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고등학교 친구가 대끔전화가 와서 서울올라간다고 술한잔 하자고 하더군요.
와이프랑은 이혼하였기에 혹시 무슨일이 있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9살된 딸이 한명있는데 무슨이유인지 친구녀석이 키웠는데.
전처한테 애기를 보냈다고 합니다.
저한테는 정말 친한 고등학교 친구가 4명있습니다.
한놈은 서울서 교직원하고 잘살고 있고, 한놈역시 늦게 결혼해 경주에서 딸한명키우고 열심히 살고 있고, 한놈은 아직 부산에서 혼자사는게 편하다고 늙지막하게 화려한 솔로로 살고 있습니다.
이혼한 친구는 제가 전처를 소개시켜주고 결혼식때 사회까지 봐준터라 저역시 내심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친한친구라지만 서로들 먹고살기 바쁘다보니 1년에 한번 만나는것도 힘들더군요.
결혼전에야 5명이 모이면 세상 모든게 부러울게 없던 때도 많았지만...^^
막상 결혼하고 애들키우고 살다보니 가족을 먼저챙기게 되고, 친구는 자꾸 뒷전으로 밀리더군요.
몇년전 부산으로 휴가를 가서 친구놈중 솔로로지내는놈과 이혼한 친구 그리고 저랑 이렇게 만나 해운대 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술한잔 하는데 그때서야 그놈이 이혼을 했다는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뭐 미리 짐작을 했더라해도 제가 힘이 될수 있는게 없던것 같더군요.
워낙 속이 깊고 말수가 적은 놈이여서 항상 5명중에서는 무게감을 잃지 않았던 친구였는데.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몇년사이에 많이 늙었더군요.
그저 바다를 바라보며 함께 술마셔주는게 그친구를 위해 해줄수 있는 모든거였습니다.
그래도 정말 힘들게 3명이라도 모여 함께 한 시간이 너무 고마웠다고 합니다.
그러고 몇년이 흘러 한달전 그친구가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아무래도 좋은일로 올라오는것 같지 않아서, 부산에 있는 솔로친구녀석한테 전화를 해서 같이 올라오라고 했습니다.
솔로친구녀석도 감을 잡았는지 금요일 월차를 내고,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그날 전처한테 애를 보내고, 저녁에 3명이 함께 만나 술한잔 했습니다.
평상시는 술한잔 마시면 노래방에가서 노래도 부르고 그러는데, 그날은 그냥 우리집으로 가자고 와이프랑 함께 술마시자고 하더군요.
다음날 친구들과 함께 월미도를 갔습니다.
피곤하다는걸 억지로 깨워서 아침을 대충먹고, 일찌감치 월미도로 향했습니다.
와이프도 눈치를 챘는지, 그냥 친구들이랑 모처럼 갔다오라고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습니다.
월미도에 도착하여 배를타고 영종도로 향했습니다.
친구녀석이 커다란 새우깡을 사오더군요...
새우깡을 뜯으며 갈매기한테 새우깡을 주는 모습이 영락없이 20년전 고등학교 때 모습이였습니다.
영종도에 도착하여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대낮부터 조개구이에 소주를 6병이나 마시고, 힘들게 친구한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미안하다고.....괜시리 제가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이유야 어찌되었던 이혼한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간의 문제이니 할말을 없지만, 그래도 처음 전처와의 인연을 맺게해준것에 대한 미안함에 친구녀석한테 술힘을 빌려 그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워낙말수가 없는 놈이 호탕하게 웃더니, 저보고 와이프한테 잘하고 잘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혼한 이유와 전처한테 애를 보내야했던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더군요.
그러고보니 그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그친구한테 있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는 친구녀석한테 그저 함께 술마셔줄수 있는게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친구들을 보내고....
메일을 한통 받았습니다...
너무 즐거웠다고....그동안 힘들고 지친것들 친구들만나 모처럼 넓은 바다에 묻어버리고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을왕리해수욕장에서 20년의 세월을 함꼐한 친구들과의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괜시리 그동안 친구놈에게 너무 무심했구나 하는생각에 만감이 교차되더군요.
요즘은 가끔 술한잔 하면서 자주 통화를 합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기로 약속하고, 분기별로 팬션을 잡아 친구녀석들고 모이기로 했습니다.
물론 그때는 전처에게로 보낸 딸도 함께하기로 약속했구요.
그리고 연락이 뜸했던 5명중 2친구도 수소문을 하여 함께 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친구들을 보내고 와이프랑 애들을 제우고 술한잔 하면서, 와이프가 그러더군요...
친구들이 떠나기전 마지막날 전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집으로 돌아와서 바로 잠이들었는데,
그날저녁 이혼한 친구가 와이프한테 그랬다는군요...
저한테 잘해주고, 친구들을 반갑게 맞아줘서 너무고마웠다고.....
그리고 딸을 보낸게 너무 힘들었답니다...그친구 태어나서 눈물 흘린적 없었는데..
와이프한테 그말을 하면서 서럽게 울었답니다...
그리고 그일이 있은후 부터 와이프도 친구들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와이프보다 친구들을 좋아한다고 불평불만하던 와이프도 부산친구들이라면
웃음을 뛰며 이해를 해주더군요..
뒤돌아 보니 고등학교 시절 만큼 순수하고 열정적이였던 시간....
아무런 조건이나 이유없이 함께 어울리고, 함께 나누었던 친구들과의 소중한 추억들...
그리고 20년이 훌쩍 지나고 함꼐한 시간역시..
친구들과 저의가슴...그리고 그런걸 가능하게 해주었던 와이프의 가슴에 또다른 추억으로 인생의 일기장에 남게되었습니다.
항상 퉁명스럽게 친구들이 밥먹여주냐고 농담처럼 톡톡 쏘아붙이던 와이프가 정작 친구들에게 잘해주고, 힘들떄 함꼐 해줘서 너무 고맙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친구들과 함께 좋은거 먹고, 함께 여행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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