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이 없는데다 마눌의 마음의 평화가 늘 우선이다 보니
오디오와 음악 감상을 취미로 한 것이 20년이 되어가지만
기기 수준은 고만고만한 인티 앰프에 2웨이 소형 스피커에서 벗어나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제가 앰프와 스피커를 한두개씩 더 두고 음악을 듣게 됩니다.
한때는 스피커가 4 종이나 저를 바라보고 있는 흐뭇한 시기도 겪습니다.
계기는 궁금하던 기기가 저렴하게 나와서였고 마눌님이 너그러워지신 덕인데, 제가 지금 미국에 거주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기기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구입한 스피커가 모니터오디오 PMC702 와 레가 엘라 입니다.
이 두 녀석은 앰프에 따라 하나가 매칭이 안좋으면 하나가 좋은 식으로 다른 성향과 매칭을 보이는데 실력에 비해 정말 저렴하게 구입했습니다.
그래도 서열을 따지자면 제 기준에선 엘라가 대략 두 수 위입니다.
다만 레가 엘라는 매칭에 따라 진상이 되기도 하고 대박이 되기도 합니다.
모니터 702는 적절한 파워로 거칠지 않게만 다뤄 주면 중간은 늘 하는 편이구요.
문제는 소스와 앰프의 가격대가 거기서 거기다보니 그런지 소리에서 뭔가 해결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는 것인데 저를 괴롭히는 것이 스피커보다는 앰프나 소스의 문제임을 직감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오디오 사이트에서 스텔로 DA100S (24/96)를 보게 되고,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힘으로 제 집에 녀석을 들이는데 여기서 한 줄기 빛을 보게 됩니다.
고만고만한 가격대에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제대로 된 밸런스, 적절한 두께감과 질감 잔향...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다듬어진 음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잘 정돈되고 실해보이는 내부!
이 녀석의 내장을 보면서 건강하게 생생하게 꽉 찬 내장의 앰프들로 싹 교체하리라 맘먹게 됩니다.
수준 이상의 단자를 사용하고 입력이나 출력 모두 제대로 납땜하여 선을 연결한 중간에 부실한 연결고리가 소리를 깎아먹지 않는 제품을 찾게 됩니다.
DA100S 의 내장
한국에서는 몇 년 전에 한 번 붐이 일었다가 지금은 그저 그런 기기로 취급되는 것 같습니다만, 제 귀에는 정말로 이 가격대 물건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서 스텔로의 100 시리즈를 검색해보게 되고 S100 에 눈독을 들이던 중 거짓말처럼 오디오곤에 S100이 뜹니다. 스텔로에 무지한 미국 동호인들의 무관심 속에 지쳐가던 S100을 좋은 가격에 구입합니다.
이 때 PS Audio 프렐루드 파워 케이블이 장터에 떴는데 2개에 100불에 구입합니다.
기대한 것보다 훨씬 뛰어난 만듦새와 존재감... 뭐 대박이 따로 없더군요.
앰프가 도착합니다.
군더더기 없이 날렵한 외모에 잘 정리되고 꽉 찬 싱싱한 내장.
스텔로 S100의 내장
심지있고 민첩하고 맑고 섬세하고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소리를 간직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좋은 프리를 만나지 못하고 인티앰프의 프리 아웃에 연결된 상태.. 그래서 또 오디오곤을 기웃거리다가 클라세 CP 35 를 발견합니다.
검색해 보니 평가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는데 만듦새가 맘에 듭니다.
클라세 CP-35의 잘 정돈된 내장
밸런스단이 지원되는 것도 맘에 들고, 여러모로 요즘 1,000불 언저리에 캐나다 정도의 나라에서 다시 만들기는 어려운 프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제 귀에는 소리가 별로 거칠게 들리지도 않고 저역도 좋은 것 같습니다.(좋은 기기를 놓고 비교해보지 못한 탓이겠지요) 밸런스 좋고 투명한 느낌과 질감이 잘 살아나는 느낌이 공존합니다. 이전에 느끼기 어려웠던 서로 다른 공간의 울림과 작고 큰 편성의 보다 세밀한 구분, 더 진해지고 세분화된 음색, 배음.. 이제는 음악을 계속 듣고 있어도 덜 시끄러우면서도 귀에 잘 들어오고 음악이 더 재미있게 들립니다.
CP35 수준의 프리단에 S100정도의 파워단을 갖춘 인티앰프가 있다면 가격이 어느정도 될까? 그런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인티앰프는 하나의 샤시에 두 가지 기능을 담아 편리하고 경제적으로 만든 것라고 합니다만, 두 기기를 이곳 기준 신품가로 구입하면 2,000불 초반인데, 그 보다 싸게 나올 수 있을까? 뭐 그런 생각인거지요...
넓지 않은 공간에서 클래식 음악 위주로 감상하는 제게는
가격대 성능비의 끝판왕 선수들을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분리형 앰프를 쓰는 상황이지만 가격대로 볼 때 인티앰프들과 비교할수밖에 없는데, 그동안 써 본 인티들중에 비교할만한 것이 있을까 싶습니다.
이제 당분간은 오디오 교체가 없을 것 같은... 뭐 스스로도 믿을 수는 없지만, 암튼 편안한 마음이 듭니다.
전원부에 부실한 부분을 좀 보충하고 휴즈 업그레이드하고 케이그질 좀 더 하고 스피커 위치 조금씩 잡아 보고 하는 소소한 재미로 몇 달 버틸것 같습니다.
20년간 들어본 고만고만한 조합들 중 가장 만족스럽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