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전 사는 최원길입니다.
아이키도란 명칭을 들은지도 꽤나 되었습니다. 진공관 4알을 사용하는 프리앰프 회로를 일컫는 것입니다. 우리말로는 합기도라는 뜻이랍니다. 앰프회로 이름이... 그 배경이 있겠지만 낯설기는 매 일반인 것을.. 그래도 최초 설계자가 그리 이름을 붙였다니 그렇게 부를 수 밖에요.
작년까지 간단한 프리앰프들을 몇가지 만들어 보면서 조금씩 바뀌는 소리들에 흥미를 가졌었습니다. 잘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지 대체로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만든 것이니 그런 느낌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도 이런 무비판적인 태도로는 발전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만 쪼물락대고 만져보는 그 시간들이 즐거웠기에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올해는 아이키도(Aikido Preamp)라고 마음을 먹었었습니다. 한참전에 내맘대로 만들어 놓은 샤시를 이용해 하드와이어링으로 해보면 되겠다 생각하고 부품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진공관 소켓에 연결선 하나 땜질해 놓고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는데.. 아뿔사!... 뿌리치기 어려운 공제가 하나 떴습니다. 그것도 아이키도... 믿을만한 공제 였고 전원부까지 잘 만들어진 한장의 기판도 올라간 구성이었으므로 방향을 확 바꾸었습니다. 모아 놓은 부속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면 되므로 추가적인 지출도 거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기판 받아서 부품들 다 얹어놓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놓은 것이 5월초였는데 케이스가 없는 상태에서도 귀에 거슬리는 잡음이 없는 것으로 보아 제집에 넣으면 조용한 앰프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판은 생각보다 커서(250mm x 200mm) 넣기 만만한 케이스가 없더군요. 겨우 골라낸 것이 S 금속의 케이스(폭 420mm, 깊이 240mm, 높이 120mm) 였습니다. 기판과 트랜스를 대강 얹어보니 거의 남는 공간이 없었습니다. 하긴 공간이 남아봐야 달리 할 것도 없고 현재의 크기도 그동안 제가 만들던 물건에 비하면 충분히 거대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큰 물건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사진에서처럼 공간이 없다보니 볼륨, 셀렉터, 전원스위치는 좌우로 벌려서 끝쪽에 배치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기판에 드나드는 신호선을 생각하면 오히려 유리한 것입니다만 전면에서 봐서 모양새가 영 어색했습니다. 전면 판넬의 가운데 부분이 너무 심심해 보여서요. 궁리 끝에 나무판을 하나 붙여보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심심한 것 같아 사진과 같이 사각형 모양과 삼각형 모양을 뚫었습니다. 재질은 자작나무 합판이고요 마호가니 도장으로 마감한 것입니다. 조금 덜 심심해진 것 같습니까?^^
처음에는 나무쪼가리에만 구멍을 낼까하다가 아예 판넬까지 뚫어서 언뜻 속이 들여다보이고 진공관의 열기를 식힐 수 있는 바람구멍으로 활용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구멍으로 벌레도 들어갈 수 있고 누군가 손을 넣었다가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도 있겠지만 죽은 벌레는 간간이 뚜껑 열어 진공청소기로 빨아내면 되고 집안에 호기심으로 손집어 넣을 사람은 없는 마당에 이러한 판단은 옳았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4알의 증폭부 진공관과 정전압용 진공관 2알에서 제법 열을 뿜어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진공관 히터용 정전압 소자도 열이 상당히 나므로 케이스에 부착하여 케이스를 방열판으로 활용하다보니 앰프 전체가 따뜻한 온돌방위에 얹혀 있는 모양새입니다. 진공관이라 하더라도 프리앰프가 이 정도의 열을 내는 경우는 잘 없는데요..
이대로 앰프가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나는 진공관이다”라고 뻐기는 듯 합니다. 물 대접을 올려놓고 냉각 및 가습용으로 써야할 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여름에는 사용을 자제해야 할 듯 싶습니다.
케이스에서 정확한 가공이 필요한 부분과 큰 구멍은 전문점에 맡겨서 작업했고요. 크지 않은 구멍들은 직접 뚫었습니다. 물론 나무 판대기도 제가 작업한 것은 아닙니다.
증폭부 진공관은 비교적 저렴한 러시아산 6N6P를 사용했고요. 정전압용 진공관은 가장 흔한 12AX7과 12AU7이므로 집안에 있는 저렴한 것들을 끼워 놓았습니다. 그밖에 특별한 부품은 없고 다만 신호부 저항 몇 개는 약간 고가의 물건을 사용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커플링 콘덴서(캐패시터)도 좀 값이 나가는군요...
막판에 출력릴레이가 말썽을 부려 골을 썩혔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최종적으로는 어제 마무리지어 뚜껑을 덮었습니다. 소리는 두달정도 들어왔기 때문에 그 동안 달라진 것은 없지만 탄력있는 저역과 빈틈없이 꽉찬 소리가 과히 시중의 평판이 결코 과장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2003년에 만들어 그 동안 집에서 들어 온 트랜스 출력형 프리앰프도 충분히 훌륭한 소리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기도 했습니다.
대전은 비가 감질나게 오는군요..
오늘은 빨리 퇴근하고 싶네요.. 아이키도 만나러...
즐거운 오후 시간 되세요..^^
볼륨과 셀렉터 손잡이 빠진채로 뚜껑 덮은 아이키도
아이키도 알몸 기판..
키작은 부품들 붙인 후..
전체 부품 얹은 후 시험 작동
집에서의 테스트..
줄맞춰 선 RCA 단자들..
케이스 안에 자리잡은 모습..
전면 사각창을 통해 들여다 본 모습
C3g 트랜스 출력형 프리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