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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 스키장 그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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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7 14:1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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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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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 스키장 그녀...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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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가입일자 : 2001-12-12]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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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눈이 많이 오는 시절이면 생각나는 여성이 있습니다.
10년도 넘은 이야기고요. 첫 직장에서 이야기고요.
당연히 결혼하기 전 이야기입니다.
첫 직장에서 근무하던 첫해 가을쯤 디자인실로 입사한
여직원이 있었습니다.
매우 아름다운 여성이었는데
탤런트 최정윤 씨 전성기 때와 비슷한 외모였는데
(현실에선 그녀가 훨씬 더 예뻤습니다.)
정말 우윳빛 피부에 더 가냘프고
더 세련되고 나긋나긋한 사람이었죠.
의류 디자이너라 어찌나 옷입는 센스도 좋았는지...
사실 직장에서 그녀가 근무하는 것 자체만으로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녀가 5층에서 근무하다가 저희 해외영업부 6층 문으로 들어서면
정면에서 바라보던 제 가슴이 콩닥거리던 적인 한 두번이 아니었죠.
그러던 겨울 어느 날
회사에서 워크샵으로 방을 잡고 지산 스키장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저녁 늦게 도착하여 시내(?)로 나가 술 한잔을 하고 볼링을 쳤는데
그녀와 한팀이었던 저는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열심히 했을뿐더러
함께 환호하고 손을 마주칠 때마다 즐거웠습니다.
그러다가 다음날 종일권을 끊어서 회사 사람 모두가 스키를 탔습니다.
지금도 잘 타지는 못하지만 그땐 매우 초보였죠...
아무튼, 거기서도 성질머리 못 이겨서 리프트 요원과 심하게 다투고
스키 그만 타겠다고 방으로 들어가버린 상무님 말고는 다들
업무에서 해방된 기분을 만끽하며 재미있게 타고들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디자이너 그녀와 저와 단둘이 리프트를 타게 된 것입니다.
찬 바람을 맞는데도
가슴은 세차게 뛰며 식은땀이 나고
리프트에서도 어떻게 그렇게 말을 예쁘게 하는지...
어제 볼링 정말 재미있다면서
회사에서도 잘 부탁한다며...
그냥 설원에 묻혀도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또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저희 둘이 올라온 것은 지산의 최상급 슬로프였습니다.
아뿔싸, 큰일이구나...
저보다 조금 더 잘 타던 그녀 앞에서
텀블링과 장비 이탈의 동춘서커스식 묘기를 보여주는데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 멀리서 나뒹구는 저에게 미소 지으며
"어머, 괜찮으세요?"
이러며
제 플레이트와 폴을 가져다주는 그녀를 보며
설원의 백색 천사가 따로 없다고 느낀 것은 왜 그랬을까요?
그냥 행복했습니다.
욘사마가 부럽지 않았습니다.
설국에서 느낀 마냥 아름다운 세상이었으니까요.
사실 아무에게도(당시 회사 사람들조차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네요.
그 후로 지금까지 지산 스키장을 가지 않습니다...
자꾸 그녀가 떠오를까 봐요.
지금도 저의 사수이신 차장님(당시에 막 과장이셨던)을 가끔 뵙지만
그녀 소식을 여쭤 본 적은 없네요...
누가 지산에 스키타러 가자면 그러죠.
거기 알잖아
끔찍하게 차가 막히고 주자장에서 걸어서 리프트 타기도 너무 힘들어...
사실은 그녀와의 추억이 힘든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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