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시대(上古時代)의 사람들은 100세가 지나도 동작이 쇠하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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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시대(上古時代)의 사람들은 도(道)를 알아서
음양(陰陽)에 맞추어서 살고
음식을 조절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함부로 과로하지 않으므로
형체가 정신과 함께 건실하여 천수(天壽)를 마치고 100세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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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시대(上古時代)의 의사는 사람의 마음을 다스려 미리 병이 나지 않도록 하였는데
지금의 의사는 오직 사람의 병만 다스리고 마음은 다스릴 줄 모르니
이것은 근본을 잊어버리고 끝만을 쫓는 것이다.
- 동의보감 신형(身形)편 중에서
상고시대(上古時代)에는 한가지의 약재를 사용하여 한가지의 병을 고쳤는데
시대가 흘러 여러 가지 약재를 섞어서 병을 고치고 있다.
- 동의보감 용약(用藥)편 중에서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돌아가고 싶은 [한때]가 있습니다.
[내가 한창 젊었을 때는 말이지] 하는 말로 시작하는 할아버지의 무용담도 있고,
[우리 학교 다닐 때는 말이지] 하며 요즘 젊은이들의 문화와 행태를 못마땅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의학뿐만 아니라 동양의 학문에서는 그렇게 돌이키고 싶은, 그러나 잃어버린 이상적인 사회가 요순임금이 다스렸다는 전설 속의 상고시대(上古時代)입니다.
의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천 년 전 상고시대(上古時代)에 씌여져 아직까지도 한의학 최고의 경전으로 끊임없이 읽히며 재해석되고 있는 [황제내경]도 그렇고,
그런 수천 년 전의 많은 책들 내용을 모아서 재해석해 낸 허준 선생님의 [동의보감]은 지금도 한의학의 학문적인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의보감에서도
상고시대(上古時代)의 명의(名醫)는 사람들이 병이 들기도 전에 앞으로 병이 들 것을 예측하고 미리 치료해 주었는데, 요즘의 실력의 부족한 의사들은 병이 들고 나서야 치료하려 하고
상고시대(上古時代)의 명의(名醫)는 단 한 가지 약재의 성질을 온전히 꿰뚫고 알아서 병을 고쳤는데, 요즘의 실력이 부족한 의사들은 지혜가 부족하여 여러 가지 약재를 섞어 고치려 한다.
이렇게 상고시대(上古時代)의 의사들을 명의(名醫)로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토마스 모어의 소설 제목이기도 한 [유토피아=Utopia] 는 서구 사회의 대표적인 이상향입니다.
모두가 평등하고,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이루고 싶은 사회의 상징인 셈이지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의 반복 속에서 언젠가는 [유토피아]를 건설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처럼 동.서양 문화와 인식의 차이는 이상적인 사회를 설정하는 데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과거에 이미 경험했으나 지금은 잃어버린 상고시대(上古時代)로의 회귀를 꿈꾸는 동양과
아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만들고 싶은 유토피아(Utopia)를 꿈꾸고 노력하는 서양.
때문에 서양의학은 아무리 과거의 뛰어난 의사와 그의 업적을 칭송한다 하더라도 그 당시의 의학적인 인식을 현재에는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그리 멀리 돌아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불과 몇 년 전 획기적인 이론과 치료법으로 각광받았더라도 언제든지 부작용과 문제점이 발견되고 폐기되면서, 새로운 이론과 치료법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양의학의 교과서는 지금도 끊임없이 과거의 버전이 용도 폐기되고 새로운 버전이 발표되지요.
반면 한의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항상 옛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하고 그것을 현재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때문에
동의보감이라는 오래된 의학 서적이 여전히 읽히고 재해석되며 연구되고 임상에 적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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