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의 죽음 - 김기택
조성환이 죽었다. 아무때나 아무데서나 아무나 잘 웃기던,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처럼 작고 까불던, 그 조성환이 죽었다. 잘못했어요. 안
그러께요.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빠따맞을 차례가 되면 울며 싹싹 빌
던, 한 대 맞으면 펄쩍 튕겨 나동그라지던, 불쌍하면 불쌍할수록 더
웃겨 보이던, 그 조성환이 죽었다. 안 죽으려고 살아나려고 살려달라고
마지막으로 발버둥쳤을 두려움에 찬 그 작은 얼굴을 상상할 때, 느닷
없이, 그 모습이 얼마나 웃겼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의 죽는
모습이 혹시 웃겼을까봐 두려웠다. 그동안 그가 웃긴 모든 웃음이 갑
자기 서늘해졌다. 안 웃기려고 애쓸수록 더 웃기게 죽을 것 같아 그
죽음이 더 그로테스크해 보였다. 언제나 바보같이 얼굴에 그려져 있었
던 웃음, 코나 입처럼 얼굴에 달려 있었던 웃음, 웃거나 찡그릴 때조차
도 멈추지 않았던 웃음, 그 웃음들이 죽어가는 그를 마지막으로 웃기
려고 달려들고 있었다. 죽음 앞에서 떨고 있는 조성환을, 보육원에서
매일 밤마다 빠따 맞으며 자란 조성환을, 너무나 가볍고 가냘픈 조성
환을, 더 살려두어도 이 세상에 아무런 표시도 나지 않을 조성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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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 중 하나입니다.
깜짝 놀라 들어오신 롯데 팬분들게는 죄송하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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