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번 글을 이곳 학림다방에 대한 적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업무 관련 자료, 특히 자료를 정리하는 업무보다는 기획서나 제안 자료처럼 고민과 창의성(?)이 어느 정도 필요한 자료를 만들 때 이곳에 자주 들릅니다.
이곳은 다른 테이블의 담소, 어느정도 시끄러운 분위기, 그리고 좋은 시스템에서 나오는 매끄러운 음악이 있는 제가 좋아하는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 오면 고개를 갸우뚱 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것이 있습니다.
글 제목처럼 방문하는 분들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자료를 정리하다 가끔 옆테이블에서 원치 않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하고.. 가끔은 그 이야기를 훔쳐 듣기도 합니다. 물론 심각한 이야기 같으면 듣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없습니다.
지난주에는 옆 테이블에 한 가족이 왔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들, 며느리, 아이와 아이의 고모 둘입니다. 아마 무슨 일이 있어서 대학로와 왔다가 마지막으로 이곳에 들러 담소를 나누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이야기가 들립니다. 할아버지께서 학창 시절 들르던 찻집이라고 합니다. 무리도 아닙니다. 이 곳은 50년이 넘은 찻집이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다섯살 정도 되보이는 아이가 조금 칭얼거리지만 모두 열심히 듣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할아버지의 표정에 아련한 추억이 떠오릅니다. 할머니와 만났던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당시 이 다방의 분위기..
이곳은 예전 단골들이 가끔 들러 추억을 회상하는 곳입니다. 언제나 한 두 테이블은 그런분들인 것 같습니다. 영업한지 50년이 지났으니 추억을 회상하는 손님만해도 상당수일 것입니다..
지금 앞 테이블에는 50~60대로 보이는.. 그리고 여성 문인인 듯한 두분이 열심히 말씀을 나누고 있습니다. 1970년대 무슨 문학상 수상자는 누구인데 그 사람은 지금 어떻게 되었다는 등.. 무슨 동인지가 요즘에는 활동이 어떻다는 등.. 이름을 알만한 사람들이 거론되고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들도 나옵니다.
이렇게 이곳은 문화 예술인들도 많이 찾는 곳입니다. 대학로에 이분들의 모임이나 사무실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학로에 이분들이 모여 차를 마실만한 공간은 이제 거의 사라졌습니다.
아직 학림다방은 그분들이 마음편히 모일 수 있는 곳입니다.
학림다방은 예전에 재야 분들이 모이던 곳이기도 합니다. 자택이 가까운 백기완 선생님은 거의 매일 들르는 듯 합니다. 반가운 만남, 그리고 후배들이나 어떤 일을 하는듯한 분들과의 회의 등..
한달 쯤 전에는 노회찬씨과 홍세화씨가 와서 옆 자리에 앉았습니다. 처음에 이곳 주인아저씨도 동석을 해서 인사를 나누더니 좀 지나서 주인아저씨가 자리를 뜨고 두 분이 뭔가 자료를 꺼내놓고 열심히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방선거 관련 이야기인듯 합니다. 경쟁정당(?, 전 민노당입니다.. ㅎㅎ)의 내부 이야기이니 듣지 않기로 하고 다시 자료에 몰두합니다. 하지만 가끔 선도투쟁이니.. 하는 낮익지만 오랜만에 듣는 단어들이 들립니다. 저 정도의 선배들도 그런 단어를 사용하는구나.. 하면서 혼자 조용히 웃음을 짓습니다.
아직 학림다방은 재야(?) 인사들이 와서 세상의 변화를 논하는 곳입니다.
사실 가장 많은 손님은 연인입니다. 오늘도 가장 많은 자리를 연인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비교적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를 주지 않고, 커피가 꽤 맛이 있기 때문인듯 합니다. 두 자리 건너 테이블의 연인들은 벌써 세시간째입니다(제가 온지 그쯤 되었는데 그 커플은 저보다 먼저 와 있었습니다).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커플입니다. 여자분이 남자의 점퍼를 어깨에 걸치고 커피를 마시면서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까르르 웃고 있습니다.
그 옆 테이블에는 젊은 여자분 두분이 왔습니다. 창가 자리에 커피를 한잔씩 앞에 놓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한 자리 건너에는 역시 젊은 여자분이 혼자 와서 책을 보고 있습니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냥 책을 보면서 차를 마시는 것이 목적인듯 합니다.
이렇게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 저녁에는 집사람이 아이를 데리고 오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도 두시간은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때까지 작업이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심심해하는 아이를 집에 그냥 두고 저만 여기 앉아있을 수는 없습니다.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갈 생각입니다.
저는 지금 한 파트를 끝내고 다음 파트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담배를 한대 태우고 커피 리필을 부탁하고 화장실에 다녀온 후에.. 곧 바로 일을 시작하기 싫어 게으름을 피우는 중입니다.
이곳 학림다방은 저처럼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이 천천히 가게 안을 둘러보고 사람들을 둘러보기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회원 여러분들께서도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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