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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도>에 갈음하여..
불과 몇 백년 전,
화폐가치로 계산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니었던 이들은
유사시엔 사고 파는 것은 물론, 선물로 주기도 했고, 버릴 수도 있었다.
물건과 딱히 다르지 않은 대우를 받던 그들의 수는
조선 시대 초기를 지나 폭발하더니
급기야 임진왜란 직후인 1609년.
한반도 전체 인구의 47퍼센트, 한양 전체 인구 53퍼센트까지 육박하게 된다.
당시 양반들과 평민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이니
저잣거리에서 숨 쉬고 살아가는 이들의 다수인 셈이다.
<중략>
만약 몇 백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각자의 얼굴을 저 안에서 찾을 수 있다면
우리가 저잣거리를 살아가는 그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화폐가치가 인생의 값어치로 손쉽게 매겨지고
'88만원 세대'라던가, '비정규직 확대'와 같은 문구들로부터 눈길을 떼지 못하는 현재의 모순을
그 시대와 등가로 놓을 순 없다하더라도
맨몸으로 부딪혀 싸우지 않고서는
무엇인가의 노예가 되지 않고 사랍답게 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만큼은 여전하기 때문인지도.
지금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픽션이
지금 이 시대에서 잊혀져가는 것들을 바라보게 만든다면
다른 시대를 다룬 픽션은 필연적으로,
지금 이 시대 그 자체를 바라보게 만든다고 한다.
KBS 홈페이지 <추노> 기획의도 (2009.12.29)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