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힘든 회사일을 마치고 룰루랄라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노트북을 비롯해서 짐이 좀 많았는데, 운 좋게도 승차역인 신대방역에서부터 자리가 있어서 앉아서 갈 수 있더군요, 아싸~.
극강의 난이도로 짜증나 죽겠지만 그래도 판을 깨는 재미에 요즘 심취해 있는 엘쥐폰의 밍글맹글 quest4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신림역 정도였나에서 왠 미모의 젊고 아리따운 여성이 백팩 스타일의 노트북 가방을 가지고 옆자리에 앉더군요.
근데, 이 여성이 가방을 뒤지는지 자꾸 뒤척이면서 팔이 닿더라구요. 지하철 타고 다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좌석이 워낙에 빽빽해서 앉아 있는 상태에서 주머니에 있는 뭔가를 꺼내는 것도 옆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지라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인데, 이 여성은 유난히도 심하게 뒤척이는 겁니다.
모야, 짱나게 이러고 있는데, 갑자기 잠실까지 몇분이나 걸려요? 이러면서 물어보더군요. 좀 놀라는 듯 하며 한 30분 정도 걸릴 거 같다니깐 그렇게 많이 걸려요? 그러더군요. 그래서 네 25분에서 30분 사이는 걸릴 거 같다 그랬죠.
그러고 잠깐을 가더니 어디까지 가는 지 묻더군요. 그래서 잠실까지 간다고 그랬습니다. 그랬더니 잠을 좀 잘테니깐 잠실 도착하면 깨워달라더군요. 네 그랬습니다. 여기까진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갑자기 어깨에 기대서 자도 되겠냐는 겁니다. 어, 순간 이거 뭐지?? 얼굴은 착하고 예쁘게 생긴 처자인데, 뭘까?? 몰래카메라 어디 숨겨뒀나?? 등등의 생각들이 막 스쳐 지나갔지만, 그 순간에 안 되겠는데요 하기가 참 어렵더군요. 그래서 그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삼성역 정도까지 나름 열심히 기대서 자더군요, 전 이런 순간이 워낙에 낯선 초절정 순수남(??)이어서 콩닥콩닥거리며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랬죠.
그러고 한 20분쯤 가다가 삼성역 근처에서 일어나더니 이젠 몇 분 남았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핸펀을 보면서 10분 정도면 될 거 같다 그랬는데, 핸펀에 제 둘째 사진이 있는 걸 보더니 결혼했냐고 그러더군요. 네 했어요 그러니깐 왠지 실망하는 눈치던데, 과연 이게 무슨 상황일까 계속 고민하게 만들더군요.
그러고는 계속 말을 걸던데, 머리 무거웠냐 자기 나쁜 사람 아니다 자긴 직업이 레크리에이션 강사다 집이 잠실이냐 부잔가 보다 나이는 몇살 쯤 됐냐 뭐 이런 것들을 계속 물어보는 겁니다.
그래서 걍 건성으로 네네 그랬더니 말이 참 짧으시네요 원래 그러세요? 이러더군요. 속으론 이 상황에서 댁이라면 첨 본 사이에 어깨 기대어 자겠다는 처자랑 수다 떨겠니? 그러면서 왔죠, ㅎㅎ.
어쨌든간 잠실에 도착해서 여기 잠실이예욤하고는 전 내려서 도망쳤습니다, 왠 이상한 여자야 이러면서요.
집에 도착해서 생각해보니깐 제가 워낙에 순수하면서도 멋져보여서(^^) 첫눈에 반하여 정말 사귀어 보고 싶다는 그런 착한 마음이 아니었을까라는 망상을 잠시 해봤지만, 와이프에게 얘기했더니 왠 꽃뱀한테 물릴 뻔 했다고, 어케 그런 상황에서 어깨에 기대어 자도 좋다고 할 수 있냐고 씩씩거리더군요, ㅋㅋ.
혹시 비슷한 경험있으신 분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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