중에는 청주중학교를 수석과 8등으로 합격한 아이도 포함되어 있었고요.
15년쯤 전 그 선생님께서 회갑을 맞던 해에 동기생들 열 명이 그 선생님을 뵈러 가서
최고급 요리집으로 모셔 큰절 올리고 때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뜻으로 금일봉도 드리고 했는데
그때 선생님께서 이제는 힘이 부쳐서 패지도 못한다면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렇게 패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지만 그래도 너희들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
그때 같이 갔던 열 놈이 모두 중견기업체 대표, 대기업 부장, 증권사 지점정, 중안부처 과장,
육군대령, 사기업체 사장, 이름난 번역쟁이 등등이었으니 보람을 느낄만도 하셨지요.
특히 중앙부처 과장으로 있던 놈(현재는 국장 거쳐 뭔 사업소장)은 공부를 별로 못해서
청주중학교에 간신히 턱걸이로 들어간 놈이었는데 그 놈은 지금도 종종 만나면 이런 말을 합니다.
"야, 내가 그 선생님에게서 그렇게 맞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내가 있었겠냐?"고 말이지요.
당시에는 그렇게도 무서웠던 체벌이 결국에는 제자들을 성공으로 이끈 힘이 되어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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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그렇게 두들겨패서 청주중학교로 몰아넣은 이 선생님은 오세동 선생님입니다.
무섭기는 정말 엄청 무서웠어도 가난해서 도시락 못 싸오는 아이들에게 번갈아
당신 도시락을 그 아이들이 급식받는 강냉이빵과 바꾸어 드신 따듯한 분이기도 하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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