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범님의 얘기와 관련이 없으나
오늘 저의 경험과 겹치면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작업도 몹시 바쁘지만
잠깐 제 생각을 적어봅니다.
광범님의 보통 생각이 맞은데
이상하게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교직경력 10년 남짓된 남자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교직에 뜻은 없었지만
여차저차 해서 늦게 교직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아직 뚜렷한 교직관도 없는 어줍잖은 교사입니다.
도덕, 윤리를 가르치다 보니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조금은 깊게 다룹니다.
그쪽 관련해서 생각이 모자라지만 약간의 자료도 냈고요.
저도 자식을 키우고 있기에
이 녀석들이 어떻게 자라주었으면 하고 생각도 하고,
저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자주 고민을 하는 편입니다.
이런 제가 오늘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저는 선생님들과 밥을 먹기 보다는 학생들과 즐겨 먹습니다.
오늘 저녁밥도 애들과 어울려 먹는데,
옆에 수업 시간에 자주 졸고 수업 태도가 안좋은 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약간 나무랐습니다.
'너 내 수업에 충실하지 않은 거 보니까 공부 못하는 애 맞지?'
(이번에 새로 3학년 윤리를 가르치기에 이번 학년 애들을 잘 모릅니다)
딱 이정도 였습니다.
그러면서 애가 하는 말이(고3입니다),
'선생님, 저 요즘 게임 끝었고요, 그리고 저 공부 좀 하는 편이에요.
전교에서 중간 정도 해요'(우리 학교 문과 중간은 전국에서 좀 떨어지는 편입니다)
제가 좀 놀라면서, 그럼 작년 담임 선생님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우리 학교에서 많이 엄한 선생님이고,
올해 담임이 누구냐고 하니까 많이 순하신 분이더군요.
그래서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너 그럼 올해 자유를 느끼니 너무 좋겠다?'
그러니까 애가 하는 말이,
'아니요, 저는 작년 *** 선생님이 더 좋았어요'
저의 답변, '헐~~~~ㄹ'
* 자유를 주는 선생님보다 구속을 하는 선생님이 더 좋다?
자유를 주는 것은 자율적으로 공부를 하라는 것이죠.
그런데 학생들은 때려야 말을 듣습니다.
사람은 짐승이 아닌데도 말이죠.
학생들은 자기 스스로 짐승인줄 아나 봅니다.
자유를 모르기에 그러겠죠.
언제 자율적으로 뭘 해봤어야 말이죠.
때리는 선생님 밑에서 못 도망치고 맨날 혼나고 하면서 타율학습을 해서
성적이 조금이라도 좋아지면 그게 좋은 건 줄 알고
그 선생님을 좋아합니다.
물론 정말 제대로 적시에 때려서 가르치는 훌륭한 분도 계시고,
그 마음을 잘 알고 가르침을 받는 학생도 있겠지요.
그런데 제가 그 선생님과는 10년 넘게 알아오는 사이고,
제 수업 시간에 충실하지 않은 그 학생은 제가 어떤 학생인가
실은 조금은 뒷조사를 해봤거든요.
물론 저도 제가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 잘 압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은 근본적으로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태도, 가치관 등에 문제가 있는 듯 보입니다.
사람은 때려야 되고,
때리는 사람이 더 고맙다.
인간에게 자유가 어떤 것인지,
자율이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1월 2월 두 달간 그 녀석에게
'인간에게는 자유가 가장 소중하고,
사회에는 정의가 최고의 덕목이다'고 수업을 했는데
말짱 도루묵이었다는 거죠.
'실존적 인간, 인간의 삶, 자유'를 다시 설명해줘봐도
깨달음이 없겠죠.
성적 높이기보다 제대로 생각하기를 가르치고 있는데....
자신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조차 없는 교육 현실 탓이겠죠.
쓸쓸한 밤입니다.
다시 일이나 해야겠습니다.
저는 일하는 기계가 아닌데,
저를 일만 하게 만드는 직장의 현실...
저도 내일 주말에 놀고 싶은데
집에서 이틀간 또 죽치고 일이나 해야한다니
주말이 정말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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