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여년의 바꿈질.. 그 시작엔 음악이 있었고 그 음악을 더 멋지게 듣고 싶다는 바램이 있었고 홈시어터의 꿈이 있었고 멀티채널 음악의 새로움에 대한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뒤돌아 보기엔 이른지 모르겠지만 국민학교 5학년쯤 첨으로 음반을 구입하기 시작한 이후로 항상 음악과 함께 살아왔지만 이 7여년동안 만큼 음악을 즐기지 못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신에 오디오라는 즐거움을 만끽하긴 했지만 이젠 멈추고 싶다고 생각한지 2년 정도가 지났고.. 아직도 멈추지 못한 것은 무엇때문이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글로 쓰기엔 좀 긴 여러 이유들이 있습니다만 정리하자면 하이엔드에 대한 열망이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이었을겁니다.
최근엔 크리스의 콜로서스와 씨름하느라 바빴는데요.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그래도 하이엔드급이라는 사실을 믿는다면 말이죠. 아파트의 작은 방에서 제대로 된 소리가 나도록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면서 제 오디오 생활의 변혁을 예고하는 단순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제가 상당히 단순한 논리로 생각하고 움직이다 보니 나무만 보고 산을 보지못한 격인데요. 실상 오디오적 쾌감과 하이엔드를 즐기기 위해서 가장 우선시되야 할 것이 오디오파일용 소스입니다. 꼭 오디오파일용 음반이다 하는것이 정해져 있진 않지만 비교적 그런 소스들이 있고 아닌 소스들이 있는 건 사실이죠. 그리고 소스의 차이에 따라 시스템이 달라야 만족할 수 있다는 것도 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구요.
경음악, 보사노바, 영화음악.. 이런 것들을 즐기면서 하이엔드적인 사운드를 추구하게 되면 얻는것도 분명 있지만 잃는 것도 많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명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거실에선 정말 소리 멋지던 스피커가 방에선 힘을 못 쓰는 걸 어떻게 해야 하나.. 아, 오디오란 것이 실은 공간이 젤 중요하잖아요. 같은 기기라도 공간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구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엠프를 바꾸고 선재를 바꾸고.. 그래도 힘들면 스피커를 교체해보고.. 이런 노력들을 하다가 문득.. 나 바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은 위의 이야기들은 음악적 취향이 하이엔드 경향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는 그래서 실제로도 보면 빈티지 경향의 소리로 음악 생활을 하시는 분이 많이 계시죠. 여기서 빈티지라 함은 오래된 오디오를 뜻함이 아니라 그런 경향의 소리를 뜻합니다. 이러한 음악적 취향에 따른 오디오의 선택과 공간에 따른 튜닝 및 오디오 바꿈질에 관한 2가지 이야기인데요.
문득 옛날 일들이 생각나더군요. 이사를 가면 저는 젤 먼저 오디오부터 챙기고 그것부터 설치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엠프를 기본 상태로 설정한 후 좋아하는 곡들을 들으며 스피커의 톤조절을 하느라 며칠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게 마음에 들면 그 이후에는 음악이나 그날의 기분에 따라 엠프의 톤조절을 조금씩 바꿔가며 음악을 들었죠.
??????
그때 제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상업적인 이유와 고음질의 추구 때문에 사라진 스피커와 엠프의 톤조절 기능.. 그것이야 말로 극한의 하이엔드를 추구할 이유없이 적절히 음악을 즐기고픈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거실에서 울리던 소리가 데드한 방에서 답답하게 느껴진다면 그냥 베이스 톤을 좀 더 올려서 들으면 그만인 것을.. 왜 엠프를 바꾸고 스피커를 바꾸고 했어야만 할까.. 거실로 나가면 다시 또 스피커를 바꿔야 할지도 모르는데.. 물론 톤조절없이 바꾸는 쪽이 더 좋은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지금은 그런 스피커를 사고 싶어도 매우 드물죠.
크리스만 건재했다면 저는 아마도 10인치 3웨이의 큰 부족함 없는 제 스피커에 톤 조절 기능을 달아 달라고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결코 백프로 아니 칠십프로도 만족하기 어려운 오디오를 다양한 소스에서 만족하기 위해 2조 들이고 운영할 공간과 여력이 안 되는 사람들은 기본적인 공간에 따른 느낌은 스피커로 조절하고 소스에 따른 차이는 엠프로 조절하면 쉬운데 말이죠. 물론 이퀄라이저라는 물건이 있습니다만.. 단순한 저에겐 그냥 고음, 저음 정도의 조절이 적합하고.. 이퀄라이저에 대한 음질열화의 걱정에서는 좀 자유롭지가 않군요.
이 스피커에 그런 기능이 있다.. 마란쯔7 프리에 톤조절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건 아니구요. 어느정도 금액을 투자하면 음질은 만족할 수 있음에도 미세한 취향과 공간의 차이 때문에 바꿈질을 멈추지 못하는.. 스스로가 우습기도 하고 해서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