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쟁이에게 정착이란 게 어디 있겠어요? 바꾸는 재미로 하는 게 오디오인데.....
물론 가끔은 그만 신경 쓰고 음악만 열심히 듣자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합니다만 거꾸로 " 이 오디오에서 이 음반 들으면 너무 좋을 거 같아! " 라는 생각 덕분에 안 듣던 음악도 듣게 되곤 하죠.....
얼마 전에 시스템을 갈아 엎었는데, 왠지 이번에는 좀 오래 쓸 거 같은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한 번 쓰다가 내쳐본 뒤 아쉬워서 다시 들이는 기기는 오래 쓰게 되더라구요.
MBL 311e.... 예전에도 썼었는데, 그 소리를 잊지 못하고 다시 찾아서 들였습니다.
와이프도 이 스피커 소리를 참 좋아해서 "그거나 다시 사!!!" 하고 말하곤 했습니다.
이 모델 위에 우퍼 하나 더 달린 톨보이가 있던데, 장터에서 딱 한번 봤습니다만 나오기만 하면 꼭 들여보고야 말 겁니다.
아무튼 그만큼 이 스피커가 마음에 드네요.
리본 트위터 특유의 다이아몬드 트위터 하나도 안 부러운, 이쁜, 찰랑거리는 고음에 중역대, 저역 모두 빠지지 않습니다.
이런 타입의 우퍼가 그렇듯 구동력 좋은 앰프로 잘 울려주기만 하면 되는데, 이 스피커 쓰는 분들마나 말씀하시듯 이 툭하면 눈 앞에서 사라지는 스피커입니다.
Krell 30i.... 이 CDP는 딱 10년 만에 다시 들였네요.
예전에 일 때문에 미국에 머무르면서 현지의 심심한 나날을 위로하고자 구입했었던 CDP입니다. 한국에 들어올 때 싣어 왔지만 미국과는 달리 좁은 공간 탓에 정리하면서 제 손을 떠나보냈는데, 이제서야 다시 만났네요.
역시 참 좋습니다. 크렐의 CDP는 30i 포함해서 250cd, 300cd, 280cd, SACD Standard... 음... 이 정도 써 본 거 같습니다.
늘 한결 같은 느낌이 있는데, 피아노 소리의 톤입니다.
실제 피아노 소리에 아주 가까운 무겁고 또렷한 소리.... 딱 그런 톤입니다.
그러면서도 해상도가 아쉽지 않은 소리...
위로 뚜껑 여는 것과 CD를 넣고 스테빌라이저를 올리는 것도 나름의 만족감에 일조합니다.^^
Wadia 6.... 이 CDP도 이번이 세번째인 거 같네요.
연식이 있는 기기이지만, 현역기로 전혀 아쉬운 부분이 없습니다.
픽업도 최근에 교체했고, 기어, 벨트 부분도 교체해서 부드럽고 착하게 동작하네요.
와디아의 성공은 무엇보다 케이스에 있는 거 같아요.
이 부분은 제프 롤랜드나 골드문트 모두 마찬가지 같습니다.
든실한 샷시가 소리에 기여하는 바도 있겠지만, 기기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데 큰 몫을 합니다. 비지니스 감각에서 비롯된 것인지 엔지니어적인 마인드에서 시작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이후에 나온 21도 써봤지만, 발매 당시 플래그쉽이었던 6가 크게 뒤지는 건 없는 거 같습니다.
엠퍼러 프리.... 사실 엠퍼러 프리에 대해 잘 모릅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인티만 열심히 써서 프리 앰프와 친하지 않았거든요.
아주 예전에 분리형 써보고 복잡해서 관뒀던 일 이후 인티만 지조있게 썼었는데 우연히 들이게 되었습니다.
삼성에서 회장님 어명으로 만들었다고 하던데 기기적으로는 아주 잘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리모콘만 봐도 요즘 나오는 하이엔드 기기들의 알루미늄 절삭 가공된 리모콘 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아 보이고, 볼륨 키가 엄지 손가락 동선에 사선으로 배치된 것도 꽤나 신경 쓴 증거처럼 보입니다.
아직 여러 파워 앰프를 물려보지 않아서 정확한 성격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MBL이 늘 투명하면서 당찬.... 뭐랄까요 소리들이 쏟아져 나오는 듯한 그런 개방감 있는 성향이란 점 감안하면 이 프리가 아주 투명한 것은 아닌 것 같고 적절한 깊이를 만들어 주는 성향으로 생각됩니다.
마크 레빈슨과 관계가 깊은 제품이라고 해서 마크 레빈슨을 아예 들여볼까 생각했지만....... 음. 이것도 인연인데 좀 더 놀다 가라고 해야겠죠.
MBL 8006a 파워 앰프.... MBL 이 하이엔드 브랜드라고 하던데, 최근에서야 그런가부다 하고 진심으로 동감하게 되었네요. 잘 써보질 않았거든요.
다른 기기 메뚝 하러 갔다가 프리나 상위의 파워, CDP 가끔 들어봤지만 남의 집에 있어서 좋은 소리 나는 줄 알았거든요.
최근 7006 막내 인티 써보고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 아니.... 이건 뭐.. 엔트리가 이 정도라니.... "
샵에 가서 다른 기기들도 들어봤는데 참 한결 같더군요.
위 아래 막론하고 한결 같이 소리가 좋습니다. 들으면 좋은데 그 위에 모델은 더 좋은 느낌... 아무튼 표현하기가 쉽지 않네요.
독일 넘들 무서운 거 같아요.
여기까지가 마루에 있는 애들이고.....
방에 있는 박스에서 잠자고 있는 애들도 좀 있는데....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걔네들도 모으면 딱 한 세트 될 거 같습니다.
와이프가 이것들 뭐냐고 물으면.... 그냥 박스라고 하는데...ㅎㅎㅎㅎ
위에 있는 기기들 오래 쓰면 걔네들은 박스에서 쭉 살아야 할 거 같습니다.
나름 한 가닥들 하는 기기들인데.... 지들 운이죠 머..... ㅎㅎㅎㅎ
가끔 오디오는 박스 안에 오래 있어도 상하지 않아서... 변하지 않아서.... 참 좋다는 생각..합니다. (좀 미안하네요. ㅎㅎ)
좋아하는 음악들이 그러하듯이 언제 찾아도 항상 절 반겨 줍니다.
좀 더 여유가지고 좀 더 음악 들으며 쉴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미래의 그런 날을 기다린다기보다 예전 그랬었던 날들을 추억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