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렇게 비오고 분위기 차분한 날엔 당신은 고추장 더덕구이에 막걸리 한 잔을 대접 받을 자격이 충분하신 분'이라는 마누라의 뭔가 음모스럽지만 달콤한 말씀과 함께 내 앞에 던져진 2마넌어치의 더덕을 두 시간여에 걸쳐 마침내 다 깠습니다(어감이 어째..ㅡㅡ)
오금은 저리고, 뒷목은 뻣뻣하고, 엄지 손톱밑은 쓰리고, 손바닥은 아무리 씻어도 씻
겨지지 않는 진액으로 시꺼멓고 끈적끈적....ㅠㅠ 흐미~~ 더덕까는 일은 내가 해도,
마누라가 한다고 해도, 시장 좌판의 할머니 손을 빌린다고 해도, 겪어보니 사람의
진액을 몽창 앗아가는 노동중의 상노동이네요.
향긋하고 쌉싸름한 맛이 태어나기 까지 그 수고로움과 땀이 이만큼 필요한 요리가
또 있을련지요. 요즘 한식을 세계화 한답시고 설레발 치고 다니는 '발가락 밀수
다이아몬드의 여왕' 윤오크여사께서는 혹시라도 손수 더덕껍질 벗겨 요리책에 올릴
더덕요리 하신 건지 괜시리 궁금해지는 저녁입니다.
'수고 하신 당신 이제 맘껏 누려라!!!'의 한 말씀이 떨어지길 학수고대하며
잠시의 짬에 부디 더덕요리를 왠만하면 드시지 마시라는 겪어본자의 주옥 같은
경험담 한마디를 냄기고 밥상 앞으로 냉큼 달려 갑니다.=3=3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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