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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으로 이기나 3:0으로 이기나 이긴 건 이긴 거다. 오히려 적은 점수 차로 이겼으니 더 실용적이다. 화려한 플레이는 사치다. 이탈리아인들이 재미없는 수비축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자기 이왕 이길 거면 인색하게 이기는 편이 더 기분 좋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이기면 상대편도 더욱 열이 받을 것이므로 즐거움은 배가된다.
이탈리아 대표팀의 ‘영원한 주장’ 파울로 말디니는 말했다.
“가장 아름다운 축구는 0:0 무승부, 혹은 상대의 실책으로 인한 1:0 승리다.”
이탈리아 축구에서는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지 않는 것’이 그보다 더 중요하다.
<이기면 장땡>이라는 사고방식.
그리고 <이기지는 못해도, 최소한 비겨야 한다.>는 마음. 이것이 '카테나치오'의 심리적 배경이다.
카테나치오를 고안한 사람은 이탈리아인이 아니다. 카테나치오가 등장한 것은 1960년대
‘엘레니오 에레라’라는 인물이 인테르 밀란의 감독이 되면서부터다.
카테나치오는 전술적으로도 무척 비겁하지만 심리적으로도 고약한 수법이다. 수비로 일관한다. 상대팀은 열이 받는다. 더 열 받으라고 모욕하고 조롱한다. 세리아A 경기를 보면 수비수들이 상대 공격수에 찰싹 달라붙어서 무어라 중얼거리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띈다. 100% 욕설이라고 보면 된다. 상대 선수가 화를 참지 못하고 거친 행동을 하면 바로 드러눕는다.
2006 월드컵 결승전, 이탈리아의 마테라치는 프랑스의 지단을 쫓아다닌 끝에 그에게 맞는 데 성공했다. 퇴장 당한 지단은 나중에 마테라치가 자신의 누이와 어머니에 관한 욕설을 했다고 말했는데, 욕설의 구체적 내용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 차마 자신의 입으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음란했던 걸까.
그렇게 이기면 좋으냐고 묻는다면 이탈리아인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응.”
상대에게 분통터지는 패배를 안기는 것. 이탈리아 축구에선 이것이 진정 통쾌한 승리다. 반대로 적에게 맛본 굴욕은 벼르고 별러서 반드시 되갚아야 한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조추첨을 앞두고 이탈리아 대표팀 관계자들은 ‘만나고 싶은 팀’으로 한국과 북한, 가나, 덴마크를 꼽았다. 모두 국제대회에서 이탈리아에 승리했던 팀들이다. 쓴 맛을 봤는데 피하고 싶은 게 아니라 오히려 만나고 싶어한다. 복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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