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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골매의 "외로운 들꽃" 이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0-02-10 01:20:05
추천수 0
조회수   881

제목

송골매의 "외로운 들꽃" 이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글쓴이

김태일 [가입일자 : 2002-03-21]
내용
9시 넘어서 집에 왔는데 사정이 생겨서 저녁을 못먹었네요.

그래서 냉동실에 있는 훈제연어로 술안주 만들어 소주 몇잔 하고 음악들으려고 고르던 중 오래된 테잎이 눈에 띄어 들어봤습니다. 몇년전에 와싸다에서 구입한 cdp겸용 소니카세트에요.

1994년 2월 고3 졸업식 때 속으로 좋아했던 여자에게 받았던 녹음테잎 입니다.

사연은 무척 깁니다만.. 간략하게 적어볼께요.

노래를 틀으니 쎈티해 지는게 적어보고 싶네요.



때는 중1입니다.

경기도 포천군 일동면에서 3살부터 살았던지라 초등학교 다니고 중학교도 동네에 있는 일동중학교엘 들어갔습니다.

운동 좋아하고 틈만 나면 근처 산에 쏘다니며 가재잡고 뭔 약초니 캔다고 돌아다니던 때였어요. 티셔츠 하나에 청바지 입고도 추운 산이며 개울을 돌아다니던 때였으니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체력이 그립기만 합니다.

중학교 입학식에서 눈에 띠던 키가 크고 말랐던 여자애였습니다.

분명 초등학교땐 마르고 별로였었는데 눈에 띠더네요.

초등학교에선 으레 운동 잘하고 공부도 그럭저럭 하면 싸움 전적이 별로 없어도 나도 모르게 싸움랭킹(?)이 전교 몇등 되어버리죠...ㅎㅎㅎ

암튼 그런 저의 눈에 입학식에 눈에 띤 그 아이...

반은 틀렸는데 같은 국민학교를 나온 그애가 자꾸 눈에 들어왔습니다.

물론 말은 안한 건 아닙니다.

시골에서 같은 초등학교를 나오고 같은 중학교를 들어갔다면 보통 같은 초등학교의 여자애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코흘리고 못생겨 보였던 초등학교때 이미지가 그대로 보여서 여자로 보이지 않는거죠.

지금 중고등학교때 앨범을 보면 이쁜 친구들 많았었더구요. 그놈의 선입견이 무섭긴 합니다.

암튼 그렇기 때문에 다른 초등학교 애들끼리 커플이 생깁니다. 저희는 이해가 안갔지만요.

그렇게 가깝지는 않고 안면만 있는 상태로 중2가 되었고, 남녀공학이었던 학교에서 2학년에서 유일한 남녀합반이 편성됐는데 그 여자애와 같은 반이 되었네요.

뭐 티내지 못했습니다.

그냥 살짝 보면서 흐믓해하는 정도죠.

재밌는 2학년 생활이었어요. 성적도 전교 학급 중에서 제일 좋았고 소풍을 가던.. 체육대회를 하던 다른반, 다른학년들이 부러워하던 그리고 즐거운 기억이 많았었네요.

암튼 그리 마음으로만 보며 지내다가 고등학교엘 갔습니다.

당시엔 의정부 고등학교엘 가야 공부 잘하는 것이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부모님께 의정부 고등학교에 가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등록금이야 그렇다해도 하숙을 해야 하는데 형편을 그것을 감당할 형편이 안되었거든요. 그래서 동네에 있는 일동종고엘 장학금을 받고 입학 했습니다.

근데 그 친구도 같은 입학생이었어요.

그러다 시간이 흘러 고3이 되었고 같은 반 친구녀석과 그애가 사귀더군요.

좁은 동네다 보니...그리고 이 땐 친구 정도로 지냈고 별 감정 없었어요.

그러다 고3때 남녀 합반이 되었고 같은 반이 되었습니다.

친구놈 때문에 힘들어 할때 같이 험담도 하고 그런 놈아니니 이해하라면서 이야기도 자주 했구요.

그 땐 저도 몰래(?) 사귀던 여자친구가 있더랬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무척 설레이네요.

결국 친구넘이 바람을 피우고 다른 여자애를 사귀고 그 애가 힘들어할때 더 친해졌습니다. 그리고 몇주후에 그애 집에도 같이 갔었더랬습니다. 뭐 단순한 초대예요.

그 때 처음 어머님도 뵈었고, 아버지가 군장교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니가 "태일이구나...".. "네.. 안녕하세요.."

정말 친구라는 생각으로 조언하는데만 집중했습니다. ㅜ,,ㅜ

제 마음을 들킬까봐 걱정도 됐었죠.

이 애가 흔들리는데 한번 대쉬해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구요.

한 두어시간 그애 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고 친구녀석 험담(?)도 같이 하면서 다음엔 우리끼리 의정부에 영화보러 가서 친구놈 약올리자고 하고 저희 집으로 가려고 그 여자애 집을 나섰습니다.

버스정류장까지 배웅을 해줬는데 걸어오면서 그러더라구요.

"너는 나한테 사귀자고 하지는 않겠지?" 라구요.

가슴이 뜨끔 했는데, "당연하지!" 하고 웃고 넘어갔습니다.

사실 버스 타고 오면서 씁쓸했죠.

그리고 수능시험을 보고 (저희가 2회였을 겁니다.), 대학들 들어가고 졸업식이 다가왔죠. 졸업식이 끝나고 사진들 찍고 있는데 누구 어깨를 칩니다. 돌아보니 그 여자애가 웃고 서있네요.

손에 녹음한 테잎이 들려 있었고, "힘들때 큰힘이 됐는데 그동안 한번도 고맙단 말도 못했네."라고 하면서 제게 주고 갑니다. 고맙다고 하고 얼떨결에 받고 다시 사진 찍는데 열중합니다.

그게 마지막 이었습니다....

사진이라도 찍자고 하려고 했는데 보이지 않더군요.

그 때가 1994년 2월이었네요.

그 테잎 안에는 당시 유행하던 "Mr.2" 의 "하얀겨울" 노래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1월에 만들었더군요. 테잎 원본의 표지와 가사들을 복사해서 똑같이 접어서 테잎 겉면에 놓고 안쪽 빈자리에 당시 유행하던 원태연씨의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수 있는한 크게.. 그걸 뺀만큼 널 사랑해" 를 써 놓았더라구요.

시끌한 졸업식이후 친구들과 술자리 마치고 집에 와서 테잎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한곡 더 있었는데 그게 송골매 8집에 있던 "외로운 들꽃" 이라는 노래였습니다.

이후부터 제가 무척 좋아하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뭐.. 좋은 마음에 옛 기억을 살짝 끄집어봤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살짝 설래이는 누가 뭐래도 좋은 기억임을 밝힙니다.

아내가 볼까봐 두려워서는 절대 아니구요.

늦은밤에 안주무시고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아침에 부끄러워 삭제할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양해해 주시구요.

안녕히 주무세요...

(햐... 부끄럽다...)

추천스크랩소스보기 목록
강재명 2010-02-10 01:39:02
답글

글 재밌게 잘읽었습니다,김태일님^^<br />
연배도 비슷하신거같고, 포천 이동에서 군생활해서 반가운 마음에 글 남겨봅니다....

정태웅 2010-02-10 03:08:28
답글

이른(?) 시간에 정독하면서 읽었습니다~~아름다운 추억과 음악의 앙상블 스토리 잘 읽었습니다^^

임대혁 2010-02-10 06:15:35
답글

잘읽었습니다....아름다운 추억이 있으시네요...다만 처음 전개상 저와 비슷하거나 연배신줄 알았는데....젊으시군요....^ㄴ^

고승우 2010-02-10 07:23:39
답글

잊고 있었던 옛노래입니다. 송골매 스럽지 않은 분위기의 노래였지요... 노을물드는 안개속으로 고독속으로 슬픔속으로.. 듣고싶은데 들을 방법이 없네요.

canon.shot@gmail.com 2010-02-10 07:48:04
답글

레파토리가 있으면 한 없이 기억되는게..인간의 능력이란...ㅋ<br />
잘 읽었습니다 ^^

김태일 2010-02-10 08:38:59
답글

아이고... 감사합니다.<br />
이제 출근하고 다시 읽으니 쪼금 부끄럽네요..<br />
고승우님... 포털에서 검색하면 음원으로 판매합니다.<br />
저도 구입해서 가지고 있어요.. 음질은 그닥...이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송골매 스럽지 않는 분위기라 많이 놀라며 들어서 더 좋았던것 같아요.. 가사도 그랬구요.<br />
<br />
아직 코앞의 기억 같은데 아이들 얼굴보면 시간이 빠르기는 하구나... 합니다..<br />

이경호 2010-02-10 08:54:00
답글

베이스 치던 분이 부른걸로 기억하는데 맞나 모르겠습니다.. 저도 참 좋아합니다.

hiters@freechal.com 2010-02-10 09:00:52
답글

지금 위대한 탄생의 베이스 치시는 이태윤이라는 분이시죠.

이경호 2010-02-10 09:10:29
답글

아 그렇군요.. 기억력이 저질이라서 ㅜㅜ 감사합니다. ^^

김태일 2010-02-10 09:29:34
답글

앗.. 맞습니다.. 이태윤씨죠.. 처음에 들을땐 배철수씨가 변성기가 왔나 했더랬습니다.

이정철 2010-02-27 23:33:18
답글

김태일님, 아버님게서 막걸리공장에서 생산책임자로 일을 더 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강재명 2010-02-10 01:39:02
답글

글 재밌게 잘읽었습니다,김태일님^^<br />
연배도 비슷하신거같고, 포천 이동에서 군생활해서 반가운 마음에 글 남겨봅니다....

정태웅 2010-02-10 03:08:28
답글

이른(?) 시간에 정독하면서 읽었습니다~~아름다운 추억과 음악의 앙상블 스토리 잘 읽었습니다^^

임대혁 2010-02-10 06:15:35
답글

잘읽었습니다....아름다운 추억이 있으시네요...다만 처음 전개상 저와 비슷하거나 연배신줄 알았는데....젊으시군요....^ㄴ^

고승우 2010-02-10 07:23:39
답글

잊고 있었던 옛노래입니다. 송골매 스럽지 않은 분위기의 노래였지요... 노을물드는 안개속으로 고독속으로 슬픔속으로.. 듣고싶은데 들을 방법이 없네요.

canon.shot@gmail.com 2010-02-10 07:48:04
답글

레파토리가 있으면 한 없이 기억되는게..인간의 능력이란...ㅋ<br />
잘 읽었습니다 ^^

김태일 2010-02-10 08:38:59
답글

아이고... 감사합니다.<br />
이제 출근하고 다시 읽으니 쪼금 부끄럽네요..<br />
고승우님... 포털에서 검색하면 음원으로 판매합니다.<br />
저도 구입해서 가지고 있어요.. 음질은 그닥...이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송골매 스럽지 않는 분위기라 많이 놀라며 들어서 더 좋았던것 같아요.. 가사도 그랬구요.<br />
<br />
아직 코앞의 기억 같은데 아이들 얼굴보면 시간이 빠르기는 하구나... 합니다..<br />

이경호 2010-02-10 08:54:00
답글

베이스 치던 분이 부른걸로 기억하는데 맞나 모르겠습니다.. 저도 참 좋아합니다.

hiters@freechal.com 2010-02-10 09:00:52
답글

지금 위대한 탄생의 베이스 치시는 이태윤이라는 분이시죠.

이경호 2010-02-10 09:10:29
답글

아 그렇군요.. 기억력이 저질이라서 ㅜㅜ 감사합니다. ^^

김태일 2010-02-10 09:29:34
답글

앗.. 맞습니다.. 이태윤씨죠.. 처음에 들을땐 배철수씨가 변성기가 왔나 했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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