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근에 셀레스천 12si를 구해왔습니다. 멀리 대구까지 가서 1박2일에 걸친 셈입니다. 머랄까, 옛 친구를 만나러 가는 느낌이랄까...그럴수 밖에 없는게 제 젊은 시절 오디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때 유달리 셀레스천이라는 브랜드가 나를 잡아 땡겼습니다. 제가 처음 사용했던 스피커가 셀레스천5이였고요. 음색이 너무 맘에 들었고, 그 상급기종으로 당시 유명한 북셀프 SL 6si는 어떤 소리일까 늘 궁금했었죠.
용산 나진상가 어디가게에서 SL 6si에서 울려나오는 원전연주는 내가 듣던 스피커 보다는 매우 소리가 좋았고, 악기가 스피커 밖으로 튀어나와 공간속에서 울리는 듯한 느낌에 나의 맘속에 위시리스트로 Celestian SL 6si는 자리 잡았습니다. 단돈 몇푼도 궁한 시절에는 그런 스피커 사기도 만만치 않았었죠.
직장을 구해 푼돈 몇푼 만지다 보니, 고만고만한 오디오들이 18평 아파트 거실을 들락거리더니, 마침내 셀레스천 6si 는 우리집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짜식~ 생긴것도 이쁘게 생겼더구만요. 그러나, 불행인지, 거실에는 이미 안방마님, 로저스 3/5a 11옴이 주거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앰프는 el34자작품이었구요. 당시는 해상력 제일주의로 막가파식 오디오를 하고 있던 시절이라, 3/5와 셀6는 숙명의 대결을 펼쳤습니다. 음색은 내가 더 좋아하는 음색이었으나, 셀6는 몇일 못 버티고 쓸쓸히 우리 집을 떠나갔습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솔직히 중역대의 해상력으로 3/5를 당할 수 있는 스피커는 몇이나 있을까요? 기천하는 하이엔드 스피커하고 맞짱뜨는 놈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독특한 고역(고역의 해상력은 좋아요), 절대 벙벙대지 않는 저역(차라리, 안내면 안냈지..ㅠ)은 셀레스천 북셀프의 매력이었지요.
작년에 장터에서 셀6가 발각(?)되고 단숨에 달려갔지만, 애통하게도 상태가 좋은 놈이 그리 많지는 않더군요. 까짓거 외관의 세월의 흔적이야 어떻겠습니까? 소리는 정상적으로 잘 나와야 겠지요. 셀레스천에 대한 나의 미련은 접고, 다른 얘들이랑 잘 놀고 있을 즈음, 최근에 장터에서 6의 형님뻘인 12를 발각하고 체포했습니다.
- 음압 : 86DB
- 임피던스 : 8옴
- 재생주파수대역 : 58Hz-20KHz
- 크기 : 28.6×20×53
- 무게 : 개당 13.4㎏
- 구성 : 밀폐형 3웨이, 1.25" 하드돔, 중저역 6 1/2" 폴리머콘
셀레스천사는 스피커 전문회사로 1924년 영국의 템즈강변의 Hampton Wick라는 마을에서 Cyril French라는 엔지니어에 의해 창립된 역사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오래된, 메이커입니다. 요즈음은 뜸하지만, 1990년대 SL시리즈 나오고, 700나올때가 전성기를 찍은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매칭만 잘 한다면 단단하고 풍만하게 재생해주는 저음이 상당히 매력적이며 브리티쉬 사운드의 편안하고 달콤한 음색을 맛볼수 있으며 네임 분리형 제품군과 좋은 매칭, 아큐페이즈 프리/파워 제품과도 매칭이 좋은 편이라고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ㅋ
우리집 거실 메인 시스템에 꽂아 넣었습니다. 일단 매칭 유무보다, 얘의 실력을 확실히 파악하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6와 달리 바이와이어링을 지원하네요. 별로 안 반갑네요. 전 바이 케이블이 없어서, 또, 단자가 요즘게 아니라서, 말굽은 되는데, 바나나가 안됩니다. 그래서, 좋은 막선(?)을 꽂았습니다. ㅋ
음악은 시디 두장 정도 돌려보았습니다. 듣기 좋은 현 중심의 클래식과 김광석 실황녹음입니다.
소리에 대한 평을 해 보겠습니다.
역쉬 저음이 예상보다 대단합니다. 소리도 잘 펼치는 군요. 프로악 1sc와 로저스 3/5a 비교해 따져보면,
고음은 역쉬 셀레스천 특유의 트위터인지 느낌이 좋습니다. 하드돔이라서 아주 미끌어지는 느낌은 없지만, 결이 나름 세밀하고 절대 쏘지 않으면서도 정확하게 재현하는 편입니다. 아울러 프로악이 특유의 고음착색을 갖고 있듯이 셀레스천 특유의 음색을 갖고 있습니다. 프로악보다는 덜 달라붙습니다. 해상력도 좋은 편이고요. 현소리나 김광석의 하모니카 소리가 아주 매력적입니다.
중음은 역쉬 단정하면서 밀도감있네요. 해상력부분에 있어서는 3/5에 밀린다고 봐야 합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소리에도 음핵이 있고, 음핵 주변에 묻어나오는 여음이나 배음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3/5는 이런 부분까지 하이엔드급 소리를 냅니다. 셀레스천은 그런 부분에서 3/5에 약간 못미칩니다. 그러나, 음핵은 밀도감 있습니다. 그런 점은 프로악1보다 낫습니다.
저음은 셀레스천 12의 승리이네요. 할크로로 때려주니, 앰프때문에 저음이 안나온단 얘기는 못할거고~ 일단, 저음을 아래쪽으로 쫙 뽑아냅니다. 벙벙대지 않습니다. 엉키지 않습니다. 3/5는 저역에 한계가 있으나, 셀레 12는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고, 타이트하고 밀도감있는 저역은 프로악과 비교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저역에도 해상력이 있습니다. B&W 800시그너처에 비하면, 해상력과 음핵주변의 해상력이 못 미칩니다. 그러나, 이 작은 스픽이 내는 저음치고는 상당히 단단합니다. 다이나믹합니다. 의외로 김광석의 비트있는 전자악기들을 아주 흥겹게 울려대서 어깨가 들썩입니다. 아마도 저역이 밀도감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평가를 해보면, 셀레스천 12는 볼매스타일의 모범생입니다. 고역은 더 논할 필요없이 합격입니다. 중역 및 저역도 음색이나, 밀도감이 좋고 전체적 밸런스도 훌륭합니다. 단 한가지만, 흠을 잡겠습니다. 중역과 저역의 섬세한 해상력, 하이엔드급의 해상력이 부족합니다. 이 스픽에 그런걸 요구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점을 잡아야 한다면, 그것입니다. 웬지 당시 셀레스천 스피커 엔지니어에 존경심이 솟아오릅니다. 이 작은 스피커가 갖고 있는 이 밸런스감, 밀도감, 음색, 이 저역, 솔직히 감탄이 나옵니다. 솔직히 요즘 나오는 발달된 유닛을 다시 사용해서 그 엔지니어가 스피커를 만들어 낸다면,...
엄청난 결과물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장터에서 이 스픽을 구한 가격을 보면, 달리 할말이 없습니다. 저의 메인 시스템에 800 시그너처 옆에 세워둘 스픽으로는 프로악보다, 3/5보다는 셀레스천 12si가 적절하군요.
간만에 음악을 맛있게 들었습니다. CD듣다 잠도 들고.. 무엇보다, 옛 친구같은 셀레스천 스피커 만나니 반갑고,..그렇지만, 또 언젠가는 이별하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