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수입니다.
알파2를 들였습니다. 거실에 놓아 두었습니다. 중고로 들인 알파2는 전 주인이 애지중지하던 물건이었습니다. 이 게시판에도 그분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상태가 매우 깨끗하게... 음악을 아주 정감있게 듣는 분임을 한 눈에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 분과 같이 알파2를 박스에 싸면서...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저도 기기를 많이 시집보내본 사람으로서, 기기를 정말로 사랑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웅얼거리는 걸 들으면서.....
"그래 잘가라.. 언젠가 다시 만나자.."
저는 기기를 가지고 나오면서, 비록 우리집에서 울려보지 않았지만, 이미 많은 포만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주인에게 그렇게 사랑받던 기기라면, 더 들어볼 필요조차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한동안 그냥 그렇게 세워두기만 했었습니다. 상태는 매우 좋았습니다.
다인25se와 나란히 들었더랬습니다. 조합은 다인25se와 찰떡 매칭인 오리LS25와 플리니우스 100mk3 파워에 물렸습니다. 다인25는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마다 자기가 꽂히는 스피커가 있나 봅니다. 혹자는 B&W에, 혹자는 다인에, 혹자는 카시오페아..... 저 한테는 카시오페아 알파가 더 좋게 들렸습니다. 어느게 낫다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 저마다의 장기가 있으니까요...^^
다인은 특유의 꾸밈에 하이파이적인 광대역까지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카시오페아를 택한 것은 카시오페아가 보여주는 디테일한 뉘앙스때문입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음악의 아주 미세한 뉘앙스를 여과없이 그대로 내뱉어내주는 것 때문이지요. 소스와 앰프를 거쳐서 나오는 섬세한 표현을 마이크로적인 소리가닥 가닥을 손상시키지 않고 보여줍니다. 저는 취향이 그러한 아주 디테일한 뉘앙스에서 쾌감을 느끼나 봅니다.
허스키한 목소리는 약간 거칠게, 감미로울때는 이쁘게...... 다인은 대부분 이쁜쪽으로 표현해주려 애쓰는 반면, 카시오페아는 그 음악 본연을 보여줍니다. 저는 솔직한 성격만큼이나, 기기에게도 솔직하기를 원하는 쪽인가 봅니다.
대역 전체적으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대편성에 특히, 좋게 들리는군요. 잘 조율된 오케스트라는 특별한 착색의 꾸밈이 없어도 그 본연 자체만으로도 화음적으로 아름답게 들립니다. 카시오페아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저역에서도 과장되지는 않았지만, 질적으로 양적으로 충분한 기분이 듭니다.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요.
현재로는 제게 알파2의 가장 훌륭한 매칭은 보여지는 몇장의 그림과 같습니다. 제가 오됴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카시오페아가 B&W와 같은 모니터적인 성격이 있다는 것입니다. 굳이 카시오페아 스피커가 어느쪽으로 분류되느냐고 따진다면, 음색형이 아니라, 모니터적 성격입니다. 음장도 잘 나오고요.
이제 저는 알파2와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알파2의 천국을 찾아서, 수많은 기기들의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여행이 웬지 설렘으로 다가오네요.
신기한 것은 다인25를 위해 준비했던 기기들에서 카시오페아 알파와 왜 이렇게 좋은 궁합을 보이는지 궁금합니다. 카시오페아가 아무거나 하고 잘 맞는건가? 엉뚱한 상상에 빠지기도 하고... 한가지 고마운 것은 알파2가 생각보다 울리기 어렵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애장기기인 EAR V20에서도 대충 소리가 나와주었다는 것입니다. 강력한 구동력을 요하지 않다면, 앞으로 매우 재미있는 앰프를 많이 만나지 않을까 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