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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毒)을 차고〉- 김영랑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0-06-01 20: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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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90

제목

〈독(毒)을 차고〉- 김영랑

글쓴이

장준영 [가입일자 : 2004-02-07]
내용
내 가슴에 독을 찬 지 오래로다.

아직 아무도 해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

벗은 그 무서운 독 그만 흩어 버리라 한다.

나는 그 독이 선뜻 벗도 해할지 모른다 위협하고



독 안 차고 살어도 머지않아 너 나마저 가 버리면

수억만 세대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

나중에 땅덩이 모자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허무한듸!" 독은 차서 무엇 하느냐고?



아!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 않고 보낸 어느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듸!" 허나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네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어우고 할퀴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막음 날 내 외로운 혼 건지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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