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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글줄을 쓸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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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3 10:5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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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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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글줄을 쓸 수 있을까요?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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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준 [가입일자 : 2001-02-12]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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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등대지기 가사가 생각이 나는군요
첫 부분이 이렇죠
"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 위에 자고"
어릴 때는 몰랐었는데,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달 그림자가 얼어붙었다" 라는 표현은,
실로 수만가지 심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시인이 외로운 등대를 지키는 등대지기의 마음을 생각했을 때,
달 그림자가 얼어붙어 수면에 자고 있는 것으로 보였겠는데......
표현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글의 힘이랄까요.....
며칠 전에 김제동 동영상에도 비슷한 예가 있었죠
산그림자가 저녁이 되면 마을을 덮는 산골 이야기였는데,
"저녁이 되면 산도 외로워 마을로 내려온다"
라는 식의 표현......
어떻게 저런 표현을 쓸 수 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전류에 감전된 것처럼 강한 인상을 받은 표현이 있습니다.
"향수" 에 나오는 표현이죠
(노래 때문에 전국민이 알고 있지만, 노래 나오기 전부터 참 좋아하던 시였습니다)
거기에 보면,
누이의 검은 귀밑머리를 이렇게 표현한 부분이 있습니다.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
아.........
어떻게 인간의 머릿속에서 이런 표현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 검은 귀밑머리....."
저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저런 표현은 못 만들어 낼 것 같네요
좋은 시는
마음을 정화할 뿐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가 미적 승화를 어디에까지 보여줄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놀라운 도구인 것 같습니다.
음악을 사랑하시는 와싸다 분들이니,
비슷한 맥락에서 문학에 대한 감흥도 있으시리라 봅니다.
소설이 표현할 수 없는, 시적 표현의 세계 속에
잠깐 머물러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참고로 저는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려고 하는 위선적인 글줄을 제일 혐오합니다. 어려운 단어들을 나열해 놓고, 시랍시고 쓰는데 무언가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할 추상적인 말들을 적어놓으면 뭔가 있어보이는 줄 아는 사람들이죠....이런 거 제일 싫습니다.
뭐...하지만 라디오 시대 등에 나오는 유치한 서민들의 시들도 싫어합니다..^^ 그런 시를 듣고 있으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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