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였습니다. 작은 읍 앞으로 제법 큰 내가 흘러 가는데 거기에 철교가 있었습니다. 그 철교를 건너 좀 가면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강제 징병 장면을 찍은 역이 있습니다.
우리는 철교 밑에서 수영 하고 있었고 대빵 형은 무서운 철교 건너며 대빵의 포스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1/3쯤 되었나? 갑자기 저 멀리 서 "빠앙~~'" 하며 기차가 달려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공동묘지를 끼고 완만한 L자형으로 꺽어진 철로라 미리 기적을 울리지 않으면500M 지점 공동묘지 앞에서 기차가 갑자기 나타납니다.
그리고 지금은 철교마다 대피 난간이 설치되어 있지만 옛날에는 없었습니다.
유일한 생존 방법인 철교 밑으로 뛰어 내리는 것! 하지만 물은 너무 얕고 철교는 너무 높았습니다.
1/3지점이지만 달려오는 기차 쪽으로 되돌아 가는 건 자살행위...
무작정 앞만 보고 뜁니다. 사이 사이 빈 철교의 침목을 밟고 뛰어야 하니 속도가 날리도 없습니다. 침목 사이에 발이라도 빠져 버린 날에는 그대로 끝장...
"빠앙~ 빠앙~" 기관사 연달아 기적 울려 댑니다.
이미 첫 번째 "빠앙~" 시점에서 부터 얼어버린 우리... UFO보듯 두 손 모으고 위만 주시한 채 꼴깍~ '허걱 이제 죽었구나~ ㄷㄷㄷ' 생각했던 찰라...
대빵 형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습니다. 다들 눈이 휘둥그레.... ???
요란한 굉음을 내고 기차고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스물스물 올라오는 머리... 허거걱~ 살았다! 근데 뭥미???
철교 중간에 교각이 두 갠가 하나인가 있었는데...
기차에 쫏기던, 살기 위해 그저 반사적으로 앞만 보고 뛰던 그 대빵형님... 죽음의 문턱에서 순간적으로 레일의 좁은 침목 사이로 교각 꼭대기가 보였던 모양입니다.
동물의 왕국에서나 볼 수 있는 생존 본능이었는지 죽음의 문턱에서 좁은 침목 사이로 뛰어 내려 교각 꼭대기에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보는 우리도 오금이 오그라 들었지만 기관사 아저씨 그 때 그 심정은 어땠을지....
그 뒤로 그 보다 더 소름 돋는 스릴은 본적도 없습니다.
나중에 그 대빵 형은 공수부대 하사관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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