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4312A를 가지고 있었는데,
상태도 좋지 않았고, 좋은 소리도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명성을 믿고 이것 저것 앰프를 바꿔보곤 했었죠.
그러다가 5년 전쯤 아는 형님 일을 도와드렸고,
사례를 하고 싶다는 형님께 그 당시 신품이 팔리고 있던 4312D를 사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워낙 오디오에 빠꼼이이신 그 형님은
단골 샵에 부탁해서 중고품 4312B를 보내셨더군요.
'어? 그래? 같은 거 아냐?' 하고 모른 체 하는 형님한테 살짝 화가 났지만
워낙 미사용에 가까운 민트급이고 해서 감사히 받았습니다.
얼마 뒤, 지인들 모인 자리에서
그 형님의 꼼수 성향에 대해 말이 나온 김에
그 얘기를 꺼냈더니,
자리에 있던 오디오 전문가 한 분이
그 형님 무안할까봐 그랬는지
'멕시코산 4312B? 그게 젤 좋아~' 하면서
'4312는 에이징만 5년 걸리니까 열심이 들어봐요' 하더군요.
이제 5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오늘 몇일째 야근을 하느라 하루 쉬려고 집에 있다가
오랜 만에 먼지 좀 털어볼까 하고
2년 만에 4312 그릴을 열었더니
엣지가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었네요.
고유의 그 타르 같은 댐핑제가 천에 잦아들어서
촉촉하게 되어 있습니다.
완전 말라 버린 4312 엣지는 본 적이 있지만
요런 상태의 엣지는 처음 보네요.
이제 스피커가 늙어가는 단계일까요.
저 엣지가 말라가겠죠.
오랫동안 들은 중 요즘에
가장 좋은 소리가 나는 것 같습니다.
요즘엔 시대가 바뀌어서 워낙 좋은 스피커도 많고,
또 항간에 4312에 대해 비난의 소리도 있습니다만,
가격으로 보나, 크기로 보나, 사운드의 성향으로 보나
기준으로 삼을 만한 스피커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