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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의 압박자. 박지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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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2 14:0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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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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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의 압박자. 박지성...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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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 [가입일자 : 2007-06-11]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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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은 공격수임에도 아주 떨어지는 공격 능력을 가진 선수입니다. 슈팅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고, 전진 패스가 유용한 선수도 아니죠. 볼 트래핑 능력이나 드리블이 뛰어난 선수도 아니고 순간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도 아닙니다. 확실히 빅클럽의 일반적인 공격수들에 비하면 좀 터무니 없는 신체 능력을 가진 선수입니다.
박지성이 공격수로서 유난히 뛰어난 점이 있다면 공간을 찾아가고 공간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군요. 아마, 개인 신체 능력으로 수비수를 발라 낼 수 없으니 스스로 끊임 없이 개발한 능력이겠지요. 특이하게 박지성은 여기 하나 더 해서, 수비수가 가지는 능력 가운데 하나인 공간을 지우는 능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공간에 대한 이해 응용 전환 능력 하나만큼은 정말 엄청난 선수지요.
거기다 하나 더 더하면 엄청난 활동량입니다. 박지성의 활동량이 위대한 점은 박지성의 활동량은 능동적인 활동량이 아니라 수동적인 활동량이라는 것입니다. 박지성은 본인이 뛰고 싶을 때 뛰는 선수가 아니라 게임이 요구하는 순간 뛰어서 그 정도 활동량을 만들어 내는 선수라는 것이 엄청난 점입니다. 지친다고 걷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모든 순간 순간에 박지성은 뛰어다니죠. 같은 10킬로의 활동량도 능동적인 10킬로와 수동적인 10킬로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퍼기는 박지성의 이 두 가지 장점을 극대화 시킵니다. 골 결정력 없는 평이한 공격수를 최전방의 압박자로 사용하는 동시에, 433 포메이션에서 윙포 박지성의 엄청난 활동량을 이용해 미들 싸움에서 모든 순간에 공 주변에서 수적 우세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공간 점유를 이끌어 냅니다. 어차피 절정의 기량에 달한 선수들이라 한 명의 수적 우세는 미들 싸움의 결과를 확실히 결정지어주죠.
그런데, 최전방의 압박자는 무슨 의미를 가지는 걸까요? 축구의 강팀들은 엄청난 공격 전개 능력을 가진 선수를 통해 공격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몰상식한 스트라이커의 강함 이외에도 카카나 딩요나 파브레가스 제라드 램파드 같은 걸출한 공격전개자를 더 가지고 있죠. 433이나 4231 포메이션에서 미들의 정점 혹은 사이드에선 이 걸출한 공격전개자들은 윙포들이 흔들어 놓은 공간 사이로 박힌 원톱이나 중앙으로 들어온 윙포에게 한방 패스를 찔러 주거나 스스로 공격을 풀어나가거나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격을 풀어갑니다. 그래서 이들은 딱히 공격수가 아님에도 많은 어시와 골을 기록합니다.
거기다 스트라이커를 고립시키는 것에 비해, 자신을 조력해 주는 다른 미들을 가진 상태에서 스스로 움직여 사방에 공간을 가질 수 있는 이런 공격전개자 들을 완벽하게 묶는 것은 쉬운 일이 결코 아니죠. 결국 이런 공격전개자들이 공을 가지고 움직이다 보면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에서 공격수나 2선에서 침투한 다른 미드필더 윙포들이 골을 만들어내죠.
이들은 대단히 걸출한 선수입니다. 이들이 패널티 박스 근처에서 공을 잡는다면, 무리한 파울 말고는 이들을 멈출 방법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공격전개자를 봉쇄하는 일이 쉽지 않다면 공격전개자에게 들어가는 패스를 막아 버리는 거죠. 아무리 딩요가 무서워도, 딩요가 공을 못 잡는다면 상황이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그 딩요에게 공을 줘야 하는 피를로를 봉쇄해버리면 상대팀은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맨유에서 예의상 내버려둔 결과가 있기도 합니다만, 베컴이 들어오고 밀란이 더 날카로워진 모습을 보여준 것을 상기하면 그 피를로 봉쇄가 얼마나 효과적인 일이었는지는 아주 자명해 집니다.
문제는 일반적으로 공격수에게 상대방 수비나 수미에서 넘어오는 패스를 차단하는 역할을 부여하면 이런 수비적인 일에 익숙치 않은 공격수들은 필드에서 지워져 버리거나, 심지어 공수 양쪽에서 구명이 되버리는 경우가 허다한데요, 이 부분에서 박지성의 다른 장점인 수동적인 활동량의 풍부함과 공간을 이해하는 능력이 빛을 발휘합니다.
박지성은 피를로를 끊임 없이 추적해 그에게 플레이할 공간을 지워버림과 동시에 맨유의 공격 전환 순간 다시 공격적 움직임을 보이며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 아 저놈 마크하느라 피곤했으니 공격은 좀 천천히 하자가 아니라 수비는 수비대로 공격은 공격대로 다 해 내는 거죠. 그리고 박지성이 움직이며 만들어 놓은 공간을 이용해 맨유의 뛰어난 공격자원들이 손쉽게 공격을 전개해 나갑니다.
박지성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강팀을 상대로 패배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선수입니다. 특히 상대방 팀의 전방에 좋은 공격 전개 능력을 가진 선수가 있어 그 선수가 공격 전개를 시작하는 팀에게는 쥐약과도 같은 선수죠.
하지만 맨유 입장에서 약팀을 상대로 하는 게임에서는 그다지 쓸 곳이 없는 선수이기도 하구요. 어차피 약팀들이야 10명이 수비를 하게 되니 만들고 자시고 할 공간이고 뭐고 그런거 없고, 만약 강한 공격수들이 있다면 투톱 박아서 무너뜨리는 것이 편한 방법이 되거든요. 약팀의 공격쯤이야 맨유의 수비라인이 쉽게 커버 가능하구요.
여튼, 박지성은 풀타임 주전은 아닐지라도 강팀을 상대하는 강팀을 완성하는 재미있는 선수입니다. 수비하는 공격수라는 아주 새로운 스타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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