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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들 받으시고 건승하십시오^^
게시판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안 올리는 게 바람직하겠습니다만,
좀 전에 DAUM에서 어떤 분이 올리신 질문을 우연히 보고 답글 달았다가,
제가 쓴 글입니다만, 길게 쓴 게 아까워서^^;
여기도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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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톨릭에도 십일조가 있습니까?]
이제 3주 정도면 아내가 한국에 들어오네요.
아내는 필리핀 사람이고 카톨릭 신자입니다.
참고로 저는 무신론자이며 어떠한 종교도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믿기에 아내가 믿는 것에 대해서는 존중을 해주고 싶습니다.
가끔은 아내를 위해 같이 성당에도 나갈 생각입니다.
뭐 아내가 와도 바로 성당에 다닐 수는 없겠지요.
일단 한국말을 조금이라도 배우고 한국 문화를 익힌 다음에 다녀야 할테니까요.
일단 성서도 다음 주 정도에 근처 성당이나 책방에 들러 구입하려고 합니다.
제가 직접 성서를 읽어보고 내가 잘 못 알고 있거나 카톨릭이라는 종교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알아보려고요.
그런데 한 가지 매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카톨릭에도 십일조라는 것이 있는지요?
솔직히 저는 이 십일조라는 것에 대해 많은 의문이 있습니다.
개신교도 사이에도 십일조는 없다고 하는 이도 있지만 이는 극히 소수거든요.
십일조가 성경에도 있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이에게도 제가
"그럼 성경책 어디에 표기 되어 있는지 찾아서 보여줘"라고 말하면 아무도 찾아 내지를 못합니다.
분명 자기가 읽었다고 강하게 십일조를 주장하면서 왜 찾아 보라고 하면 못찾을까요??
그래서 궁금하더군요.
성서와 성경의 내용이 조금은 다르다고 하는데요.
카톨릭의 성서에도 십일조라는게 있나요?
성서에도 십일조가 있다면 어느 구절 어느 페이지에 수록되어 있는지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카톨릭에서도 십일조라는 것을 신도들에게 말하면서 개신교 처럼 소득의 일정 부분을
주님에게 바쳐야 한다고 주장을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 결혼하셨군요.
행복한 가정 이루시기를 빕니다^^
우선, 가톨릭이건 개신교건, 기독교(그리스도교)이며,
따라서, 신·구약 성서를 경전으로 삼습니다.
성서라 하든, 성경이라 하든, 우리말로 다르게 번역한 명칭일 뿐, 같은 말입니다.
그러나, 가톨릭과 개신교의 구약성서는, 내용은 완전히 똑같지만,
개신교가 갈라져 나가면서, 구약성서 중의 몇 가지 책들을 삭제했습니다.
구약성서 잠언과 같은 지혜 문학(속담 등) 분야인 집회서, 지혜서,
역사 기록서인 마카베오 상, 하권, 예언서인 바룩 등인데,
이들 책들은 예수 당시 및 기독교가 발생하던 때부터 경전으로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 책은, 이스라엘 말인 히브리어가 아닌 그리스어 번역본으로 전승되어 왔고,
따라서, 루터 등 종교개혁자들은, 이 책들을 개신교 구약성서 목록에서 삭제했는데,
(20세기 중반에 와서 이 책들의 히브리어본들도 발견되었습니다. 유명한 '사해사본')
때문에, 개신교 구약성서와 가톨릭 구약성서 목록, 권수가 다른 것입니다.
아무튼, 이 책들만 제외하면, 가톨릭과 개신교의 성서는 완전히 똑같습니다.
우리말 번역본만 다를 뿐이죠. 성서가 한국어가 아니니까 말입니다.
십일조란, 고대 중동 지방의 조세 제도였습니다.
이스라엘 역시 세금으로서 십일조를 거두었지요.
고대 이스라엘의 종교, 사회 법률집인 구약성서 토라(모세5경)에,
십일조 의무와 세칙이 적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옛날 중동은, 제정일치 사회여서,
정치 권력과 종교가 하나였지요.
이스라엘 역시, 소득의 1/10을 세금으로 징수하여,
성전 유지, 사제 생활비 등을 충당했던 것입니다.
한국의 대다수 개신교는 성서를 글자 그대로 토씨대로 믿는 근본주의인데,
때문에, 이들은, 구약성서에 십일조가 나오니, 당연히 십일조 헌금을 해야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비성서적이지요.
왜냐? 구약 이스라엘에서 징수한 십일조는, 정부 공권력이라는 권한으로 징수한 것인데,
현재의 교회는 정부 공권력의 자격을 갖지 않는데,
무슨 권한으로 십일조를 내라 한단 말인지요.
말이 안 되는 것입니다.
성서의 토씨는 따지면서, 성서를 논리적으로 읽지는 않는 것이지요.
그러나, 종교 단체도 사람들이 모인 모임이므로,
운영하려면, 회원들의 회비가 필수적이겠지요.
그래서, 한국 가톨릭의 경우, '교무금'이라는 명칭으로 걷습니다.
종교 업무에 필요한 돈이라는 뜻이지요.
각자 형편에 따라 내게끔 권유하는데, 생활이 어려우면 안 낼 수도 있고, 그렇습니다.
비록, 정부 공권력의 차원이 아닌, 종교 기관의 차원이므로,
'십일조'가 아닌, '교무금'이라 규정하지만,
소득의 1/20 정도를 권유들 하는 듯 합니다.
구약성서 십일조의 정신, 유산은 남겨두고 있는 거지요.
그러나, 한국의 보수근본주의 개신교처럼, 십일조를 강제하거나, 그런 식은 아닙니다.
형편이 어려우면 안 낼 수도 있으며, 1/40이든지, 액수는 자율 결정하는 것입니다.
소위 '십일조' 헌금이란, 성서를 토씨 그대로 읽는 한국의 근본주의 개신교의 독특한 현상이지요.
여기에, 한국의 통속적 개신교의 여러 측면들이 혼합되어,
십일조가 축복과 성공의 통로니 어쩌니 하면서, 속된 목사들이 교인들을 현혹합니다.
전혀 비성서적이고, 기독교의 가르침과 동떨어진 것입니다.
구약성서 말라키 예언서에 보면, 십일조는 주님의 것인데, 왜 떼먹냐,
십일조를 제대로 바쳐라, 그러면 너희들에게 축복하겠다, 하느님 나를 시험해 보라고까지
말씀이 나오긴 합니다.
그러나, 고대 이스라엘의 십일조는, 말씀드렸다시피, 종교 운영,
또, 율법(5경)에서 강조하는 가난하고 소외당한 이웃들을 위해 사용하는 세금이거든요.
사회 정의와 분배 평등 실현을 위한 장치였는데,
구약 말기로 가면, 부익부빈익빈, 가난하고 약한 자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타락한 사회상이 벌어지므로,
예언자들이 분기하여, 정의를 외치는 차원에서, 십일조 제대로 내라고 말한 것입니다.
마치, 지금의 우리나라의 가진 자들이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고,
기득권을 강화하려는 작태와 같았던 것이지요.
그런 차원에서, 십일조 제대로 내라 한 예언서의 구절을,
십일조 안 내면 하느님께 저주받고, 내면 축복받는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건
대단히 비성서적이고, 예수의 가르침에 정면 위배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해외의 주류 개신교파들은,
(유럽 및 미국의 다수 주요 개신교파들은 한국의 개신교와 다릅니다.
한국처럼 성서를 토씨대로 믿고 이성을 억압하는 비합리적인 개신교가 아닙니다)
십일조 제도라는 걸 시행하지 않습니다. 그게 뭐냐고 반문할 정도니까요.
그런데, 한국의 개신교 영향을 받은, 한국의 일부 가톨릭 신자들, 사제들조차,
개신교의 십일조를 본받아야 한다고 간혹 말하는데, 전혀 틀린 말이고,
가톨릭교회의 공식적인 입장도 아닙니다.
말씀이 길었습니다만, 요컨대,
십일조라는 것은 신경쓰실 필요도 없는 것이고,
앞으로 성당에 나가시면서, 성서도 읽게 되신다면, 구약성서에서 십일조 조항, 구절을 읽기는 하시겠지만,
현재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가톨릭 신자, 즉, 교회의 구성원으로서 교무금 납부 의무는 부여되겠지만,
형편에 따라 내시면 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