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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박단소 키치의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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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6 21:4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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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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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박단소 키치의 시대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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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가입일자 : 2008-02-09]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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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가 만들어놓은 오늘의 이 세상을 참을 수가 없다. 경제경영이 학문의 제왕 노릇을 하고 시장이 권력의 자리를 점령하고 베스트셀러 대다수는 자기계발 지침서이고 재테크 요령이 일상적 관심사가 되고 연예인 사생활이 국민적 화제로 들먹여지고 서울대학교 축제에는 원더걸스가 초청되어 난장판 사고가 벌어지고 교회에서는 헌금액이 적은 사람을 조롱하는 '천 원 송'이 불리고 이라크, 이란, 북한 등의 나라를 '악'으로 규정한 미국 대통령의 주장을 별 이의 없이 받아들이고…… 에또, 에또, 쿨럭쿨럭! 감추고 싶고 지우고만 싶은 내 내부의 비속성과 통속함이 환한 세상에 팬티도 입지 않은 채 빨갛게 드러나 있지 않은가. 진지함, 자기 세계, 품격 따위는 흘러간 아날로그 연대의 화석일 뿐인가."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는 것에 내 윗세대들은 두려움과 생존의 위기감을 느꼈던 것 같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옷차림을 하고 최신 유행가를 배우고 최첨단 개그를 안쓰럽게 구사했다. 과거에 존중받던 가치를 얼른 내다버렸다. 자, 그런데 문제는 이제 다들 너무 오래 살게 됐다는 사실이다. 오십대 육십대가 더 이상 인생 말년이 아니다.
노장의 무게를 잡으려니 인정해주는 사람도 없고 젊은 세대를 따라잡으려니 볼썽사나운 데다 언제나 뒤처질 수밖에 없다 ……"
"나는 오늘날의 재미가 하나도 재미있지 않다. TV의 개그 프로가 하나도 웃기지 않고 하나같이 똑같은 연속극들을 시청할 인내력이 없다. 멀티 샘플링에 불과한 인기 가요가 음악으로 들리지 않고 발랄하고 도발적이라고 인기를 모으는 칙릿 소설이 문학으로 읽히지 않는다. 백 년 이상 된 작가의 작품만 읽는다는 어느 외국 소설가의 선택이 전혀 거만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과연 뼈아픈 고통과 비장한 존재의 무게감은 모두 실종되어버린 것일까. "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는 거만한 단말기 아이폰과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는 어지러운 영화 아바타와 짜고 치는 고스톱판 같은 제멋대로 연말 시상식과 옷벗고 춤추는 어린 소녀들에 열광하는 삽사십대와 닥치고 취업하자는 '닥취'가 화두인 이십대와 경제 경영 서적 몇 권의 자기과시에 진력이 나 김갑수의 「지구위의 작업실」을 다시 꺼내 보다가 와닿은 몇 몇 구절 입니다.
'경박단소 키치의 시대, 원본이 사라진 포스트모던의 시대에 진지함이란 새로운 형태의 소외인지도 모른다'는 시골의사의 명제가 소리없는 메아리 처럼 들려옵니다. 이보다 더 이 시대를 정확히 설명하는 글귀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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