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괜찮은 한국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해서 다 챙겨보고 싶었는데, 이창동 감독의 "시"에 이어 오늘은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를 근처에서 밤 상영으로 관람했습니다.
홍상수 감독 영화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전작을 다 관람했는데, 언젠가부터인지 이 감독 영화가 부담없이 참 기다려지더라고요. 이번에도 "시"를 더 기대하긴 했지만 "하하하"를 가장 즐겁게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영화니까요. 홍상수 초기작의 냉소적이고 어두운 부분들이 서서히 탈각되더니 이번에는 아주 발랄한 코메디가 되었습니다. 세상이나 인간을 보는 시각은 변하지 않았는데 그 시각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변했달까, 감독의 심경변화가 느껴집니다.
홍상수감독의 장점은 인간에 대한 케리커쳐 그리기에 탁월한 재주가 있다는 것이죠. 특히 지식인에 대한 케리커쳐요. 사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아주 현실적인 인물들은 아닙니다. 그 찌질함이나 옹졸함이 상당히 과장된 일종의 케리커쳐죠. 특히 자신에 대한 어쩌면 위악적 묘사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들을 한 잔 막걸리와 함께 히히덕 거리면서 편안하게 바라보는 느낌이 들더군요.
특히 문소리의 연기는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배꼽을 빼는 가벼운 연기인데 너무나 천연덕 스러워서 대단한 내공이 느껴지는 그런 연기를 보이더군요. 근래 배우들의 연기 중 가장 인상이 깊었습니다. 그 외에도 유준상, 김강민, 홍상수의 페르조나인 김상경, 예지원, 개념배우 김규리(김민선), 윤여정이 출연합니다. 환상적인 케스팅이죠.
이번 주가 3주차인듯 싶은데 오히려 첫주보다 개봉관과 상영 시간이 늘었습니다. 아마 입소문을 탄 덕분이겠죠. 칸에서 주목할만한 시선 상도 타고 해서 이래저래 호재가 생겼네요.
하여튼 올해 최고의 코메디 영화였습니다. 극장에서 관객들이 여러번 낄낄거리고 박장대소 해서 참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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