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시간이 빨라져 버렸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반면 "자신에게 예를 갖출 수 있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버렸습니다.
가끔은 나이 들어간다는게 하고 싶은 것을 조금이나 더 할 수 있지만
빨라져버린 시간을 주체할 수 없다는 고통도 같이 겪어가 봅니다.
물론 지금도 대단하지만.. 10년 전에는 참 대단한 스피커였던 것 같습니다.
오디오 파일 치고 한번은 거쳐가야 할 로망의 스피커... 원래 마이너 전문이기에
애써 외면하기도 했고, 젊기에 일별하고 지나가기도 했는데....
오디오라는 취미가 좋은 이유는 아마도 얼리 아답타가 될 필요가 없고,
경제적 능력도 중요하지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잠시간의 여유와 마음이 있으면
할 수 있기에 기다리다보면 언젠가는 자신이 줄 설 차례가 오기 때문이더군요.
십 수년전엔 혹평 일색이던 저도 여유가 생겨서일까요.
적어도 나에겐 매력적이진 않지만 왜 좋은 스피커일까 답을 줄 수 있었습니다.
7~8년 전 다인씨리즈 매너리즘에 빠지면 어떨까 싶어 시작했던 서브시스템 프로젝트의
끝은 아마도 포칼씨리즈(최신의 베릴륨도 아닌)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 마이너 그레이드를 추구하는 끄트머리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머지 않아 이보다 조금 더 좋은 스피커를 가게 되리라 생각은 들지만 제 일생의
오디오 경력 중 강렬한 각인을 찍어 준 느낌표... 물론 이것이 끝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라 여겨지겠지만...
피곤에 절어 퇴근 후, 잠시 후에 다시 출근해야 할때 이 녀석이 뿜어주는 한 곡의
멜로디는 피곤을 날려주는 청량제 같습니다. 포칼 트윗 만세!
꼭 고가의 오디오만이 좋은 소리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균형잡힌 시스템에서 좋은
소리를 내준다는 답을 주는 스피커 같습니다. 항상 오디오를 구입할 땐 시간이
지났더라도 처음 신품가와 그레이드를 보는데... 이 녀석은 그레이드에 비해 참
많은 것을 요구하더군요.
"시간이 지나면 실체가 드러난다."
아마 오디오의 본질을 가장 잘 말해주는 말이자 표본이 이 프리앰프 같습니다.
물론 이것보다 더 좋은 성능의 프리도 많지만... 십수년전 이 녀석이 나왔을때
걸맞지 않은 대접을 받았다는 생각을 참 자주 하곤 합니다.
짝이 되는 M30S 파워가 있으나 한번 결합해 볼 생각도 안했는데...
언젠가 마음의 허락이 떨어진다면 하겠지요? ^^
다음 스피커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한 쌍의 250mk4
언젠간 갈아타게 되겠지만 요즘 들어온 유저들에게 인테그라나 로텔은 다소 생소한
이름일 듯 합니다. 벌써 햇수로 7~9년이 다 되어 가니... 오디오는 신기술이 아니라
물량투입이 모든걸 말해준다는 표본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홀대하다 여름이 가기 전에 기억을 회상하기 위해 한 컷 남겨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햇살은 따가운데 군데군데 가을의 느낌도 섞여지네요..
이렇게 어느 여름이 시작되어 갑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