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는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 있는가?







철학자 하이데거는 선가(禪家)에서 말하는 ‘화두’라는 개념을 자기나름대로 해석해, “평생 동안 오직 하나의 질문만을 갖고 추구할 뿐”이라고 했죠. 그가 이르고자 하는 존재물음의 당위적인 선형적 통일성은 이것입니다. 즉 존재론[존재자와 존재의 차이성]적 물음의 일자(一者)성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가 추구한 언어의 파생기원은 모두가 존재물음의 정점이라는 이름의 ‘뿌리’를 구축하는 데서 비롯했습니다. 들뢰즈의 저서 <천개의 고원>에서 중심적으로 등장하는, n(차원)-1(일자)의 공식을 여기 대입해보면, 그의 언어적 연쇄성, 즉 비기표적인 변이의 선은 통상적으로 무한한 차원의 선을 리좀적(배타적인 이접, 즉 단절+재생산) 원리로 거침없이 뻗어나갑니다. 따라서 그의 존재철학은 서두와 말미라는 이중적인 병합방식의 도식 아래 있다기 보다는, 특별한 도출점이 결여된 평이한 존재물음의 생성, 바꿔 말해 하나의 시학을 써내려갈 뿐이라는 당착의 도식에 착안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의 중심적인 철학적 물음들, 이를테면 {존재물음의 필연성, 구조 그리고 우위}·{존재물음의 정리작업에서의 이중의 과제. 탐구의 방법과 그 개요}·{현존재의 본래적인 전체존재가능과 염려의 존재론적 의미로서의 시간성}등의 주요과제들이 결론이 아닌 제시라는 차원에서 공시(共時)적으로 남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 점이 바로 들뢰즈가 그를 그다지 위대한 철학자로 보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죠. 쉽게 말해서, 그는 동어반복의 순환선을 그리다가 어떤 커다란 아이디어의 족적을 남기지 못한 채 영면한 철학자라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과거 하이데거라는 반헤겔적 독일 철학자는 분명, 개념을 근본틀로 한 현대철학의 최근 흐름을 축약하건대, 사태와 사물, 시공과 공(空), 분자와 원자 등의 복속의 메커니즘을 연구(탐구)하는 새로운 철학의 근거가 된 위대한 철학자임이 자명하지만, 헤겔과 마찬가지로 이미 가장 낡아버린 늙은 사유의 원형이 된 철학자이기도 해요.





평생 동안 하나의 물음만을 탐구한다는 것은, 최근의 흐름(예컨데 요즘 철학자들이 과학과 수학 그리고 온갖 잡학과 정보이론까지 망라하려는 시도를 봐서는)을 조망하자면, 단지 낡은 수법에 불과한 듯 싶습니다. 하이데거는 이미 현대 메이저라는 최근류(最近類)에서도 벗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 수도승 같은 철학자에게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그의 철학서들이 일관되게 과학이라는 강제적인 논리에서 우리 존재의 가치성을 ‘지양’하려는 추상적 시도를 한 바 있습니다. 이는 평생을, 과학의 기계성과 무서움을 경계한 자연의 철학자가 모색한 길, 이른바 숲길입니다. 우리는 지금에 이르러, 필경 남한(South Korea)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전쟁기계의 위험을 느낄 것입니다. 과학은 우리에게 혜택을 가져다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필멸하게 하는 유일한 원인의 씨앗이라고 약칭할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삶의 문법은 항시 과학의 논리라는 이중적 이율배반성에 갖혀 있습니다. 그 문법의 과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언어학자 촘스키도 풀어내지 못하는 강렬한 숙제입니다. 하이데거가 시도하려고 했던 존재론에 대한 열정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 존재, 그러니까 개개인의 현존재를 직시하고 자각하여 마침내 전체적인 인식의 지평의 전환까지 귀착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존재, 그렇습니다. 존재를 알아야 합니다. 모든 존재적인 것에 저는 모든 세상 문제점의 해결방안이 숨겨져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 이유를 저는 오늘 밤도 그의 초기 저서 <존재와 시간>을 읽어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