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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터널로 낚시질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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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8 01:37: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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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터널로 낚시질하기.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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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원 [가입일자 : 2000-12-16]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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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보다는 해외여행이란 말이 자연스러운, 사실상 섬나라이다 보니 한일, 한중, 호남-제주 등 세 가지 해저터널 얘기가 때가 되면 돌아가며 나옵니다.
유명한 해저터널로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를 잇는 세이칸 터널이 있고, 영국과 프랑스 사이 도버 해협을 유로스타 고속철로 연결하는 유로터널도 빠질 수 없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면 세이칸 터널 총연장 53.85㎞이고 해저 구간 23.3㎞이며, 유로터널은 총연장 55㎞, 해저구간 약 37㎞입니다.
한일 해저터널은 총 연장 200km가 넘고 대마도를 거쳐도 해저터널 구간이 대략 140km 정도 됩니다. 한중 해저터널은 인천 - 산둥성 웨이하이노선이 약 341㎞이며, 그밖에 화성이나 평택으로 잇는 등 몇 가지 안이 있습니다.
호남-제주 해저고속철도는 호남고속철도를 목포에서 연장하여 목포 ~ 해남 ~ 보길도 ~ 추자도 ~ 제주도에 이르는 167㎞ 구간에 다리와 해저터널을 짓는 방안으로 나왔습니다. 해남 - 보길도 28km 구간에 다리를 만들고, 보길도에서 제주까지 약 73km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식입니다.
1.) 한일 해저터널 여객 철도 타당성은?
한일 해저터널을 먼저 살펴보면, 물류비용 절감이나 관광 산업 발전 등을 예상효과로 내다보기도 합니다.
공사비용은 지하철 하저터널이나 고속철 공사 단가 이상으로 잡아보면 1km당 3,000억 원으로 대략 60조 원이 나옵니다. 단순하게 50년 균등상각으로 계산하면 매년 1조 2천억 원 이상 벌어야 합니다. 이용객을 연간 200만 명으로 잡아보면 60만 원이 나오고, 연간 300만 명이면 40만 원이라는 비용 부담으로 어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상환 부담이 없는 자본이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물론 그게 다 세금 부담이지만) 좋게 보아도 부산에서 후쿠오카로 해저철도로 가는 운임이 30만 원 이상입니다. (실비용은 앞서 계산한 것처럼 60만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대단층을 우회하여 해저터널을 공사해야 하는 등 다양한 변수가 있습니다. (해저 화산지대를 지나므로 사업성이 없다는 연구가 이미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일 토목공학 기술 수준에서도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의문일 정도입니다.
이 계산이 엉터리라고 해도 섭섭할 건 없지만, 낙관적인 예측에서 나온 것으로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60조 원으로 잡았지만, 전문가 추산은 70 ~ 100조 원 이상입니다. (참고로 유로터널 공사비는 14조 원.)
그냥 간단히 얘기해서 한일 해저터널은 일본 세이칸 터널이 그렇듯 항공편이 더 빠르고 싸기 때문에 여객 철도가 다니기에는 타당성이 별로 없는 듯합니다.
2.) 한일 해저터널 물류비용 절감 효과는?
물류비용 절감은 과연 한일 해저터널을 다니는 화물열차에 컨테이너를 실어 나를 수 있는지 살펴볼 때 더욱 현실성이 없을 듯합니다.
먼저 한국은 표준궤(궤간 1435 mm)이지만 일본은 협궤(궤간 1067mm) 철도라는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컨테이너를 줄줄이 실은 화물열차가 부산에서 출발해 한일 해저터널을 거쳐 일본 오사카 등지로 계속 달리지 못하고 규슈 화물터미널에 도착하면 컨테이너를 옮겨 실어야 합니다.
더구나 일본 JR 화물철도는 컨테이너가 자체 규격이므로 환적이 비효율적인 것을 떠나서 한국을 비롯한 국제 무역에 쓰는 컨테이너를 실어 나를 수가 없습니다. 궤간 가변 화차나 표준궤 노선인 신칸센 화물 열차 운행도 생각해볼 수 있으나 별로 기대할 만한 상황이 나오지 않습니다. 백 년 넘게 궤간 변경을 논쟁해 온 일본에서 한일 해저터널에 맞추어 갑자기 표준궤 철도를 새로 깔 리가 없습니다. 한일 해저터널로 부산~오사카 간 물류비용이 컨테이너 1개당 30% 절감된다는 주장 등은 애초에 신뢰성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한국 철도에서는 석회석, 무연탄, 유류 등 옮겨 실을 필요가 없는 산업용 화물을 주로 취급합니다. 예를 들어 영월 시멘트 공장이 태백선 쌍용역 가까이 있고 중앙선 팔당역 시멘트 저장고까지 가면 대량 수송이 끝나는 식입니다. 그래서 원주 근처 중앙선에서는 꼭 마징가처럼 생긴 구식 8000호대 전기기관차가 시멘트 화차 10량, 20량 길게 끌고 가는 모습을 가장 자주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산업용 외에 특수 화물로 전차나 야포 등 군용 화물도 물론 철도가 한몫합니다.) 더구나 한일 무역과도 직접 관계가 없는 화물입니다.
도로망보다 화물철도가 효율이 높지만, 트럭으로 기차역까지 짐을 싣고 와서 화물열차에 옮겨 싣고 목적지 역에 도착한 다음 다시 트럭으로 또 옮기면 그 효율성이 떨어지므로 다른 화물은 도로망 발달로 모두 트럭으로 처리합니다. 목포에서 제주로 갈 때도 짐을 실은 트럭 그대로 페리에 실어 나르는 식입니다.
유로터널 있어도 영국과 프랑스 사이를 오고 가는 화물용 페리가 계속 다닙니다. 비싼 요금 내고 굳이 유로터널을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며, 영국이나 일본이나 철도가 처리하는 화물 운송 비중이 매우 낮기도 합니다.
더구나 한국이나 일본 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할 수 없고 이를테면 컨소시엄 기업을 만들어야 하는데, 한일 해저터널이 경제성이나 실효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하거나 부담해야 할 게 많아서 더욱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3.) 한중 해저터널은?
한중 해저터널은 한국과 중국이 같은 표준궤로 실효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영국과 프랑스가 그랬던 것처럼 철도 페리를 먼저 운영하여 타당성을 검토하는 게 순서에 맞는 듯싶습니다. (카 페리가 배에 자동차를 싣는 것처럼 철도 페리는 기차를 배에 옮겨 실어 나르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4.) 호남-제주 해저고속철도?
호남-제주 해저고속철도 역시 사정이 비슷합니다. 김포 - 제주 간 여객기 운임과 KTX 운임이 별 차이가 없다는 계산이 나오기도 합니다.
대한항공 기준으로 김포 - 제주 기본운임(금~일)이 84,400원이고, 공항이용료 4,000원과 유류할증료 5,500원을 합치면 93,900원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호남고속선 352.7km, 호남-제주 간이 167km, 총연장 약 519.7km, 2시간 26분 소요라고 기사에 나온 걸 봤습니다. KTX 운임은 임률 x 거리로 계산하는데, 신선 임률로는 82,200원이라는 운임이 나옵니다. 새마을호나 무궁화호 열차와 달리 KTX는 기존선과 신선 임률을 따로 계산해서 좀 복잡합니다. 일부 기존선 구간을 지나므로 조금 더 싼 운임이겠지만, 그래도 500km가 넘어서 꽤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저가 항공 운임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부고속선을 살펴보면 서울 - 부산 간 KTX 주말 운임이 51,200원입니다. (동대구역에서 부산역까지 기존 경부선을 달리므로 앞으로 전 구간 고속선이 개통되면 임률이 달라져 별다른 인상 없이도 운임이 올라갑니다.) 대한항공 김포 - 김해 간 기본운임(금~일)이 71,900원이고, 공항이용료와 유류할증료를 합치면 81,400원입니다.
여러분이라면 1시간 정도 구름 위 풍경을 보면서 여객기를 타고 제주에 가겠습니까?
아니면 2시간 30분 동안 반지하철이나 다름없는 비싸고 불편한 고속철을 타겠습니까?
물론 이러한 비교는 기술 문제나 적자 운영 문제를 완전히 무시한 가정일 뿐입니다. 더구나 관광산업이 주류를 이루는 제주를 이름 그대로 섬으로 남겨야지 억지로 육계도로 만든다는 건 반대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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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 보면 비단 해저터널뿐만 아니라 현재 복복선 전철로 운영 중인 경인선을 지하화하겠다는 등 황당무계한 얘기가 너무 많습니다. 경부고속철도만 해도 노태우 때 대선 전략으로 1992년에 땅 한 평 사지도 않고 기공식부터 열었으며, 착공 몇 달 만에 밀양에서 경주로 노선을 바꾸었고, 2010년 현재 20년이 다 되도록 아직도 공사 중이고, 철도공사는 정부 잘못을 떠맡아 계속 파행운영 중입니다. 정치적 목적으로 억지로 추진하면 그 결과가 어떤지, 부담은 결국 누구 몫이 되는지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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