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3년도 더 지난 얘기가 됐지만, 저도 사고 경험이 한번 있습니다. 오르막 길 급 커브 중 급 브렉 오바질 하다가 리버스 걸려서 가드 레일을 정통으로 때려박은 사건입니다. 그땐 울화통이 터졌는데 지금은 가끔 그때 생각하면, 인터넷 만화 속 람보가 팔에 화약 가루 뿌려서 치료 후 외팔이가 되어, 그때 오바질만 아니었어도 하는 장면이 생각나서 혼자 키득거립니다. ㅋㅋㅋㅋ
(오르막 급커브에서는 급 브렉 밟지 마세요. 뒷바퀴 들리면서 얄짤없이 리버스 생깁니다)
아무튼 사고 직전 오감이 극도로 예민해지는지 세상이 슬로 모션으로 보이더군요. 다가오는 가드 레일, 그리고 부풀어 오르는 운전석 에어벡, 그와중에 사람도 없는 조수석 에어벡도 같이 부풀어 오르는 모습에 "아... 쉬밤... 저게 얼마짜린데 왜 터지고 GR 이야.." 하며 중얼거리기까지... -_-;;;
그 결과 견적 750 만원. 최종 수리 후 보험 청구 금액은 850 만원. OTL
뻔질나게 공업사 드나들면서 작업 중인 분들께 간식과 아부 공세를 한 덕분인지, 차는 완벽에 가깝게 수리되어 오히려 사고 전보다 더 스파르탄 해졌습니다. 보강 용접도 잘 되었고,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내부까지 도색 완벽. ㅋㄷㅋㄷ
(유연근님 제 매구리 노리지 마세요. 대파 차라서 팔지도 못하고 폐차까지 타야되요. 어흙~)
[휘어버린 프레임 지그 작업으로 바로 펴고, 보강 용접 작업 중 모습] ㅠ,.ㅠ
[지그 및 휠 하우스 판금 완료 후] ㅠ,.ㅠ
[엔진 룸에서 무사했던건 이 녀석과 변속기 정도.. 그나마 이녀석도 알터를 비롯 부분 교체 왕창] ㅠ,.ㅠ
차는 대파가 됐지만, 저는 그 날 집에 가서 잘 잤고 그 후에도 달리 이상을 못 느껴서 병원은 아예 가지도 않았습니다. 역시 난 용가리 통뼈인건가 싶기도...
그 뒤 경미한 추돌에 병원에 입원을 하네 마네 하는 사람들을 혐오했습니다. 저런 사람들 방문에 부딫히면 운명이라도 하시겠군 하면서 말입니다. =_=;;;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사무실 노총각 동료가 완전 구형 프라이드로 정차 중인 그랜져를 추돌하는 사고를 냅니다. 대파가 된 제 차와는 달리 프라이드는 라디에이터 터지는 정도로 선방하며 멀쩡했고, 동료의 프라이드 자랑도 대단했습니다. 자기껀 앞에 조금 부서졌는데, 그랜져는 박살이 났다고. 프라이드 킹왕짱이라고.. -_-;;;
그 동료가 1년이 지나자 신경계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서 잘 달리지 못하고, 2년이 지나자 정상적인 속도의 보행도 힘겨워 하고, 3년이 지난 지금은 앉아있는 것도 힘들어 합니다. 신경계에 이상이 생겼다는 진단만 있고, 딱히 치료 방법도 없어서 휴직은 6개월이나 했지만 지금은 증상이 더 심해진 상태입니다. 술/담배/화류계 모두 싫어라하는 열혈 독신 모범 크리스찬. 취미는 달리기 정도였던 동료였고요.
대구에 혼자 계시는 노모를 모시기 위해서 대구로 발령 내서 가겠다던 그 동료가 속칭 폐인이 되어 가고 있네요.
교통 사고가 사람마다 참 편차가 극과 극이구나 싶은게, 자기 몸 과신하지 말고 병원에서 진단은 충실히 받자로 생각이 바뀌더군요. 대뜸 입원부터하는 과잉 진료는 아니고 말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