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씨스피커로 음악을 듣던 내가, 지름신에 이끌려 하이파이 문턱을 넘어서면서,
처음 들인 스피커가 클립쉬 RB-61 이었다.
온교 A-5VL과 스타일오디오 루비DAC과의 조합은,
사람들이 왜 하이파이에 빠져드는지, 그 이유를 온몸으로 체감할수 있었다.
한동안 만족하며 들었는데,
어느순간부터 RB-61의 혼트윗에서 나오는 고음이 귀를 자극하며 쏘는 소리로 들려,
음악듣는 시간이 즐겁지가 않았다.
이때부터 시작된 무수한 바꿈질...
음악을 듣기위해서는 가장 좋은 조건이 공간이라는 것을 모르는바는 아니었지만,
목돈이 들어가는 집을 바꾸기보다는, 현재의 상태에서 기기를 바꾸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쉬웠기에,
낡은 오두막같은 집이긴하지만, 지금의 환경에서 좋은 소리를 이끌어내려고 최선을 다했다.
사진으로 보이는 모양새는 이상적인 셋팅이 아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궁극적인 오디오 사진들을 보면, 내심 헉소리 나며 부러운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그러나 사람사는게 어차피 자기복대로, 주어진 환경내에서 맞춰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때로는 내가 가지기 어려운건 빨리 포기하는게 정신건강에 이롭기도 하다.
나는 음악전문가가 아니다.
그저 소리 듣는 것이 좋을 뿐이다.
이상적인 조합을 찾아내어, 단촐한 구성으로 시스템을 완성하는게 원칙이겠지만,
나는 다양한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현재의 기괴한 탑쌓기신공(?)을 발휘하게 되었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내방에서 내가 듣기위해 지금의 과정에 이르렀고,
이소리 저소리 기분에 따라 바꿔듣는 재미는, 시간이 가는걸 잊게 만든다.
무수한 바꿈질을 지켜본 마나님께서 한말씀을 하신다.
"그게 그소린데 왜 바꿔?"
ㅋ~
이럴때면 정말 마나님의 귀와 내 귀를 바꾸고 싶다...ㅠㅜ
그건 그렇다치고 클립쉬 RB-61은 어쩌다보니 내품에 세 번 째 들어온다.
RB-61 II가 출시됐을때,
와싸다 모회원분께서 극찬을 하시는 통에, 쏘는 소리가 완화됐나싶어 들였다가 바로 방출...ㅠㅠ
근데 며칠전 장터에 RB-61 구형과 빈티지앰프AR A-07이 일괄로 올라왔다.
원래는 다인 구형C5를 염두에 뒀었는데,
판매자분께서 교환건을 문의 드리자, 생각해보겠다고 하셔서 기다렸는데, 연락이 없으셨다.
마침 RB-61과 AR A-07매물은 내가 거주하는 지역이라,
뭣에 씌인 것처럼,
"이건 질러야돼!"
이러면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일괄로 구입하여 집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프라이메어 파워 A-32와 프리 PRE30에 연결하여 소리를 들어봤다.
오! 이게 그 쏘던 소리 RB-61이 맞는가?
쏘는 소리가 아닌, 찰지고 두툼한 소리가 시원하게 터져 나온다.
프라이메어의 무겁고 어두운 성향과 RB-61의 가벼움이 뒤섞여, 참으로 절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다음은 AR A-07과 연결해봤다.
프라이메어와 매칭했을때보다, 명징함은 떨어지지만 부드러운 소리로 방안을 가득 메운다.
역시 쏘는 소리는 아니다.
이렇게 좋은 소리가 나는데, 이 스피커의 진가를 몰라보고 두 번 씩이나 내쳤다니...ㅠㅠ
더 아이러니한것은, 가지고 있는 5 종의 스피커중에서 중고가격으로 치면 RB-61이 제일 저가인데,
내귀엔 젤로 좋게 들린다.
지금까지 삽질만 한것일까?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 불편한 진실앞에서,
오됴질은 돈질보다 매칭의 조화로움을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렇게 얘기하면 RB-61이, 몆 배의 값을 하는 다른 스피커보다 더 좋으냐?
오해하실분이 계실것 같아 첨언을 해본다면, 당연히 비싼 스피커가 더 좋은 소리를 내준다.
다만 그 매칭이나 청취자의 선호도에 따라,
RB-61은 가격대비 최고의 소리가 될수도 있고, 최악의 소리가 될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뭐 어쨋거나 나는 한동안 이 RB-61의 소리를 즐겨 들을 것이다.
소리란게 이쁘고 매력적인 여인과 같아, 옆에 있으면 한동안 행복하지만,
오랜시간을 같이 있게 되면 떨어져 있고 싶기도 하고,
떨어져 있으면 다시 그리워지기도 하는 것이지만,
이번만큼은 좀 오랜 동거를 하고싶다.
그만큼 RB-61은 내게 쾌감을 안겨주는 스피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