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원인에 대해 하도 말들이 많아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보니 이런 분석을 하는 글도 있네요. 북이든, 남이든, (심지어 미국이든) 폭발물(어뢰든, 기뢰든, 미사일이든, 천안호 안에 적재되어 있던 포탄이든)에 의한 사고가 아닐 수도 있다는 글인데 제법 그럴 듯합니다. 한 마디로 천안호가 암초에 걸려 두 동강이 났다는 건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그냥 웃어 넘길만큼 터무니 없는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한번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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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방부 장관을 포함해 대부분의 전문가는 사고 원인이 폭발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 몇 가지 함정이 있다. 폭발에 따르기 마련인 여러 현상들이 발견되지 않는다. 첫째 1천 t이 넘는 배가 두 동강 날 정도의 폭발력이라면 생존자 가운데 화상환자가 있어야 하는데 단 한명도 없다. 한나라당 김옥이 의원은 29일 국회 국방위에서 "수도통합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보면 화상 환자는 없고 경추, 요추, 무릎통증 등으로 나와 있다."라고 말했다. 김 국방장관도 구조된 장병의 상당수가 통증을 일으킬 뿐 화상환자가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사고 순간 배 밑 부분에 있다가 구조된 사병의 증언가운데 폭발로 발생하는 열기에 대한 언급은 들리지 않는다. 사고 발생 후 맨 먼저 현장에 달려간 해경 함정의 함장은 천안호 선언가운데 화상을 입은 것 같은 모습은 보지 못했다. 인천해경 501호 고영재 함장은 30일 오전 1시 기자회견을 통해 "부상자중 화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고, 피를 흘린 사람은 다수 있었다."고 말했다.
둘째 엄청난 파괴력으로 배를 두 동강 냈다면 부유물이 많아야 하지만 지금까지 바다에서 건져 올린 것은 구명조끼 정도다. 29일 현재 사고 해역에서 수색작업 중인 제주함, 전남함, 청주함 등이 수거한 천안함 부유물은 구명상의 22개, 안전모 15개, 부력방탄복 1벌, 구명의 1개 등이다. 거대한 폭발에 따르기 마련인 조각난 배의 파편 같은 부유물이 극소수인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셋째, 큰 폭발이라면 당연히 발생했어야 할 섬광에 대한 증언이 없다. 사고 함정 생존자들은 불꽃을 보지 못하고 화약 냄새도 맡지 못했다. 한번의 큰 폭발음에 함미가 떨어져 나가고 전기와 통신이 두절될 정도의 파괴력이라면 폭발의 불꽃은 목격되었어야 한다. 인근 백령도 대청도 주민이 섬광을 보았어야 하지만 그에 대한 언급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넷째 폭발음의 경우 천안함 함장과 다른 생존 군인간의 증언이 엇갈린다. 함장은 들었다고 하지만 생존 군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배가 두 동강 날 정도라면 그 폭발음은 엄청났을 것으로 동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증언이 엇갈리는 일은 발생하기 어렵다.
사고원인이 폭발과 관련이 없는 것과 같은 여러 증거들이 제시되면서 KBS가 29일 천안함 사고지점 근처에 해도에도 나오지 않는 수중 암초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문제의 이 암초에 천안함이 부딪쳐 침몰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사고 원인이 폭발이 아니라 KBS 보도와 같이 암초 때문일 가능성을 군 당국은 부인하고 있다.
한편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9일 국회 국방위 회의에서 질의응답을 통해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할 어떤 정보도 내놓기는 커녕 오히려 "북한 개입 가능성이 없다고 한 적 없다"는 발언함으로써 일부 수구언론의 북한 연관설 주자에 기름을 부었다. 김 장관이 천안함 침몰에 북한 개입 가능성을 열어놓은 데 대해 미국 국무부가 29일(현지시간) 즉각 북한 개입 가능성을 일축하며 제동을 건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워싱턴 D.C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침몰 사고 원인을 놓고 북한 연계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사고에 그 어떤 나라도 개입했다고 믿을 근거는 없다"고 답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선체 자체 외의 다른 요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미국이 천안함 침몰을 선박 자체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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