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고 있던 LP12 턴테이블이 워낙 오래돼서(serial 40089) 베이스(Plinth)가 삭기 시작하고 심지어 모서리 한 곳은 접착부분이 떨어지고 나무가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밑판은 늘어진 뱃살처럼 아래로 늘어지고 밑판을 고정하는 나사는 헛돌고 나무틀에서 나무부스러기가 떨어지는 등 상태가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베이스(plinth)를 교체했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드디어 실행에 옮겼습니다.
목표는 최대한 저렴하게, 그리고 대충 쓸만하게 정도만 만들자였습니다.
나머지 부품도 오래돼서 상태가 고물인데 베이스만 좋으면 뭐하냐는 생각에서 말이죠.
리폼 전의 모습입니다. 작업 전 미리 찍어둔게 없어 옛날에 찍어 놓은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사진상으론 나름 괜찮아 보이는데 이건 제가 베이스 교체를 생각하기전 사포로 샌딩하고 다시 칠을 해서 겉모습만 멀쩡해 보이는 겁니다. 나무속은 이미 삭아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나무틀 한 쪽이 떨어져 있고 그 아래쪽은 쪼개지고 있습니다.
베이스 교체작업을 하다보니 이것저것 손을 보게 되네요.
대충 아래와 같은 작업을 했습니다.
1. 베이스(Plinth) 교체
동네 주변에 목공 D.I.Y를 대행해주는 업체가 보이길래 부탁을 했더니 자신이 없다고 하네요. 이 업체는 책상, 책장, 서랍장 이런 것만 작업하는 곳인데 턴테이블의 베이스는 처음일테니 좀 무리란 생각이 들긴 했지만 부탁을 했습니다.
턴테이블 베이스를 전문으로 하는 곳에 맡겨볼 생각도 했지만 비용을 적게 들이려는 생각에 그냥 이곳에 맡겼습니다.
결과는... 역시 예상했던대로 별로 맘에 안 듭니다.
칠도 매끄럽지 못하고 샌딩을 조심스럽게 해야되는데 전동샌더기로 대충했는지 모서리 부분이 많이 깎여 직선이 무너져있네요. 헐퀴~ 게다가 한쪽이 무려 0.5mm 정도 더 길고 전원선이 빠져나갈 구멍도 안쪽이 나무가 뜯어져 나갔습니다. 드릴로 뚫을 때 콱하고 힘줘서 밀었단 얘기죠. 보통 반대쪽에서 살짝 뚫어 주거나 드릴이 나무를 뚫고 나갈 때 살짝 힘을 빼줘야 되는데...
뭐 이 정도는 턴테이블 베이스를 짜 본적이 없는, 오디오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이니 애교로 봐줘야죠.
하여간 맘에 안들어서 제가 다시 손을 봤습니다.
- 다시 샌딩해서 칠 다 벗겨내고 다시 칠하기(BIOFA 3755, 2044, 2060으로 작업했습니다. 3755로 하도작업 및 재도장하고 24시간 건조, 다시 살짝 샌딩 후 2044로 중도작업 한시간 후 재도장 후 24시간 이상 건조, 다시 800번 사포로 샌딩 후 2060으로 상도 마감 3회 작업)
- 샌딩을 최대한 정밀하게 해서 곡선이 되어버린 모서리 부분을 직선으로 살려내기
- 뜯어져 나간 부분 목공용 미라클 픽스로 메꾸기
2. 톤암 새로 사서 장착하기
기존의 베이직 톤암(LINN BASIK LX X)도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직선 톤암은 영 정이 안 갑니다. 린 턴테이블의 제짝이라는 이톡이나 더 상급기인 에코스 암도 별로 땡기지 않습니다. 물론 살 형편도 안되지만 말이죠.
저는 S자 암을 보면 그렇게 보기가 좋네요. 아마도 S자 암에 대한 페티쉬가 있는 듯...
S자 암대의 톤암 중 평소 눈여겨 보던 JELCO 사의 750D를 ebay에서 구입했습니다.
톤암을 구입하면서 톤암케이블도 같은 JELCO사 제품으로 구입했습니다.
3. 톤암보드 만들기
톤암이 달라지니 당연히 톤암보드를 새로 만들어야 되네요.
걍 자작나무 합판을 잘라 만들었습니다. 검정, sky blue, vintage blue, redwood, oak 등등 각각 다른 색으로 칠해봤는데 딱히 쏙 맘에 드는 건 없네요.
톤암보드 만든다고 거실을 난장판으로... 사실 이건 상태가 양호할 때 찍은 거네요.
4. 기타 소소한 작업
- 모터 하단 캡 열고 찌든 오일 WD40으로 닦은 후 WHITE 스핀들 오일 주입
- 모터 풀리에도 주사기를 이용해 스핀들 오일 한방울 주입 (매뉴얼엔 1년에 한번씩 넣어주라네요)
- 부식된 모터 전원선 끝 잘라내고 은납으로 마감
- 전원버튼 및 발할라 전원기판 BW-100으로 목욕 후 DeoxIT D5 작업
- 알루미늄 상판 흰색으로 스프레이 도장 (DUPLI-알루미늄 전용 스프레이)
5. 자 이제 조립을 해야죠.
조립에 들어가기 전 전 가족이 모여 기념 촬영...
6. 수평 맞추기
이 수평맞추기 작업 때문에 LP12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죠.
전... 대충 했어요. 대충
완성후...
베이스와 스모크 더스트 커버가 영 안 어울리네요.
투명한 아크릴로 더스트 커버를 다시 짜야겠네요.
그리고 밑판을 18mm 자작합판으로 다시 바꿀 예정입니다.
헤드셀도 2개 정도 더 사야할 것 같구요.
* 사건 사고*
마지막 셋팅하다가 V15-5MR 바늘을 부러뜨렸습니다...ㅠ.ㅠ
몇날 며칠을 목공작업과 부품청소 작업에 매달리다, 그리고 장장 5시간에 걸쳐 조립하다 피곤해서 실수를 했네요.
좀 쉬엄쉬엄 쉬어가면서 느긋하게 작업했어야 됐는데 말이죠.
덕분에 작업 완성의 기쁨이 반감되었네요.
* 후 기 *
나름 만족합니다.
LP12 매뉴얼에는 LP12를 변형하거나 개선하려는 그 어떠한 시도도 다 어리석은 일이라고 되어 있네요. 심지어 기본펠트 매트 대신 다른 매트를 쓰는 것 까지 포함해서요.
매뉴얼대로라면 제 턴테이블은 더 이상 LP12라 부를 수가 없네요. ㅎㅎ
게다가 더스트 커버까지 바꾸면 LP12라는 글자 조차 다 사라져 버리고 말이죠.
하지만 소리는 잘 나옵니다.
톤암을 바꿔서 그런지, 톤암케이블을 바꿔서 그런지 아님 카트리지를 바꿔서 그런지 몰라도 소리는 참 좋네요.
옆에서 마님도 소리가 더 좋아졌다네요.
그럼 됐죠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