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를 시골에서 다녔습니다.
저희 마을에서 중학교가 있는 마을까지는 버스로 20분 정도 되는 거리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전거 통학을 했죠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 이야깁니다.
지금도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건....중학교 1학년 눈으로 볼 때,
"우리 담임선생은 인간말종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기억이 단편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제일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 한 장면은
화단에서 아이들이 자기반 담임선생님이랑 화초를 심고 있었는데,
우리는 꽃을 심고, 화단에 퍼질러 앉은 그 담임이,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같은 동료인 여선생님(음악선생님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을 향해,
중 1짜리 남자애들에게,
영화 친구에 나오는 대사에서 뭐..벌렁거리나...있죠?
그걸 하더란 거죠....
"저 ㄴ 저거 xx 가 ㅂㄹ 거리면서 오네" ... 뭐 이런 식이었습니다.
동네 깡패새끼가 자기 동네 애들 데리고 있으면서 한 얘기도 아니고,
스승이라 불리는 직업을 갖고 있는 인간이,
아직 철도 들지 않은 중 1짜리 아이들에게,
그것도 자기 동료 여선생을 그런 식으로 쌍욕을 섞어 말할 때
어린 제게 그 장면이 너무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그 외에도 그런 종류의
시정잡배도 하지 않을 쌍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인간이었습니다.
아이러니컬 한 건....
그 선생이 국민윤리 선생이었다는 거죠. ㅡㅡ;;
저는 중 2 때 부산으로 전학을 왔기 때문에
이후에 이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대학생쯤 된 어느날....시골에 살던 동창에게서 그 선생이 교직을 그만두고
정계에 입문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뭐 그런가보다....하고 관심끊고 살았는데....
이번 선거 때 우연히....TV에서 제가 예전에 살던 지역 지역구 후보들이 나오더군요
이름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혹시나..." 해서 살펴보았습니다.
허걱....아니나다를까......나왔더군요.....그것도 민주당 후보로....
약간의 호기심 때문에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찾아보니....
민주당 무슨 지역 대표 비슷한 것을 하고 있고,
시간이 오래다 보니....어느덧 그 지역 정계에서도 큰손이 되어 있는 듯 했습니다.
이리저리....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중학생의 눈에 보기에도 인간말종이었던 사람이
국민을 위하겠다 말하는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리고....그 사람이 선거에 나와
"국민들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라고 말한다?
이것을 어디까지 믿어주어야 할런지.....
바르고 존경할만한 사람이 정치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문득 상념에 잠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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