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지사 새옹지마 라더니... 사람팔자 바뀌는 것도 손바닥 뒤집기처럼
쉽게 되네요.
평가전에서 줄줄이 박살나고 국민적인 비난의 타겟이 되어
사임압력에 시달리던 일본 오카다 감독, 한 순간에
일본 축구를 구한 희대의 영웅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습니다만, 이러다가 정말로 공언하던
4강까지 올라간다면 오카다를 축구의 신으로 모시는 신사(神社)라도
생길 기세입니다.
반면, '한국축구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일군 토종감독'으로 온통 장미빛
영광만 안고갈 줄 알았던 허정무 감독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본'이라는
암초 때문에 뒷골깨나 땡기겠습니다.
16강이고 뭐고간에 이제부터가 진검승부 구간이군요.
공교롭게도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과이'라는 이름을 단 남미팀과
8강을 겨루게 된 것도 절묘한 '운명의 얄궂은 장난'으로 보입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도 예선 3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물론, 감독의 역량이라 할
전술운용 능력에서도 일본이 훨씬 더 후한 점수를 얻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팀이 16강 진출한데에는 상당한 운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겠고요...
이런 판국에 혹시라도 일본이 파라과이를 꺾고 8강전에 진출하는데
남미 지역예선을 겨우겨우 통과한 우루과이에 한국이 지는 일이라도
벌어진다면 허 감독이 이제껏 쌓아올린 영광은 하루 아침에 날아가버리는거죠.
한국팀이 8강진출에 실패한다면 국내 팬들, 16강 진출은 싹 잊어버릴겁니다.
그저 허 감독에게는 '역대최강'이라는 대표팀 자원을 엉터리로 운용한 패장,
졸장의 멍에 밖에는 뒤집어 쓸 게 없을 듯 보입니다.
따지고보면 영광과 오욕은 종이 한 장 차이요, 순간일 뿐이긴 하지만
허 감독, 고작 며칠 간의 영광과 환호 뒤에 쓸쓸하게 고개 떨구고
무대에서 내려올 것인지, 정말로 영웅의 면을 보여줄 것인지
이제 내일이면 반쯤은 결판이 나겠습니다.
나머지 반은 오카다가 쥐고 있을 것이고....
아무튼 일본팀.. 도깨비팀이 따로 없군요..
P.S. 우루과이, 파라과이라는 국명의 '과'는 '큰 물(이과수江)'이라는
원주민 언어에서 차용한 것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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