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9시쯤 다 되서 사업장 문을 여는데, 오늘은 급한 일이 있어 7시쯤 출근해 일을 하고 있었어요. 문을 열고 담배를 한대 피우고 있는데, 어떤 개년이 상추를 검은 봉지에 넣어 저희 집 전봇대 앞에 버려놨더라구요. '미친년, 야채값도 비싸다는데 상추 사 쳐 먹을 돈은 있어도, 음식물 쓰레기 봉투 살 돈은 없단 말이냐.' 라고 생각하다 들어 왔어요. 조금 있다 집에 올라 갈 일이 있어 나왔는데, 부스럭 소리가 들리길래 쳐다 봤더니....
저희 동네에 종이를 주으러 다니시는 할머니들 중 가장 연세도 많으시고, 힘도 없으셔서 박스는 가져가시지도 못하시고, 조그마한 종이 쪼가리만 주워 가시는 분이 계세요. 허리는 거의 90도로 구부러져서 걸어다니시는 뒷 모습만 봐도 짠한 생각이 드는 그런 분이신데...그 분이 조그마한 몸을 구부리고 비닐 봉투에서 상추를 고르고 계시네요.
'할머니, 그거 드시려구요?' 하고 여쭤봤는데, 쳐다 보지도 않으세요. 연세가 많이 드셔서 귀도 잘 안들리시나 봐요. 옆에 앉아 큰 소리로 다시 여쭤보니, 이렇게 보드랍고 먹을만한걸 버려 골라 가져가 드신다더라구요.
지갑에서 만원짜리를 꺼내 할머니께 드렸어요. 처음에는 돈인지도 모르시더니...할머니 손을 꼭 쥐고 드렸더니, 그제서야 알아보시고 '내가 이런걸 받아도 되나?' 라고 말씀하시네요. '그거 드시면 아프실지 모르니까 이거 가지고 맛있는거 사드세요.' 라고 말씀드리고 집에 올라갔다 왔는데, 그 때까지 상추를 고르고 계시더라구요....
아침 먹으면서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다음에 뵙게 되면 어디 사시는지 꼭 알아 오라고 하시네요. 나물 같은거 사오시면 가져다 드리고 싶다구요.
오늘은 착한 일 한가지 했으니, 급한 일 빨리 끝내고 투표하는 길에 로또 한장 사와야 겠어요. 모두 투표는 하셨죠?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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