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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란 반찬의 기억 - 비엔나 소세지와 신김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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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5 14:3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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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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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란 반찬의 기억 - 비엔나 소세지와 신김치.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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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가입일자 : 2005-06-10]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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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초등학교 다닐때의 기억입니다.
그때는 다들 도시락을 싸서 다녔지요.
점심시간이 되면 맘에 맞는 친구들 혹은 앞뒤로 앉은 친구들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자신이 가지고 온 도시락반찬을 풀어놓고 함께 먹었습니다.
넉넉치 않은 형편에도 부모님께서는 교육에는 또 욕심이 많으셔서 고향인 인천에 몇 개 안되는 사립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바쁜 일을 하시느라 도시락 반찬에 별로 신경을 써 주지 못하셨습니다.
일주일치 반찬을 주말에 준비해서 싸 주셨기 때문에 일주일이 항상 비슷한 반찬을 가지고 다녔지요.
기억해 보면 사실 그 어린 시절에도 점심시간이 되면 고역이었습니다.
알록달록 맛깔스런 도시락 반찬을 내놓는 친구들 틈에서 초라한 반찬을 꺼내 놓기가 부끄러웠던 거죠.
(도시락을 먹지 않고 버리고 나서는 빈 도시락통을 집으로 가지고 돌아오는 날도 많이 있었습니다.)
당시 반장이었던 친구 한명의 기억이 20년이 훌쩍 넘어선 지금도 머리와 가슴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습니다.
기억하기로 당시에 가장 인기 있는 반찬은 줄줄이 비엔나 소세지 였습니다.
촌스런 분홍색의 가짜 소세지가 아닌 진짜 소세지.
어느 날.
자신이 싸온 비엔나 소세지 와 제가 책상 구석에 꺼내논 신김치를 함께 먹으며 친구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더군요.
[이야...비엔나 소세지와 이 김치랑 같이 먹으니까 더 맛있다. 한번 같이 먹어봐.]
군중심리였겠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하나 둘씩 경쟁하듯 소세지와 신김치를 함께 먹기 시작했고.
밥을 다 먹고 난 다음에는 [내일 또 이렇게 먹으면 좋겠다.] 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그 친구.
[배려] 라는 참 대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마트에 가면 나도 모르게 비엔나 소세지를 만지작 거릴 때가 많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 때처럼 맛있지도 좋아하지도 않습니다만.
과거는 시간을 덧칠하고 나면 다 아름답게 변하는 것 같더군요.
홍주의(희) ! - 가물가물하네요.
- 언젠가 박사 되었다는 이야기를 얼핏 전해 들은 것 같은데 잘 살고 있지?
- 넌 아마 기억하지 못할꺼야..
- 혹 다시 만나게 되면 내가 거하게 술한잔 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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