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6일
우린 벳남으로 떠났다.
1급 장애인인 41세의 강한 의지력과 긍정적 삶의 자세를 가진
미남형인 서울에 사는 어느 벳남결혼 희망자와 둘이서...
7년전 우연한 사고로 척추를 다쳐 하반신을 쓰지 못하고
휠체어로 활동 해야만 하는 그...
그러나 자동차도 운전하고 혼자서 모든 생활을 할수 있으며
성생활도 할수 있는...
아직은 젊은 나이기에 남은 여생을 좀더 행복하게 살기위해
짝-배우자가 필요하여 벳남결혼을 결심하고
첨으로 인터넷으로 들어가 검색중 젤 먼저 눈에 뛴 업체의
홈페이지에 전화를 걸었는데
인연이 될려고 그랬는지
서울과 이곳의 1000리 거리를
참으로 힘든 확률의 인연을
여러번의 전화대화를 통해 서로 신뢰를 가지고
우린 함께 벳남으로 가자고 약속했다.
요즘 벳남결혼이 까다로워 져서 나이가 많은 분이나 신체장애가
심한 분들은 서류심사에서 많은 곤란을 겪게 되는 되는데,
그런 것은 충분히 해결 가능 했지만
1급 장애인에게 벳남신부를 소개 한다는 것에
고민과 갈등을 잠시 가졌다.
과연 내가 하려고 하는 이 일이 잘못된 판단이며 배필이 되는
벳남여성에게 어떤 죄를 짓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며칠동안 스스로 자문을 던져 보았다.
결론은...
괜찮다는 것이었다.
물론 성사를 시켜 주면, 금전적 이득이 생긴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었지만
돈을 떠나,
두 사람간의 필요와 충족 그리고 출발과 과정, 미래를 그려 보았다.
한국남자는 신체적 핸디캡을 궁핍한 아내의 벳남가족에게 물질적 도움과
아내를 진정한 인간적 사랑으로 채워 나갈 맘의 준비가 되어 있고
맞선 볼 많은 벳남 여성들 중
신랑이 될 사람이 신체적 장애가 있다고 해도
당장 궁핍한 많은 가족들이, 자신 하나의 희생(?)으로 좀더 행복한 삶을
살수 있을거란, 숭고한 가족사랑의 마음을 가진
몇몇의 여성들이 분명 있을 것이며, 그녀들의 현실적인 그 간절한
필요에 의한 결심과 선택 또한 그녀와 가족들에겐
어쩌면 하나의 기회와 구원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몸이 성하면서도 마음과 정신적으로 잘못된 신랑을 만나
고생하는 많은 벳남 신부들을 볼 때
몸은 장애가 있지만, 진정한 믿음과 이해와 배려로 두사람이
진실한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
오히려 정신적으로 더 행복한 부부가 될 수도 있을거란 가능성도
적지 않기에...
그래서
우린 2007년이 저무는 12월의 늦은 어느날...
인천공항에서 만나, 아시아나 비행기에 몸을 싣고 벳남으로 향했다.
항공사에서는 장애인(휠체어를 타는)에 대한 배려가 생각보다 컸고
진심으로 여러 도움을 주었다.
함께 간 내가 거들어 줄 필요도 없이
출국절차도 직원들이 이용하는 다른 통로를 통해 항공사직원이
휠체어를 직접 밀며 빠르고 간편하게 도와 주었으며 비행기 좌석까지
여러명이 와서 번쩍 안아 앉혀 주는 고마운 서비스를 베풀어 주었다.
벳남에 도착해서도 벳남공항 직원이 와서 직접 휠체어를 잡고 밀어 주며
역시 빠르고 간편한 통로와 절차로 편의를 제공해 주었다.
밤 늦게 벳남에 도착한 우리는
기다리고 있던 지사의 직원들과 차를 타고 호텔로 바로 가서
방을 정하고 휴식의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하고 맞선을 시작했다.
약 20여명의 아가씨(심한 장애인 신랑과의 결혼 서류가 가능한 지역의)
들이 참여 했지만 대부분 그냥 돌아가고 4~5명의 아가씨만 끝까지 남아
결혼의사를 표했다.
그 중, 예비신랑의 마음에 든 2명의 아가씨를 두고 결정에 많은 고심을
거듭하다 인물은 좀 쳐져도 맘씨가 착하고 순박해 뵈는 아가씨가 선택 되었다.
...
한국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맞선...
하반신을 전혀 쓰지 못하고 휠체어 없인 움직일수 없는 낯선 나라에서 온,
첨 본 남자에게 자신의 젊음과 인생을 함께 하려고 결심하는 벳남의 그 아가씨들...
더욱 놀라운 것은, 비록 가족을 위한 결심 이라 해도
그녀들의 그 표정, 예비신랑을 바라보는 그 표정들이 조금도 불편해 하거나
돈이란 괴물땜에 마지못해 응한다는 것 같은 느낌을 조금도 느낄수 없는...
그냥
미래의 내신랑, 내 남편될 사람으로 바라보는
그 순박하고 인간적인 눈빛을 담은 표정들...
휠체어 위에 앉아 있는,
몸의 반을 쓸수 없는 불구의 사람-한남자를, 눈에 보이는 몸의 장애를 너머
뵈지 않는
진정한 인간의 실체를 마음으로 더 소중히 생각하는 인간의 정체성에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를 아는 벳남의 순박한 시골처녀들...
(그녀들은 천사였다)
함께 호치민 중심가의 한국식당에 저녁식사를 하러가서
자신의 미래신랑에게 베푸는 벳남 예비신부의 모습에서
아무리 찾으려 애써도 찾을수 없는 자신의 결정에 의한
후회와 불안과 흩트러짐...
그랬다...
내 생각이 옳았다.
많은 사람들은 장애가 심한 한국 남자를 멀쩡한 벳남처녀에게
결혼을 연결하는 업자의 행위를 돈만 추구하는 비인간적인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들을 하지만,
멀쩡한 몸들이 만나 아내가 도망가거나 잘못 되는 경우가
한베 부부들에게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 비해
TV에 가끔 나오는 심한 몸의 장애가 있는 부부나 아내,남편과
진정으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는 부부의 모습들을 바라 볼때
사랑과 행복이란게 정상적인 몸으로만 꼭 가능 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몸이란 껍질속의 깊고 아름다운
정신과 마음이 오히려 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수 있음을 깨닫곤 한다.
그래서
한국여성들처럼 눈에 뵈는 것에 모든 가치를 두지 않고,
인간 본질의 가치를 더 소중히 하는 벳남의 가난한 처녀가
가족애를 향한 스스로의 필요 욕구에 의해 신랑될 사람이
심한 장애인임을 알면서도 결혼에 응하는
그 용기와 사랑이 있는 한, 그 신랑과 충분히 부부로써
잘 살아 나갈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게 되었다.
몸이 불편하여 공원에서 야외 결혼앨범 촬영은 찍지 않았지만,
결혼식은 신부의 가족 친지들을 초청하여 화려한 식장에서
축하 가수들과 무용단원들의 멋진 노래와 춤과 함께
슬프고 아름다운 분위기속에서 펼쳐 졌다.
많은 벳남 결혼식을 지켜 봐 왔지만
이번 결혼식에서는 나도 모르는 뜨거운 감동에서 우러 나오는
눈물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
벳남 사람들은 무서운 사람들이라 느꼈다.
도무지 그들의 진정함이 무엇인지 알수 없는...
물론
한국에서 온 첨 본, 휠체어를 탄 반쪽짜리 남자에게 과감히 자신을
배팅하는 그 신부를 보며 가족친지들도 그런 사람들이라 이해하면
그만 이겠지만
신부에게 받은 감동을 그들이 또다시 던져주니...
나이 어린 신부의 동생들부터 아버지(어머니는 병환으로 불참)와
삼촌들,고모,이모 그리고 나이드신 할아버지와 친척분들...
큰 둥근 탁자에 둘러 앉은 그들의 표정...
언니를, 누나를. 딸을, 조카를, 손녀를
한국이란 나라에서 온, 둥근 두바퀴가 달린 휠체어를 탄 남자에게 시집가려고
웨딩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장에 온 그 신부를 바라보는 그들의 그 눈빛과 모습들을
난 호기심어린 관찰력으로 바라 보았다.
남루한 옷을 입고 태양에 탄 짙은 얼굴들 이었지만,
그들은 진정한 인간이고 강하고 통이 큰 사람 들이었다.
그들의 눈빛에 어느 누구도 그 신부를 불쌍히 여기거나
신랑을 동정하는 생각을 담은 사람은 없었다.
그냥
몸 성한 신랑 신부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축하 해 주는 사람들의
모습의 눈빛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몸 성한 신랑과 결혼하는 벳남신부의 결혼식장에서도 왠지 우러 나오는
묘한 슬픈 감정을 추스리곤 했는데, 이번 그 결혼식에서는 눈물이 나올려 해서
애를 먹었다
(난 눈물에 상당히 강한 편인데..)
겨우 참은 그 눈물의 이유는,
아직 어리고 착한 신부가 성치 못한 몸을 가진 다른 나라의 첨 본 남자에게
시집을 가려하는 현실의 아픈 까닭들을 모르는 그들이 아니었지만
돈이란 못되고 괘씸한 것 땜에 이뤄진 현실을
그 여유, 그 자존심, 그 겸손, 그 아프고 아름다운
인내의 바탕을 둔 인간적 내음과 향기들...
눈 앞의 부족하고 안타깝고 아쉬운 이유들에 쉬 빠져 흔들리고 흩트러지는
못난 마음이 아닌
아프고 모자라는 그 어쩌지 못하는 까닭들을
오히려 마음 열어 받아 들이고 함께 해 버리는
지식과 높은 계산이 따를수 없는,
벳남 사람들만이 가능한
무섭도록 깊이를 알수 없는 강한 정신력과 자연이 아르켜 준,
인간의 본질을 사랑하는 그들만의 특별한 영혼과 인생관과 철학...
벳남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평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
간단한 예로..
복잡한 호치민 도심지에서 승합차를 타고 가다보면,
갑자기 옆에서 차 앞을 아슬하게 지나치는 오토바이들...
한국 같으면, 당장 차 운전자는 그 오토바이 운전자를 향해 쌍욕을 하거나
그 오토바이를 따라가 대판 싸움을 하겠지만
수 많은 그런 장면을 바라 봤지만
한번도 차량 운전자가 눈하나 찡거리며 인상을 쓰는 것을 보지 못했으며,
서로 양보하며 그냥 자연스레 모든 것이 그렇게 움직여 나갔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그런 그들의 겸손과 인간적 여유로운 모습은
결코 그들이 비판 받을 빗나간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우리 견지, 습관, 풍습과 생활모습이 다를 뿐이다.
아니 다르다기 보다 인간적면에서 앞서 있는 것이다.
아아니 앞섰다기 보다 우리가 뒤 쳐져 버린 것이다)
15세 소녀-신부의 이쁜 여동생은 한국의 형부와 손깍지까지 끼고
기꺼히 여러번의 사진을 찍는 진정한 모습을 바라보며 콧잔등이 또 시큰했다.
옆에 앉은 신부의 친척 오빠는 코스별로 나오는 음식들을 일일이 젓가락으로
내 쟁반에 담아주며 먹기를 바라는 고마운 정성에 속으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목!하이!빠!(하나!둘!셋!) 요 ~ !!!(건배~!!!)
술잔을 들고 잔을 부딪히며 몇 번이고 건배를 외치는 그들의 그 건배의 의미가
뭔지는 모르지만
눈앞의 그런 아쉬움 따윈 그들의 강하고 진한 의지와 사랑으로 날려 버리겠다는
뜻은 아니었을까...?
언제 다시 볼지도 모를 한국에서 온 두바퀴 의자의 신랑의 손을 꼭 잡고
신부와의 행복을 기원하며 손에 선물을 들고 그들은 떠나갔고 결혼식은 끝났다.
...
다음날
신혼여행은 멀리 못가고,‘수딩’이란 물의 공원으로 갔다.
지난밤 합방을 한 신부는 휠체어의 손잡이를 잡고 신랑의 내조자로써의
역할을 정성의 마음으로 행했다.
3천 마리의 악어가 있는 그 공원에서 돈을 주고 낚시도 하고 아이스크림도
사먹으며 신혼부부와 나, 그리고 함께 간 현지지사 분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결혼에 특히 내 마음을 감동 시킨 것은...
불편한 몸의 신랑이 승합차에 오르 내릴 때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사코 달려와 신랑을 양쪽에서 안아 차에,
휠체어 좌석에 앉혀 주는 호텔의 청소부 노인과 승합차 운전수,
그리고 벳남인인 젊고 미남인 지사의 직원의 진정어린 그 행동 모습들 이었다.
댓가의 돈을 위해서도 어떤 의무도 아닌 불편한 몸을 가진 사람을 위해 베푸는
진실된 사랑이 아니고는 힘든 상황 이었다.
대만에서 온 다섯명의 어슬픈 스타일의 신랑들이 맞선 보아 함께 온
다섯명의 벳남 여성들과 그 호텔 로비를 전세 낸 것처럼 요란스레 오고가며
우리의 한국신랑을 놀리고 장난을 걸며 야단을 피워 댈 때
건강하고 멀쩡한 그들에 비해 동그라미 두 바퀴를 가진 의자에 앉아
기가 죽은 한국신랑과 신부가 가여웠지만
몸의 결함을 뛰어 넘어 새로운 삶의 행복을 찾아 나선 한국 신랑과
기꺼히 그의 아내가 된 당찬 신부는
둘만의 남모르는 마음의 교류로 벌써 하나로 합쳐진 부부의 모습으로
대만에서 온 버릇없는 그 신랑들의 놀림도 자연스레 웃음으로 받아 넘기고 있었다.
많은 벳남 결혼에 함께 했지만
이번 여행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의미있고 감동을 준 벳남 결혼 이었다.
남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큰 인연으로 만나 이뤄 나가는 감동어린
그 장면들은
타성에 젖어 같은 시간 아래 같은 모양으로 배부른 만큼 아름다운 영혼을
잃어버린 우리에게
시간을 돌려
과거의 우리의 모습과 마음을,
현재의 우리의 가면과 허공을
비교하며
그 차이를
진정으로 깨닫게 해주는 시간 이었다.
--------------------------------------------------
# 이글은 이철우(차태현)님의 예전 세계엔에 올렸던 글입니다.
사기를 치고, 벳신부를 강간하는 사람이 과연 이런 글을
쓸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