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 사용하던 에이프릴의 스테이트먼트 원을 3웨이 스피커로 교체했습니다. 교체된 모델은 레퍼런스클럽에서 공제된 생츄어리(Sanctuary)입니다. 기획과 튜닝은 레퍼런스클럽을 통해서 이뤄졌지만 실질적인 제작은 사운드포럼에서 맡았습니다. 워낙 얘기들이 많은 두 곳에서 합작해서 만든 제품이라 사용기를 올리는게 좀 그렇습니다만..
암튼 이런 방식은 이전의 에이프릴 스테이트먼트 원과 거의 동일한 방식인데, 덕분에 외형이나 만듦새, 유닛 구성에서 규모는 다르지만 두 스피커가 꽤 유사성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결과되는 음색이나 성향은 꽤 다른 편입니다.
방안의 배치는 이전 북셸프와는 달리 일부 변경해서 스피커를 벽에 좀 더 붙였습니다. 이런 배치는 저음과다, 음장감의 감소 등 여러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만 4평이 약간 모자라는 방에 배치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스피커 자체가 저음의 양감보다는 타이밍과 스피드로 승부하는 타입이라 어느 정도의 위치 조정을 통해서 부밍으로 고생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음장감의 손실은 피할 수 없지만 어차피 한쪽 청력이 소실되어 제대로 된 이미징이나 음장감 등 오디오의 시각적 요소를 느낄 수 없는 입장이라 이 부분은 아예 포기하고 셋팅했습니다.
사진으로 봐서는 크기가 잘 가늠이 안되는데 상당히 큽니다. 높이는 총 1m가 넘고 하판 사이즈도 폭이 28cm, 깊이는 43cm에 달해 크기에서 상당한 압박감이 있습니다. 무게는 짝당 무려 50kg에 달합니다. 밑에 스파이크 장착하는 것도 엄청 고생했습니다. -_-
하단에 받혀진 것은 레퍼런스 클럽에서 튜닝용으로 제작한 진자 스탠드라는 것인데, 진자(추)의 원리를 이용해서 스피커 진동의 정확한 분산과 감쇄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악세서리입니다. 효과를 제 귀로 직접 확인하려면 비교청취를 해야 하는데 50kg에 달하는 스피커를 들었다 놨다 하기엔 너무 힘들어서 그냥 디폴트로 셋팅해놨습니다. -_-;
마감 부분이 특히 예술인데, 무늬는 포플라목이지만 그 위에 피아노 마감이 되어 있어서 마치 대리석같이 매끈합니다. 불행히도 집사람은 벌레먹은 것처럼 보인다며 상당히 싫어하는 편입니다만... 상판에 놓인 갤럭시S2가 비치는 것을 보면 마감 처리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크기도 어느정도 가늠이 되지요.
벽에 보이는 플래쉬의 반사광은 거울같이 매끈한 피아노 마감 덕분입니다. 스테이트먼트 원의 경우 무늬는 동일하지만 피아노 마감이 되어 있지는 않았는데 생츄어리의 마감은 아주 고급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마음에 드네요. 인클로져 작업은 중국에서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같은 수준으로 국내에서 만드려면 최소한 30% 이상 비용이 더 든다고 하네요.
사용된 유닛은 트위터에 스캔스픽 9500, 미드레인지는 스카닝 15H입니다. 우퍼는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스캔스픽 디스커버리 시리즈입니다. 유닛에 대해서 관심있는 분들이 보면 바로 알 수 있겠지만 미드레인지에 특히 중점을 둔 구성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신품 한조(pair) 기준으로 국내 소비자가를 보면 트위터가 33만원, 우퍼가 21만원으로 비교적 저가(?) 제품인 반면 미드레인지인 스카닝 15H는 대표적인 고가 미드유닛으로 한조에 무려 94만원입니다. 시스템으로 만들었을 때 유닛의 가격과 음질이 정비례한다고 볼 순 없지만 유닛 선정을 보면 제작자가 어떤 방향을 갖고 튜닝을 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스카닝 15H는 약음 포착 능력이 대단히 뛰어나고 중역의 온도감과 찰기, 진한 음색 등 현대 하이엔드 유닛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즘 하이엔드 유닛이라면 세라믹 유닛인 아큐톤을 빼놓을 수 없는데 아큐톤과는 상당히 다른 음색을 보여주죠. 어쨌든 생츄어리 음색의 상당부분은 스카닝 15H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아큐톤이나 스캔스픽의 미드보다 스카닝을 선호하는 편이라 전반적인 음색은 매우 마음에 듭니다.
제가 아쉬워 하는 부분은 트위터인 스캔 9500인데, 시스템 전체 가격과 밸런스를 볼 때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였겠지만 바로 얼마전 상위 모델인 9900의 달콤하고도 중독적인 고역에 귀를 뺏긴지라 뭔가 2%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해 봤는데 스파이크 장착과 토인 각의 재조정이 가장 먼저 한 것이고 은선 재질의 선재 튜닝도 고려하고 있긴 한데 개인적으로 케이블의 튜닝 효과를 부정하진 않지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편도 아니라 다른 방법을 찾게 됐습니다.
결국 J River의 디지털 파라메트릭 EQ로 최대한 주파수 특성을 보완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9900/9500의 유닛 주파수 특성과 시스템화된 주파수 그래프를 함께 비교해서 어느 정도는 비슷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보정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거의 두배 가격에 달하는 상위모델과 같아질 순 없지만 고역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많이 채워졌습니다.
우퍼에 사용된 스캔스픽의 22W/8534는 몇년전 새로 발매된 디스커버리 시리즈 중의 하나로 8인치 우퍼입니다. 재질은 일종의 유리섬유로 알려져 있는데 손으로 눌러보면 생각보다 묵직한 느낌은 별로 없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소리에도 반영되어 무겁고 타격감 있는 소리가 아니라 상당히 빠르고 경쾌한 저음을 재생해 냅니다. 이 점 때문에 저역의 타격감이나 무게감에 아쉬움을 표하는 사용자들도 있는 모양인데 저는 주로 듣는 음악 장르가 관현악, 실내악이고 공간이 좁아 저역 과다가 될 확률이 높아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타격감이나 무겁게 떨어지는 한방은 부족하지만 대신 타이밍이 상당히 정확한 편입니다. 윤곽도 뚜렷한 편이고요. 중역에 사용된 스카닝 15H의 빠른 움직임과 잘 매칭되어서 대역간의 이음매가 매끈하게 느껴집니다.
클래식 외에 가요 발라드나 재즈도 즐겨 듣는 편인데 저역의 양감이 타이트하다곤 하지만 재즈의 베이스 소리나 일반적인 킥드럼 소리를 표현하는데 아쉬움은 없습니다. Tuttie 류의 대편성에서도 저역이 아쉽다는 생각은 안듭니다.
아직도 튜닝 중이고 계속해서 이런 저런 시도를 해 보고 있습니다만 어느 정도 성향은 파악한 것 같습니다. 이전에 사용하던 스피커들과는 특성이 달라서 상당히 재미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3웨이 톨보이를 사용한 건 거의 2000년 초반까지였고 이후로는 쭉 북셸프와 서브 우퍼와의 조함으로 사용했는데 소음량에서의 밸런스나 전반적인 스케일 감은 확실히 3웨이가 유리한 것 같습니다. 반면 A/V에서는 잃는게 있는데, 이번에 3웨이를 장만하면서 프런트 2채널만 처분한게 아니라 10여년간 만족스럽게 써 왔던 레벨의 서브우퍼도 함께 처분했습니다. (현재 예약 상태로 곧 처분 예정) 15인치 서브우퍼에서 나오는 낮게 떨어지는 저음은 영화볼때 확실히 임팩트가 있습니다. 비교하지 않는다면 새롭게 구입한 3웨이도 저음에 아쉬운 생각은 안들지만 양자 비교를 한다면 분명 영화에서는 서브우퍼의 존재가 크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가격적으로 따진다면 제 시스템의 경우 프런트 + 서브우퍼의 2.1채널 구성이 새로 구입한 3웨이보다 오히려 더 고가입니다. 가격적으로 보면 다운그레이드인 셈인데(이번에 시스템을 바꿀 수 있던 이유도 오히려 돈이 남기 때문입니다^^), 굳이 우열을 따진다면 음악에서는 3웨이가, 영화에서는 서브우퍼와 북셸프의 구성이 더 우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프런트, 서브 이외의 센터와 리어, 사이드는 구성이 동일)
결론적으로 레퍼런스 클럽에서 기획, 튜닝하고 사운드포럼에서 제작한 생츄어리 3웨이 스피커는 중역에서 보여주는 찰기와 진한 음색, 약음 포착 능력이 상당히 우수한 스피커입니다. 반면 시각적인 요소(음장감, 이미징 등)는 평범한 수준으로 보이는데 이 부분은 제가 평가를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공간적인 셋팅 문제도 있고, 제 청력의 문제 때문에 스피커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튜닝하신 분의 성향과 튜닝 방향을 보면 크게 틀리진 않을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선 시각적인 요소도 비중을 좀 더 두시는 듯).
사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피커는 윌슨이나 아발론, 레벨, 틸, B&W 등으로 시각적인 요소에 특히 강점을 가진 메이커들인데 생츄어리는 이런 스피커들과 추구하는 방향이 아예 다릅니다. 이는 제작자가 직접 밝힌 부분이기도 합니다. 처음 공제 계획이 올라왔을 때 꽤 관심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제 참여를 포기한 것이 이런 이유였는데(경제적인 이유는 별도로 하더라도) 청각의 이상 때문에 시각적 요소를 포기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음색이나 소릿결에 더 관심이 가게 되고, 이런 점에서는 꽤 장점이 있는 스피커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한가지 장점(?)이라면 다른 국산 스피커들이 그렇듯 감가 상각이 커서 저처럼 중고로 구입하는 사람들은 접근하기가 쉽다는 점이지요. 사용된 부품들의 신품 가격을 생각해 보면 유닛이 150 조금 못미치고 네트워크와 내부 배선제, 인클로져가 200에 근접할텐데, 업체 마진까지 고려하면 300 중후반이 되고 이는 실제로 공제가격이기도 했습니다.(부속된 진자스탠드와 접지부품도 단품으로는 몇십만원에 팔리기도 했으니 마진은 거의 확보 못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현재는 감가상각이 꽤 된 상태라 1년이 채 안되었는데도 꽤 현실적인 가격으로 살 수 있습니다. 다만 환금성은 몹시 좋지 않은 편인데 개인적으로 기변을 잘 안하는 스타일이라 이건 제게 별 문제가 안되는군요. (공제된 대수가 대략 50조 정도인데 수량이 적으면 사용자가 적다보니 인구에 회자되질 않고, 결국 중고 처분시엔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죠)
어쨌든, 개인적으로 만족도는 꽤 큰 편입니다. 저음량에서도 대역밸런스가 파탄나지 않는 것은 큰소리로 음악감상하기 어려운 제 형편을 고려하면 특히 만족스런 부분 중의 하나입니다. 트위터에 대한 아쉬움은 끝내 100% 해소되지 않았지만 90%이상은 해결된 셈이라 전반적인 종합점수는 매우 우수함으로 줄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