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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버려진 스피커...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0-04-08 22:44:39
추천수 2
조회수   847

제목

[잡담] 버려진 스피커...

글쓴이

김영상 [가입일자 : 2002-06-30]
내용
그애와 전 참 오랜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그애가 절 처음 집으로 들여온날 저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었어요.



그 어떤 음악이라도 다 소화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었죠.



락이면 락 재즈면 재즈, 그 애가 제일 좋아하는 가요도 카랑카랑한 고음과

풍성한 저음으로 그애의 심장을 떨려 줄 수 있었어요.



그 애가 기쁜맘에 락음악을 틀어주면 그 애의 가슴이 울렁일 정도로

박진감 나는 떨림을 전해줄 수 있었고,



그 애가 우울한 날 발라드를 틀면 낮게 깔리는 저음으로

그 애의 가슴을 감싸안아 줄수도 있었어요.



정성스레 내 위에 쌓인 먼지를 청소해 주는 그애가 좋았고

언제까지고 이런 날이 계속 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 그에게 실망을 주지 않도록 나는 언제나 나의 떨림에

힘을 주어 그애에게 전달해 주었어요.



그랬던 탓일까요? 어느날 나의 떨림에 이상함을 느꼇어요.



너무 무리를 했었나 봐요. 엣지가 점차 삭아가는걸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자신감에 찬 나는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닐꺼라 웃어 넘겼어요.



나는 아직도 그애에게 박진감 넘치는 음악을 들려줄 수 있었고, 그 애는

내가 들려주는 소리를 너무도 잘 즐겨주었어요.



그런데.. 어쩌죠? 어쩌죠?



엣지에 구멍이 난 것 같아요. 이제 예전처럼 그애에게 나의 떨림을

전해주기가 점점 힘들어져요.



그 애도 점점 나의 소리에 실망을 하는 기색이 느껴져요.



나의 엣지에 구멍이 뚫린것을 알아주질 못해요. 조금 서운하기도 해요.

구멍을 매꿔주기만 하면 나는 예전처럼 좋은 소리를 전해 줄 수 있을텐데

그걸 몰라주는게 서운해요.



하지만 힘을 내야 해요. 여기서 멈추면 나는 그저 장식에 불과하니까요.



점점 더 무리를 해요. 이런 구멍 하나쯤은 버틸 수 있어요. 그 애는 아직 나를

통해 소리를 듣고 있고 아직도 나를 버리지 않고 있어요.



그런 그 애를 위해 더 힘을 내야해요.



어느날 그 애가 나에게 이런말을 해요.



"너무 오래됐나? 이제 바꿀때가 됐나보네"



너무 충격이었어요. 아직 그 애에게 못들려 준 음악이 많아요.

엣지에 구멍 한두개 있다고 나의 음악을 멈출 수는 없어요.

나의 소리를... 떨림을 전해줘야 해요.



그 애는 점차 나를 통해 음악을 듣는 횟수가 줄고 있어요.

먼지를 치워주는 손길에서도 예전과 같은 정성을 느낄 수 없어요.



그래도 나는 버텨야 해요. 아직은 그 애가 나를 바라봐주고 있으니까요.



어느날 내 옆에는 나보다 멋들어진 스피커가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나는 웬지 구멍난 내 엣지를 보며 좋은 소리를 들려주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워져요.



그 애에게 나의 소리를 들려주고자... 나의 구멍난 엣지를

어떻게든 울리고자... 나의 떨림을 전해주고자 수없이 노력해요.



아무리 노력해도 내 떨림의 십분의 일도 전해지지 않는 것 같아요.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구멍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느껴요.



지쳐있는 나에게 어느날 그애가 나를 어루만져 주는 것에 문득 정신이 들었어요.

왜인지 예전의 손길로 내 머리위에 쌓인 먼지를 닦아 주는것 같아요.



그 포근함에 잠시 안도했지만 갑자기 이러는 그 애의 행동이

불안해서 참을 수가 없어요.



나의 떨림을 전해보려 했지만, 나의 구멍은 이미 커질대로

커져서 더이상 소리를 낼 수 조차 없었어요.



다음날 나는 생전 처음 보는 장소에 있었어요.



그애는 더이상 내 옆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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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2010-04-09 08:59:38
답글

저도 미션을 2년 6개월 듣다 떠나 보내니 좀 허전하네요.<br />
공감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br />
영상님 글을 잘 쓰시네요......^^

구만옥 2010-04-09 11:42:24
답글

한 편의 에세이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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