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헷갈리게 만드는 <조선일보> '갈짓자'
김대중 "세종시 본회의 상정? 구질구질" vs 사설 "꼭 상정해야"
이명박 대통령 등 여권 수뇌부가 <조선일보> 논조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조선일보>가 세종시 문제를 놓고 갈짓자 행보를 해 이 대통령 등 여권을 크게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김대중 고문 "MB, 참으로 구질구질, 이기적, 통좁아"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은 26일자 칼럼을 통해 해당 상임위 부결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수정안의 본회의 기명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참으로 구질구질한 처사이며 지고도 욕먹는 일"이라고 원색적 질타를 퍼부었다.
김 고문은 "졌으면 깨끗이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라며 "그런데도 MB측은 반대자의 이름을 굳이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내 말에 찬동하지 않은 사람들 이름 적어 내라'는 것이며, '내 말 안 들었으니 주려던 사탕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는 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이같은 행위가 수도권을 기반으로 둔 친이계 한나라당 의원들을 차기 총선에서 몰살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과 기호지방의 여당의원으로서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선거구민의 약 20%가 충청권 출신인 이 지역에서 찬반 의사표시는 다음 선거 때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친박'계를 제외한 대다수 여당의원들에게 '나는 수정안에 찬성'이라고 드러내 보이는 것은 상당수 충청표의 이탈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고, 또 이런 상황을 상대 당의 후보가 활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더 이상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 이유가 없는 이 대통령에게는 개념적으로 '역사'와 '국가백년대계'가 중요한 일이겠지만, 당장 내후년 선거에 나설 여당의원에게는 당선이 더 심각한 일"이라며 "결과적으로 자기 당 소속 의원들의 괴로움과 난처함을 아랑곳하지 않는 이 대통령의 이기주의가 참으로 돋보이는 대목"이라며 이 대통령을 거듭 비난했다.
그는 더 나아가 "꼭 그렇게 해서라도 기록에 남길 만큼 수정안 반대가 대역죄라도 된다는 것인가. 혹시 상임위 결정이 뒤집어지는 '정치력'이나 비밀작전 같은 것이 숨겨져 있다면 또 모르되 그렇게 해서 MB가 얻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한 뒤, "그것은 그의 잔여임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차기 집권의 재창출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어 결국 MB는 두 번 실패하는 대통령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력경고했다.
그는 이밖에 세종시 수정안 부결시 세종시 특혜도 없다는 청와대 경고에 대해서도 "이것 역시 대단히 통좁은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힐난한 뒤, "손익에 집착하는 기업인적(的) 사고를 버리고 정치인다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지고도 이기는 길이다. 이쯤에서 이 대통령과 정부는 세종시 문제를 대승적으로 마무리해주기 바란다"고 이 대통령을 거듭 힐난했다.
며칠전 <조선일보> "의원들의 찬반 내역 기록에 남겨야"
김 고문의 글은 지난 수년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망국적 처사라고 맹비난하며 이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 드라이브를 극찬해온 <조선일보> 논조와는 크게 다른 것이어서, 이 대통령 등 여권인사들을 당혹케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 대통령 등을 더 헷갈리게 만드는 대목은 문제의 <조선일보>가 며칠 전에는 사설을 통해 반드시 세종시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 찬반 의원들의 명단을 역사에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 및 친이직계의 본회의 상정 강행 방침은 문제의 사설 이후에 본격화됐다.
<조선일보>는 지난 18일자 지면에 <세종시법, 본회의 표결 의원 찬반 기록 남길 만하다>는 사설을 실었다.
사설은 "세종시 수정법안을 상임위단계에서 처리하고 매듭짓는 것이 형식적 법적 절차에 어긋나는 건 아니다"라며 "그러나 사실상 수도 분할인 세종시 수정 문제가 나라 장래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보면 국회의원 모두가 본회의 표결로 자기 의사를 국민에게 알리고 그 기록을 역사에 남기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본회의 상정을 주장했다.
사설은 이어 "세종시가 원안대로 건설된 후 남북(南北) 정세의 변동이나 행정부 분할의 역(逆)작용이 너무 커서 이전 부처들을 다시 서울로 통합하자는 여론이 커갈 때 그 결정 과정에서 오늘 세종시 수정안 처리가 진정한 역사적 소명의식이나 명분에 따라 이뤄졌는지 되돌아보고 판단하기 위해서도 의원들의 찬반 내역을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게 필요하다"며 "다른 것 다 떠나 세종시 이슈가 지난 수년간 나라를 흔들어온 과정만 생각하더라도 세종시 문제의 마지막 장면만은 역사에 남기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라며 이 대통령이 반드시 본회의에 상정할 것을 주문했다.
한 신문사 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사설은 회사의 공식입장이고, 김대중 고문은 자타가 인정하는 <조선>의 간판논객이다. 사설과 간판칼럼이 불과 일주일도 안돼 정반대 주장을 편다면 그것은 분명 문제다. 특히 이 대통령 입장에서 본다면 <조선>의 이런 갈짓자는 거의 'X맨'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어, 향후 이 대통령의 대응이 주목된다.
박태견 기자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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